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5일)은 가정이나 직장에서 부럼을 사서 주고 받고서 깨먹는다는 풍속의 정월대보름입니다. 음력 설날에서 딱 보름째 날입니다.
부럼은 껍질이 딱딱한 열매인 호두와 땅콩, 잣, 밤, 은행 등을 통틀어 이르며 이날 아침에 껍질을 깨 열매를 먹습니다. 부럼을 깨물면 한 해 동안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고 하지요. 옛날엔 부스럼이 심했나 봅니다.
특히 이날 가정에서는 나물 등을 정성스레 무쳐 가족이 함께 먹습니다. 번거럽다거나 옛날의 구닥다리와 같은 관습라고 폄훼하는 것보단 이를 통해 '사람 사는 냄새'를 느껴보는 소중한 전통 풍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정월대보름엔 최소한 세 집을 돌아다니며 보름밥을 얻어먹어야 한 해의 액운을 몰아낸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중노년층은 아침에 조리를 들고 옆집에 오곡찰밥을 얻으려 다니던 어릴 때 추억이 기억으로 생생할 겁니다. 각종 나물 반찬과 부럼도 같이 조리 안에 얻어오지요.
대보름은 가장 큰 보름이란 뜻으로 '상원(上元)'이라고 합니다. 한 해의 첫 보름달이 뜨는 날로 큰명절로 칩니다.
올해는 슈퍼문(가장 큰 달)이 아닌 미니문이 뜬다고 하네요.
상원이란 중원(中元·음력 7월 15일 백중날)과 하원(下元·음력 10월 15일)과 함께하는 말이며, 예전에는 설날 만큼이나 비중을 크게 뒀던 명절입니다. 우리 세시풍속의 20% 가량이 대보름날에 치러질 정도로 절기 중 가장 다채로운 행사 열렸답니다.
이날 또 마주치는 사람마다 먼저 인사를 건네는 또 다른 풍습도 있다네요. "내 더위 사라"는 인사인데 먼저 건네는 사람이 효과를 본다며 이날 아침이면 경쟁하듯이 인삿말을 건넸습니다.
'한국의 세시풍속'(최상수 저)에는 국내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세시풍속 행사는 총 189건이고 이 중 정월 한 달이 세배·설빔 등 78건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소개합니다.
정월 78건 중에 대보름날 관련 세시풍속 항목은 40여건이었습니다. 이날 동제(洞祭)와 줄다리기, 달집태우기 등 크고 작은 행사들이 열립니다.
임동권이 쓴 '한국세시풍속'에서도 한해 192건의 세시행사를 수록하고 있네요. 이 중 정월 한 달에 전체의 절반을 넘는 102건이 있습니다.
우리의 전통사회는 달의 움직임을 표준으로 삼는 음력을 사용해 한해 첫 보름달이 뜨는 대보름날을 아주 중요하게 여겼다는 뜻입니다. 음력 대보름을 농사의 기준으로 삼은 것이지요.
또한 정월대보름은 달-여신-대지의 음성(陰性)원리 또는 풍요 원리를 기본으로 했습니다.
동제신(洞祭神)에서는 여신이 남신의 2배를 넘습니다. 첫 보름달이 뜨는 시간에 여신에게 대지의 풍요를 빌었다고 하네요.
경남 영산에서는 줄다리기에서는 맨 앞 암수 고리를 거는데 대낮에 '그러한 짓'을 하는 사람이 없고 해가 져야 이뤄진다고 해서 이 행사를 성행위처럼 여기며 했다고 합니다.
▷ 대보름날에 먹는 음식
대보름날에는 시절 음식으로 약밥·오곡밥, 묵은 나물과 복쌈, 부럼, 귀밝이술 등을 먹습니다.
이날 새벽에는 호두, 땅콩, 잣, 밤, 은행 등의 부럼을 깨 먹었습니다. 딱딱한 열매를 뜻하는 부럼과 몸에 나는 종기인 ‘부스럼’을 만질 때 비슷한 소리가 나 부스럼 없는 건강한 한 해가 되기를 빌며 “아이고 부스럼이야”라고 외친다고 하네요.
호두는 본래 동북아시아에서 생산되고 추자(楸子)라 하는데 중국의 한나라의 무제 때 장건이 서역에서 새로운 추자를 들여와 이것을 호두(胡桃)라고 이름을 붙였고 당추자(唐楸子)라 불렸다고 합니다.
경상 지역에서는 호두를 ‘추자’, 경기에서는 ‘당추지’, 강원에서는 ‘추지’로 불립니다.
▷기풍·기복 행사
선조들은 정월대보름 즈음이 긴 겨울이 가고 농사 준비를 서서히 해야 하는 시기로 보고 의미 있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습니다.
볏가릿대(禾竿) 세우기, 복토(福土) 훔치기, 용알뜨기, 다리밟기, 나무 시집보내기, 백가반(百家飯) 먹기, 나무아홉짐 하기, 곡식 안내기 등을 했습니다.
이날에는 농점(農點·농사점)도 하는데 달집태우기, 사발재점, 그림자점, 달불이, 집불이, 소밥주기,닭울음점 등이 있습니다.
제의와 놀이도 있습니다.
지신밟기, 별신굿, 안택고사, 용궁맞이, 기세배(旗歲拜), 쥐불놀이, 사자놀이, 관원놀음, 들놀음과 오광대탈놀음 등이 그것입니다.
고싸움, 나무쇠싸움 등의 각종 편싸움도 하고, 제웅치기, 나무조롱달기, 더위팔기, 개보름쇠기, 모기불놓기, 방실놀이 뱀치기 등의 액막이와 구충(驅蟲) 행사도 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