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예상했던 것보다 피해 규모를 줄였다고 하지만 당국이나 재해 전문가, 주민들의 안일한 준비와 대응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과 비판이 일고 있다. 이런 미비점 노출로 경북 포항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는 대형 인명사고가 일어났다.
□ 재난 방송은 아직도 미흡
KNS 등 재난 방송들은 기존에 일어났던 사고 사례에만 치중, 예방 홍보만 주력해 지하 주차장 등에서의 주의점을 집중 홍보하지 않았다.
강력 태풍은 바람과 함께 순간 집중호우도 필히 동반하고 침수 피해가 매우 크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부산을 비롯한 남해안이 태풍의 사정권에 들어 파도가 육지로 넘치는 월파나 초고층 건물의 강풍 안전 매뉴얼만 쳇바퀴처럼 돌렸다. 이번 재난 방송이 힌남노의 강풍에 너무 경도됐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반지하 침수나 지하 주차장 침수 위험 문제를 심층적이고 집중적으로 다뤘어야 했다.
방재 전문가들도 지난 재해에서 발생한 사례들만 갖고 앵무새같은 말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다양한 사례를 연구해 종합적인 방제 대책을 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 지하 주차장 차 뺄땐 경비원, 주민 합심해 통제 했어야
이번 포항 지하 주차장 참사는 차량 통제 미흡도 한몫을 했다는 지적이다. 주민들은 침수가 예상되니 차량을 빼라는 방송을 듣고 지하로 들어갔다.
그런데 지하 주차장에서 먼저 나온 앞 차들이 근처에 주차를 해 지하에 있던 차가 꼼짝달싹도 못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밖으로 나온 차량들도 도로에까지 물이 차 움직일 수 없었고 나온 차들도 거의 침수됐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에도 불구하고 경비원 등이 차량을 통제하고 주민들이 뒷차가 빠져 나올 수 있도록 '공동체 의식'을 발휘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특히 지하 주차장 물 속에 갖혔던 주민 5명이 구조돼 두명이 살아나오자 사고 후 소방 당국의 안일함도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장 소식을 전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하 주차장에서 7명이 실종됐는데 배수펌프가 적게 배치된 것 같다며 배수펌프를 더 동원해서 구조해야 한다는 지적을 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재해 당국의 '안일함'과 '오판'은 질타를 받아야 한다.
□ 가로수 쓰러지면 '접근 엄금' 통제 줄부터 쳐야
오늘(6일) 아침 서울 강서구에 사는 한 독자가 사진 두장을 보냈다. 어제 밤 저녁을 먹고 나오는데 2차선에 큰 가로수가 넘어져 사진을 찍으려니 경찰이 못 찍게 막았다고 한다. 근처엔 전깃줄인지 전화선인지 알 수 없었지만 경찰은 "감전 위험이 있다"며 둘러서 가라고 했단다.
공원을 둘러서 오는데 다른 시민들은 자신을 막았던 인도로 걸어오는 것을 보고 "통제를 하려면 똑바로 하라"고 일러줬단다. 그런데 경찰관이 느닷없이 "공권력 집행 방해"라며 으박질렀다는 당시 상황도 전했다.
이 독자는 현장에는 경찰차 두대와 경찰 및 소방 인력, 전기톱으로 가지를 자르는 인부 등 수명이 됐지만, 사고 현장에 안전띠를 두른다든지 통제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한 시민은 "우리나라 경찰은 살인사고 등이 나면 '과학수사'란 마크가 찍힌 노란 띠를 먼저 둘러치는데 왜 다른 사고에서는 이를 실천하지 않는지 모를 일"이라며 혀를 찼다.
그는 외국 경찰은 현장에 나가는 경찰차 등에 노랗든 빨갛든 안전띠를 갖추고서 현장에 갔을 때 곧바로 통제선을 확보한다고 전했다. 아직 우리나라 경찰과 지자체는 이런 체계가 잡혀 있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