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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해지 좀 해주세요"···경남 남해축산농협 직원 실수로 10% 적금 판매, 목표 100배 몰려 파산 위기

농협측 적금 가입자에게 간곡한 해지 부탁 문자
지난 7일 오후 5시 현재 60억원 넘게 해지
파산 되면 출자한 지역 축산인들 피해 불가피

정창현 기자 승인 2022.12.08 14:13 | 최종 수정 2022.12.11 13:33 의견 0

경남의 한 단위농협에서 직원의 실수로 내놓은 고금리 적금 상품에 엄청난 돈이 몰리면서 파산 위기에 봉착했다.

경남 남해축산농협에 따르면, 남해축산농협은 지난 1일 오전 최고 연 10.35% 금리를 적용하는 NH여행 정기적금(12개월 이상~24개월 미만)과 10.10% 정기적금을 비대면으로 판매했다.

적금 한도도 없고 적금의 일부를 미리 납부하고 남은 금액은 회차보다 늦게 넣는(이연) 선납이연도 가능했다.

이 소식은 네이버 재테크 카페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가입하려는 고객들이 몰려 원래 한도였던 10억 원을 넘어 1000억원 이상의 예수금이 몰렸다. 한 명이 3~4개씩 계좌를 개설하기도 했다.

지난 7일 남해축산농협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문

이 농협은 당일 오전 9시쯤 사태를 파악하고 해당 상품들의 판매를 중단했다.

이 사태는 직원의 클릭 실수로 벌어졌다.

남해축산농협에 따르면 두 정기적금 상품은 원래 지역 고객들을 상대로 대면 판매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한 직원이 상품 등록 과정에서 ‘비대면 미취급’이란 버튼을 누르지 않아 온라인으로 열려버렸다.

남해축산농협 관계자는 “남해가 시골이다 보니 50명 정도 고객에게 대면 판매하려고 했는데 5800건 가량 계좌가 개설됐다”고 말했다.

단순히 계산해도 만기일이 돌아오면 100억원대의 이자를 줘야 한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단위농협으로선 이만한 돈을 지급할 수 있는 여력이 어려운 상태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남해축산농협 출자금은 약 73억 5300만원, 현금 자산은 3억 2900만원에 불과하다. 같은 해 당기순이익은 9억 1200만원에 불과하다.

남해축산농협은 지난 6일 오후부터 가입 고객들에게 해지를 간곡히 요청하는 문자를 보내고 있다.

이 농협은 문자에서 “한순간의 직원 실수로 인해 적금 10%가 비대면으로 열리면서 저희 농협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예수금이 들어왔다. 너무 많은 이자를 지급해야 해 경영 어려움에 봉착했다. 남해 축산농협을 살리고자 염치 없이 문자를 보낸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해지해달라”고 했다.

적금 가입 해지는 남해축산농협 측이 강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축산농협의 이런 호소문에 재테크 카페 회원들은 “남해축산농협에서 연락 받았다. 가입을 해지하려 한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시골 지역의 작은 농협이 파산하면 출자를 하고 예적금을 넣고 있는 지역 농업인들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지역 농협이 파산하면 상호금융 예금자 보호기금에 따라 5000만원까지 보장이 가능하다.

남해축산농협 측은 7일 오후 5시 기준으로 1200건 정도(60억원 정도)를 해지했다고 밝혔다. 남해축산농협의 임원은 “경영이 어려워지면 결국 출자한 축산업 조합원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 10% 적금 해지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거듭 부탁했다.

농협중앙회는 “사태를 파악하고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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