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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 72년만에 6·25 한국전쟁 민간인희생자 위령탑 제막

“괭이바다에 수장된 희생자의 영면과 유족 해원 빌어”

정창현 기자 승인 2022.11.26 14:32 | 최종 수정 2022.11.27 13:41 의견 0

동족상잔의 총성이 조국의 하늘에 울려퍼진 지 72년이 지난 26일 창원시에서 한국전쟁 민간인희생자 위령탑의 제막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한국전쟁 민간인희생자 창원위령탑 제막식 및 합동 추모제’로 열렸으며 추모곡 공연, 경과보고, 추모사, 위령탑 제막 및 묵념, 합동 추모제 순으로 진행됐다.

민간인희생자 위령탑 제막식 모습. 창원시 제공

행사에는 노치수 사단법인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유족회장 및 유족을 비롯해 홍남표 창원시장, 정근식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송기인 초대 진실‧화해 과거사 정리위원회 위원장, 문순규 창원시의회 부의장, 시민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위령탑 제막으로 유족들은 언제든지 찾아와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을 갖게 됐고 오랜 세월 눈물과 설움을 속으로 삼키며 살아온 한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었다.

위령탑 건립은 유족회의 간절한 바람이었다.

지난 2013년 9월 창원시는 '6‧25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위령제 지원의 근거를 마련했으나 위령탑 건립이 대규모의 예산이 들어가 현실화하는데 요원했다.

하지만 유족회의 거듭된 요청과 과거사 회복을 통한 '통합 창원시 건설'이라는 시의 강력한 의지로 수많은 희생자들이 수장된 괭이바다가 보이는 마산합포구 가포동 산73번지로 입지를 확정했다.

위령탑 조성에는 도비 5천만원, 시비 2억 7천만원으로 총 3억 2천만원이 들었다.

부지 2150㎡, 위령탑 높이 5.6m, 희생자 520명의 명단석이 포함된 규모로 올해 3월 착공해 8월 준공했다. 또 내방객 안전을 위한 안전휀스 설치 및 조경 정비 공사를 지난 11월 24일 완료해 26일 위령탑 제막식 및 합동 추모제를 지낼 수 있었다.

위령탑의 작품명은 ‘그날의 눈물’로 지었다.

영문도 모른 채 목숨을 위협받는 공포 속에서 흘렸을 희생자들의 눈물, 소식 없던 그들의 한없이 기다렸을 유족들의 눈물을 매개로 했다. 희생자들의 영면과 유족들의 해원(解冤·원통한 마음을 풂)을 바라는 마음이 담긴 3개의 돌탑이 가운데의 눈물 조형물을 감싸 안고 마산 괭이바다를 넘어 하늘로 향하도록 제작했다.

노치수 유족회장은 “지아비를 잃은 여인, 부모를 잃은 자식들이 한 많은 세월을 숨 죽여 살아온 72년의 세월이었다”며 “혈육의 넋을 위로하고자 하는 유족들의 오랜 염원을 담은 위령탑을 눈앞에 마주하며 마음의 큰 짐을 덜어낼 수 있게 됐다”고 위령탑 건립에 힘써준 창원시와 여러 관계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홍남표 창원시장은 “유족들의 비워낼 수 없는 슬픔과 상처에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하며 오늘 위령탑 제막을 통해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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