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안도 마케팅이냐", "정말 쿠팡스럽다"
쿠팡이 29일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1조 6850억 원 규모의 고객 보상안을 내놓았는데도 되레 가입자 등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보상 내용과 방식이 '서비스별 쪼개기 할인쿠폰'으로, 이마저 잘 안 쓰는 상품들과 묶어 패키지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쿠팡은 이날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와우회원·일반회원·탈퇴 고객을 포함한 3370만 건에게 1건당 5만 원 상당의 보상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30일 만이다.
총 1조 6850억 원 규모로 내년 1월 15일부터 순차로 지급한다.
그런데 보상금은 현금이나 쿠팡캐시가 아니라 할인쿠폰을 준다.
쿠팡은 고객 1인당 ▲쿠팡 전 상품 5000원 ▲쿠팡이츠(배송) 5000원 ▲쿠팡트래블(여행) 2만 원 ▲알럭스(R.LUX·럭셔리 뷰티 및 패션) 2만 원 등 총 5만 원 상당의 4종 쿠폰을 쪼개 지급한다.
4종 쿠폰은 한꺼번에 사용할 수 없고 각 쿠폰은 1회만 사용 가능하며, 쿠팡 앱에서 상품 결제 시 적용해야 한다. 이를 쓰려면 다시 쿠팡에서 소비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2만 원짜리 쿠폰이 포함된 트래블·알럭스 상품의 경우 별도 서비스로 일정액 이상을 써야 체감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을 탈퇴한 전 고객은 쿠폰을 사용하기 위해 다시 가입해야 하는 것이다.
자세한 사항은 별도 공지 예정이다.
보상안 공개 직후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비판 글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5천 원짜리 두개 빼면 실질적으로 못 쓰는 4만 원", "할인 쿠폰 5만 원 다 쓰려면 몇십만 원 써야 하는 구조", "보상이 아니라 마케팅이다", "끝까지 머리 굴린다"는 비판 반응이 잇따랐다.
일부 네티즌은 "며칠 전 자체 조사에서 유출 개인정보는 고작 3000건 정도라고 했는데 3370만 건에 대한 1조 6850억 보상안을 낸 게 앞뒤가 안 맞는다"며 "쿠팡의 이번 사태 대처를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고 고개를 저었다.
앞서 해롤드 로저스 한국 쿠팡 임시대표는 이날 보상안을 발표하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쿠팡은 가슴 깊숙이 고객 중심주의를 실천하겠다"며 "끝까지 책임을 다해 고객이 신뢰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속빈 강정'과 같은 보상안 발표와 사과는 30일 시작하는 청문회 전 '여론 잠재우기'라는 시각이다.
미국 본사에 있는 창업주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 후 지난 28일 처음으로 마지 못해 사과했지만, 지난 17일 국회 청문회에 이어 오는 30~31일 두 번째 청문회 출석을 거부한 상태다. 국회는 국정조사 안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