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물난리] 목까지 차오른 흙탕물 속 여성 구하고 홀연히 떠난 청년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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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0 10:18 | 최종 수정 2022.09.09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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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역대급 물폭탄으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자신의 목숨을 걸고 한 여성의 생명을 구한 불세출의 20대 공무원이 뒤늦게 알려져 칭찬이 자자하다. 무엇보다 그는 이러한 영웅적인 일을 끝낸 뒤 홀연히 현장을 떠났다.
인천에 사는 A 씨는 지난 8일 오후 8시 50분쯤 물바다가 된 서울 서초구 도로에서 고립된 한 여성을 구한 시민을 목격했다며 자신이 찍은 영상을 JTBC에 제보했다.
영상을 제보한 A씨에 따르면 이날 서초구 서초동의 한 도로에서 갑작스레 물이 불어났고, 3분도 채 지나지 않아 불어난 물이 무릎까지 차올랐다.
A씨도 차량 선루프(지붕창)를 열고 간신히 차에서 빠져나왔다. 그러나 물이 순식간에 차량 지붕까지 차올랐고 서 있던 다른 차들이 물 위로 둥둥 떠오르기 시작했다.
간신히 인도로 올라와 숨을 돌리던 A씨는 여성 운전자를 구하는 한 시민을 목격, 휴대전화로 이 모습을 담았다.
방송에 공개된 영상에는 여성 운전자가 물에 잠긴 자동차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때 한 남성이 폭우를 뚫고 목까지 차오른 물속에 뛰어들어 이 여성 운전자를 구했다. 그러고서 그는 현장을 떠났다.
JTBC에 따르면 여성을 구한 뒤 사라진 남성은 국방부 소속 공무원 표세준(27) 씨였다.
표 씨는 인터뷰에서 "(차 트렁크에서) 여성분이 '살려주세요'라고 소리 질러 봤더니 반대편에서 남편분이 '뭐라도 꽉 잡고 있어'라고 하시더라"라며 상황을 회상했다. 이어 "제가 서 있던 위치보다 한 블록, 두 블록 들어가니까 (물이) 완전 여기(목)까지 오더라"라고 당시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표 씨는 이어 주변을 살피다가 플라스틱 주차금지 표지판을 발견, 이를 튜브로 활용했다.
표 씨는 "빨리 구해 드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여성분이 표지판 통을 붙잡으셨고 제가 손잡이를 잡고 한 손으로 헤엄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후 남편분에게 인계해 드렸고 '조심히 가시라'고 인사했다"고 밝혔다. 그는 초등학교 때 유소년 수영선수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