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부산항이라고 하면 북항을 말한다. 해양도시인 부산의 시민들에겐 부산항은 특별한 자부심이기도 하다. 부산에는 부산북항과 부산신항이 있다. 부산북항은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고, 부산신항은 몇달 전 진해신항으로 이름을 바꿔 개발에 나선다.
부산북항 재개발 사업은 낙후된 항만을 다시 개발해 향후 100년을 담보한 중요한 사업이다. 20대 대선이 본격화 되면서 주요 정당 후보들은 북항 재개발 사업의 순조로운 완성을 공약했다. 특히 부산시가 이 일대를 '부산2030세계전시회' 개최지로 신청해 두 사업은 뗄래야 뗄 수도 없다.
북항은 1876년 무역항으로 개항했고, 한국전쟁 당시에는 군수 물자와 원조 물품을 받는 입항지 역할을 했다. 이후 1978년 컨테이너 터미널이 문을 열면서 우리나라 수출입 대부분을 담당했다. 1990년대에는 국내 컨테이너 물동량의 85%를 처리하는 해양 물류의 거점 항이 됐다.
하지만 2006년 부산신항이 개항하면서 북항은 쇠퇴의 길을 걸었다.
이에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북항 재개발을 언급해 개발의 불을 당겼다. 북항의 기능을 재정비해 단절됐던 항만을 시민에게 돌려주자는 뜻으로 "슬리퍼를 신고 아무 때나 즐길 수 있는 북항’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런 취지로 재개발 사업의 마스터 플랜이 곧바로 확정됐고 2008년 사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진척도는 지지부진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책 사업으로 추진됐고, 2019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북항통합개발추진단이 출범했다. 이후 가속도가 붙어 일부 성과를 보이고 있다.
▶1단계 사업
해수부가 주도해 추진 중이다. 부산항 1~4부두, 중앙부두, 국제여객부두 등 153만㎡(46만평)를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여기에 해양 레포츠, 마리나, 오페라하우스, 경관수로 같은 해양 콘텐츠들이 들어와 부산 시민들에게는 둘도 없는 휴식공간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중간에 계획이 여러 차례 바뀌면서 시민들의 기대와 달리 빠르게 진행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1호 공원 일부가 개방됐다. 사업 추진 주체인 부산항만공사는 올해 안에 기반시설 조성을 끝내고 공원을 시민에게 전부 개방할 예정이다.
▶ 2단계 사업
1단계 사업만으로 세계적인 해양도시가 되기 어렵다는 인식 하에 추진됐다.
부산시가 추진 주체이며 개발 규모는 228만㎡로 1단계보다 훨씬 크다.
1단계 사업이 단순한 항만 재개발 사업이라면 2단계는 유류 항만, 철도시설 이전과 개발을 포함한 통합개발 사업이다. 무엇보다 원도심 대개조와 연계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철도시설 등으로 인해 단절됐던 도심을 이어주고 부산항이 가지는 역사·문화적 가치를 보존하면서 난개발로 훼손됐던 지역을 복원해 부산 고유의 도심을 되살리는 것이 핵심이다.
부산시가 주도적으로 추진해 개발 이익이 원도심 활성화와 공공시설 등에 재투자하도록 설계돼 있다. 부산시가 가져갈 이점도 상대적으로 많다. 개발 과정에서 시민의 목소리도 충분히 반영된다.
부산시는 올해 상반기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끝내고 하반기에 사업계획 수립 및 시행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부산시가 유치를 추진 중인 2030부산세계박람회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부와 부산시는 북항 재개발 2단계 사업지에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이 일대 344만㎡를 개최 예정지로 계획하고 있다.
▶ 사업 걸림돌
하지만 넘어야 할 언덕이 산처럼 많다. 재개발 사업을 오랜 기간 추진해 왔지만 1단계 사업도 끝내지 못했다.
세계박람회 예정지의 중앙 연결축에 미군 55보급창과 8부두 미군기지(26만㎡)가 위치해 이 땅의 확보가 중요하다.
1단계 재개발 사업과 관련한 특혜 의혹으로 감사원 감사에 이어 검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대전지검은 최근 해양수산부 항만국과 북항통합개발추진단을 압수수색 했다.
감사원은 앞서 '북항 환승센터 개발사업 추진 관련' 감사보고서에서 부산항 재개발 사업시행자인 부산항만공사가 부산역 역세권과 북항 재개발 사업 지역을 연결하는 환승센터 개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북항 D2, D3 용지 등 토지 매각 관련 서류를 압수했다. 감사원의 지적을 바탕으로 한 수사다.
해수부 관계자는 "검찰 수사는 북항 재개발과 관련해 개발추진단 간부의 개인 비리 의혹과 관련해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해수부도 부산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해 권한 남용 등의 혐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중구와 동구의 북항 개발지 경계선 다툼도 있었다. 대법원은 최근 "영주고가교를 경계선으로 오페라하우스와 IT영상 지구 등 두 필지를 중구가 갖는다"고 판결했다.
또 당초 사업 취지와 달리 생활형 레지던스(residence·가정과 호텔 중간 수준 숙박업소)가 최근 들어서면서 난개발 논란이 일기도 했다.
■ 각 후보들의 견해
여야 대선 후보들은 북항 재개발 사업의 조속 추진을 앞다퉈 약속했다.
▶ 이재명 민주당 후보
이 후보는 지난해 7월 출마 선언 이후 경기도지사 신분으로 부산을 찾아 북항 재개발,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등 지역 현안 해결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기자간담회에서 “경기도는 인구가 계속 늘어 택지개발과 높은 집값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반면 부산을 비롯한 지방은 인구가 줄고 성장이 지체돼 소멸 위기에 놓인 점이 안타깝다”면서 “부산 방문을 통해 국가균형발전이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인 북항 재개발과 2030부산세계전시회 유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북항 재개발사업이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와 밀접한 연관성을 강조했다.
그는 "세계박람회 유치가 국민적 관심도가 낮고 정부의 지원도 적극적이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주요 과제로 ▲가덕신공항 조기 완공 ▲광역교통망 건설 ▲북항 재개발의 차질 없는 진행 등을 꼽았다.
민주당 선대위 변성완 총괄선대본부장은 보급창 이전 문제와 관련 "올해 상반기까지 유치신청서를 국제박람회(BIE) 사무국에 내야 한다. 신청서 안에 보급창과 미군기지 이전 내용이 담겨야 하는데 미군과의 협의 등 물리적인 시간이 짧아 쉽지 않다"면서도 "55보급창 이전 문제는 지속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윤 후보는 지난 1월 15일 부산을 찾아 미군 55호 보급창과 8부두 미군기지 이전을 약속했다.
그도 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박람회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북항 재개발이 필수적이란데 동의했다. 이를 위해 “박람회 유치 건을 부산시장에게 맡겨 놓지 않고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필요한 시설과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며 재개발 사업을 돕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선대위 백종헌 총괄선대본부장은 보급창 등의 이전 문제와 관련 "미군이 이전 조건으로 철도와 항만 등을 갖춘 더 넓은 땅을 원하는데다 1조원대의 이전비도 우리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면서 "미군 부대 이전은 외교안보적인 부분이 큰 영역인 만큼 국방부와 외교부와 긴밀히 협력해 민주당과 함께 주한 미국대사와 면담 하고 향후 가동될 국회 특위 차원에서도 미국을 방문해 관련 내용을 협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