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경기를 보는 날은 암이 없는 날이에요"
축구선수 손흥민(31·잉글랜드 토트넘)이 오랜 시간 췌장암을 투병 중인 팬을 만나 가슴 뭉클한 응원 편지를 전하고, 이어 토트넘 연습장으로 초대해 즐거운 한 때를 보낼 수 있게 배려했다. 손흥민은 투병 사연이 담긴 편지를 읽으면서 여러 번 눈시울을 붉혔다.
토트넘은 20일(현지 시각) 인스타그램과 엑스(X·옛 트위터) 등 여러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손흥민과 토트넘의 오랜 팬 지미 씨의 만남 영상을 공개했다.
지미 씨의 사연은 구단 이벤트인 ‘팬 메일’을 통해 알려졌다. 팬이 토트넘 선수에게 편지를 보내면 이를 받은 선수가 답을 해주는 방식이다.
이 편지를 쓴 건 손흥민의 열렬한 팬인 지미 씨의 쌍둥이 딸들이었다. 10년 전 췌장암 판정을 받은 뒤 힘든 투병을 이어오고 있는 아버지를 위한 선물이었다. 지미 씨는 직접 차를 몰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관전하러 갈 정도로 열성적인 팬이었지만 최근 암이 전이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날 지미 씨는 "오늘 하루 암을 완전히 잊고 나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더 오래 있고 싶다"며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손흥민은 지미 씨의 딸들이 보내온 편지를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가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감정이 북받치는 듯 눈시울이 붉어졌고 코끝이 빨갛게 변하기도 했다.
이후 손흥민은 구단의 초청으로 훈련장에 도착한 지미 씨와 딸들을 직접 맞았다. 연습 장면을 보여주고 동료 선수들과 사진을 찍게 하는 배려도 했다. 이날 만남은 주장인 손흥민이 구단에 특별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미 씨를 본 손흥민은 활짝 웃으면서 손을 내밀며 “안아봐도 되죠?”라고 물었고 지미 씨는 “물론이죠”라며 포옹했다. 이어 편지를 쓴 두 딸도 포옹하며 반가워했다.
손흥민은 “제가 감정적인 사람이기도 하지만 이 편지는 제게 많은 울림을 줬다”며 “여러분에게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 서명을 한 유니폼을 선물하고 기념 촬영을 했다.
또 지미 씨의 딸들이 보낸 편지에 정성을 담은 답장도 썼다.
손흥민은 담장 편지에 “가족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 강하게 이겨내시라”며 맨 끝에는 특별히 ‘흥민’이란 한글 이름도 써넣었다.
팬들은 "익히 알려졌지만 실력뿐 아니라 인성까지 갖췄다", "꽁꽁 언 한파를 녹이는 뜨끈뜨끈한 이야기", "이 영상 몇 번을 돌려봤다. 지미 가족이 꼭 힘을 냈으면 좋겠다", "저런 게 쏘니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라는 댓글들이 달렸다.
한편 올 시즌 팀 주장이 된 손흥민은 토트넘 팬이 뽑은 ‘2023년 올해의 선수’로 뽑혔다.
영국 매체인 풋볼런던은 “손흥민은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이 떠난 뒤 큰 책임을 짊어지고 주장까지 맡으면서도 시즌 10골로 팀 내 최다 득점에,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 중”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