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하는 운동이 약물보다 암 환자의 재발을 막고 사망률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규칙적인 운동이 암 환자의 사망 위험을 3분의 1로 줄이며 재발과 사망을 막는 데 약물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캐나다 킹스턴 퀸스대 연구팀은 최근 대장암 3기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년간 운동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인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JM)에 발표했다. 연구를 주도한 크리스토퍼 부스 교수(종양학과)는 지난 1일(현지 시각)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도 이 내용을 공개했다.
암과 운동의 상관관계 연구는 지난 2009~2023년 미국, 영국, 호주, 프랑스, 캐나다, 이스라엘 등 6개국에서 대장암 3기 환자 88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경남 남해바래길 걷기축제 참가자들이 싱그러운 자연을 만끽하며 걷고 있다. 남해군
연구팀은 대상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445명(A 그룹)에게는 3년간 매달 1~2회씩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체계적인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했다.
이 프로그램엔 주당 3~4회, 1회당 45~65분간 걷기 등이 포함됐다.
나머지 절반인 444명(B 그룹)에게는 건강한 생활 습관을 안내하는 책자만 제공했다.
연구팀이 5년간 추적 관찰해 두 그룹의 건강 상태를 비교한 결과, 걷기 프로그램에 참가한 그룹의 암 환자 건강이 훨씬 좋아졌다.
A 그룹은 대장암 재발이나 새로운 암 발생 위험이 28% 낮았다. 이어 8년이 지난 시점에서 분석을 했더니 사망 위험이 B 그룹에 비해 37%나 낮아졌다.
이와 관련해 부스 교수는 "수술과 항암을 마친 2·3기 대장암 환자 10명 중 3명은 보통 재발을 경험한다"며 "걷기 운동이 환자 예후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강력한 임상적 증거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걷기 운동이 약물과 달리 부작용이 없다는 점을 입증 연구 결과다. 또 비용 부담도 적다.
다만 이번 연구는 대장암 환자만을 대상으로 해 다른 종류의 암에서도 유사한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1월 암 환자가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심장 질환 위험을 20%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삼성서울병원 암환자삶의질연구소 신동욱 교수 연구팀은 암 진단 전후 운동 여부에 따른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연구한 결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심근경색 위험을 20% 가량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지난 2010~2016년 암을 진단받은 환자 26만 9943명을 대상으로 ▲암 진단 전후 규칙적으로 운동한 집단 2만 7186명 ▲운동을 시작한 집단 4만 4852명 ▲운동을 중단한 집단 3만 649명 ▲암 진단 전후 모두 운동하지 않은 집단 16만 7256명 등 4개 집단으로 나눠 비교했다.
주 3회 20분 이상 고강도로 운동하거나 주 5회 30분 이상 중강도 운동를 한 경우를 규칙적으로 운동한 것으로 봤다.
연구팀은 심장 질환인 심근경색, 심부전, 심방세동 위험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암 진단 전후 규칙적인 운동을 모두 유지한 경우 심근경색 위험이 20%, 심부전 위험이 16% 감소했다. 암 진단 전 운동은 안 했더라도 암 진단 후 운동을 새로 시작한 경우 심근경색 위험이 11%, 심부전 위험이 13% 더 낮았다.
암 진단 후 운동을 중단했더라도 이전에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 경우에는 심근경색 위험이 20%, 심부전 위험이 6%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암 진단에 앞서 운동을 열심히 해온 덕분에 심장 질환 예방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봤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정원영 박사는 “이번 연구는 규칙적인 운동이 암생존자에게 심장질환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의료진 도움을 받아 암 진단 이후에도 운동을 시작하는 게 심장질환 위험을 줄이는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관리방법”이라고 말했다.
암치유센터 조인영 교수는 “치료 전후 규칙적으로 충분한 운동량을 유지한 환자는 10%에 불과하다. 많은 암환자들이 체력과 신체기능 저하, 암 치료 후 스트레스, 적절한 운동 방법과 양에 대한 정보부족 등으로 운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운동은 암 치료 전부터 암 치료 후까지 계속돼야 한다. 이를 가이드할 수 있는 체계적인 프로그램 개발과 제공이 필요하다”고 했다.
암 치료제나 방사선 등은 심장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암 환자는 특히 심장 질환을 주의해야 하는데, 꾸준한 운동이 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