더경남뉴스는 일상에서 소소해 지나치는 궁금한 것들을 찾아 이를 흥미롭게 설명하는 코너를 마련합니다. 유레카(eureka)는 '알았다!'라는 뜻입니다. 편집자 주
오늘(8일)은 '어버이날'입니다. 이날은 법정공휴일이지만 공휴일은 아닙니다. 올해 '어버이날'은 기념일로 지정된 지 53번째 해입니다. '어머니날'까지 합치면 70번째이다.
좁게는 한 가정의 부모님 은혜에 감사하고, 넓게는 사회적으로 어르신을 공경하는 경로효친의 미덕을 기리는 날입니다. 감사의 카네이션꽃을 달아드리는 것은 오랜 전통이고 나들이, 여행 등을 보내드리거나 식사를 함께합니다.
국민의힘에서 지난해 '어버이날'을 기념해 만든 포스터. 난장판 같은 정치권에서 이 포스터에 쓰인 의미만큼만 정치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나라에서 '어버이날'이 지정된 것은 1973년입니다.
1970년대에 시작된 산업화로 인한 도시화·핵가족화로 퇴색돼 가는 어른을 봉양하고 경로사상을 확산시키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개발시대 당시엔 어른을 모시는 것에 '국민정신 계발'이란 단어까지 동원됐지요.
요즘은 경로효친이란 거창한 말은 고사하고, 자식이 치사랑으로 '어버이날'을 챙기는 풍경을 그리 많이 보지 못합니다. 반면 내리사랑의 '어린이날'은 다양하고 풍성하고, 거창합니다. 자식사랑이 부모사랑보다 더하는 세상입니다.
2000년대 이전만 해도 학교(학생)를 중심으로 부모님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렸습니다. 부모님들을 학교로 모셔와 공식 행사로 카네이션을 달아드렸지요. 학교 행사 치고는 거창해 부산했습니다. 학교 앞 문방구엔 인조 카네이션이 가득 진열돼 있었지요.
이런 풍속이 점점 사라진 데는 100세로 일컬어지는 장수 시대를 맞아 '청춘의' 어르신이 많아졌고, 젊은 가정에서는 자식을 한 두 명 정도만 두어 귀하게 키우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어버이날'의 변천사를 살펴봅니다.
부모님에게 감사하는 첫 기념일은 이승만 대통령 때(2대)인 1956년 5월 8일 공식 지정됐습니다.
미국에서 시작된 '어머니의 날'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토머스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28대)이 1914년 5월 둘째 주 일요일을 '어머니의 날(Mother’s Day)'로 공식 지정한 이후 세계 각국으로 퍼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엔 '어머니날'로 지정됐습니다. 당시 대한부인회 지정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남녀평등 복지사회로 가는데 기여하자는 취지를 담았습니다.
아버지를 뺀 것은 남존여비 사상이 지배하는 시절, 말없이 자식을 키우며 고생만 하는 어머니를 공경하고 챙겨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으로 짐작됩니다.
정부의 공식 지정에 앞서 서울시가 1952년 5월 8일 '어머니날' 기념식을 열었고, 3년 후인 1955년 8월 30일 국무회의에서 공식 기념일로 됐습니다. 범국민적 기념일이 된 것이지요.
어머니만 챙겨오던 중 아버지도 챙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1973년 3월 24일 제정, 공포된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서 '어머니날'을 '어버이날'로 바꾸었습니다.
아버지의 날을 따로 두는 것보다 두 부모를 아우르는 '어버이'란 낱말을 택한 것이지요.
당시 이돈희 한국노인학회 회장이 중심이 돼 아버지들도 이날 카네이션을 받도록 하자며 제안했다고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각 가정에서는 이날 자녀들이 부모와 조부모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감사의 뜻으로 선물을 하거나 효도관광을 보내드립니다.
하지만 요즘 자식들이 부모님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 간혹 카네이션을 단 어르신들은 행사장에서 달아준 것으로 보이고요.
한때 가정의 달인 5월엔 '어버이날'과 '스승의날'이 있어 카네이션이 동이 날 정도로 많이 팔렸습니다. 비닐하우스 재배농가들은 이 시기에 맞춰 카네이션을 출하했지요.
세상 분위기의 바뀜에 격세지감(隔世之感·짧은 기간에 몰라보게 변해 다른 세상이 된 것 같은 느낌)을 가집니다. 요즘엔 입학과 졸업 때 수요가 폭발하던 꽃다발이 팔리지 않습니다.
지금은 '어버이날' 기념으로 꽃을 달아드리는 것보다 외식 등 가족 행사가 많아졌고, 기관이나 단체에서는 어르신들을 초대해 기념행사를 여는 것이 대세입니다.
지자체 등 기관들은 어버이날 기념식을 열어 효자·효부를 선발해 시상도 합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날을 전후해 '경로주간'을 정해 양로원과 경로원 등을 방문해 어르신들이 하루를 즐겁게 보내도록 돕습니다. 음식도 준비해 함께합니다.
어르신들을 위한 민속놀이나 국악행사도 열리고 노인백일장, 주부백일장을 열어 어른 공경 의식을 높이기도 합니다.
요즘 우리 사회는 '어른이 없는 시대'에 산다고 합니다. 집안에 가둥인 어른이 계셔야 그 집안의 일상이 제대로 돌아가듯, 사회에서도 존경 받는 어른이 많아져야 사회가 안정되겠지요.
곳곳에서 개최된 기념일에서나마 '어버이날'의 자체 의미를 되새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