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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일언] 그리움이 사라진 시대(6)

정기홍 기자 승인 2022.07.11 16:16 | 최종 수정 2022.07.12 22:09 의견 0

며칠 전 한 유명 가수가 TV에 나와 "요즘은 그리움의 시대가 아니다"라고 하기에 맞장구를 쳤습니다. 그 가수가 그간 많이 외로웠던 모양입니다.

휴대전화 통화와 문자메시지, 화상, 그리고 카카오톡(카톡)이 실시간 온라인으로 서로를 이어주고 있어 그렇습니다. 편지 한장 보내 놓고 답장을 기다리며, 그리워하던 옛 아날로그 분위기는 없어진 것이지요. 우리의 마음 속에 애틋함이 사라진 때입니다.

특히 국민 메신저로 자리한 카톡이 생기면서 이런 분위기는 더해졌습니다.

꼭 그리움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대면 접촉이 뜸해지면서 외톨이족도 많아졌습니다. 우리보다 더 개인적인 일본에서는 방에 박혀서 나오지 않는 '히키코모리(引きこもり·은둔형 외톨이)'가 이미 사회 문제로 등장해 있습니다. 사람과 햇빛이 단절된 생활을 오래 하니 우울증이 생기고 살인 등 반사회적인 돌발행동도 종종 나옵니다.

한국인들은 하루 수십 번의 카톡을 주고 받으면서 상대가 옆에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산답니다. 같은 지역에서 사는 친구도 1년에 두번 보기 어렵다는 말을 합니다. 카톡을 하면서 맨날 만나고 있는 것처럼 여기는 착시현상이지요.

이러다가 19세기 초 산업혁명으로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들이 기계를 때려 부수었다던 21세기형 '러다이트(Luddite) 운동'이 일어날 수도 있겠습니다.

돌아오는 주말, 그리운 이가 떠오르거들랑 머리 속에 꽉찬 것들 툴툴 털고서 버스에 올라보시지요. 만나서 소줏잔을 기울이든, 삼겹살을 구어먹든 조잘대다 보면 평소 카톡에 함몰됐던 자신을 찾게 되겠지요.

인간에겐 '관계'라는 게 중요합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란 철학적 말이 아니더라도 '관계'와 '그리움'이란 단어를 애써 찾아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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