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시행 한달···개선 사항 쏟아져
온라인 플랫폼과 농협서만 기탁 가능
특정 사용처 적시 선택기부 어려워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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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3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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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기부금을 내고 싶어도 인터넷에 접속해 회원 가입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으로 기부를 포기하는 분들이 있다. 기부 방식을 다양화 하면 좋겠다”
지난 1월 1일부터 시작된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한달여를 지나면서 개선 사항들이 도출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달 말 전국 지자체의 고향사랑기부제 담당자들과 자리를 함께하며 ‘고향기부제 기금사업 및 답례품 등 개선 방안 발표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실무 담당자들은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가장 큰 문제로 기금 신청 방법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고향사랑기부금은 정부의 온라인 플랫폼인 ‘고향사랑e음’과 농협 창구에서만 기탁할 수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이 ‘10만원을 기부하려고 농협 창구에서 30분 앉아 있었다’는 불만이 있었다”면서 “지역의 장학회가 전용계좌로 기부금을 송금받는 것처럼 각 지자체에 고향기부제 전용계좌를 개설해 기부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
오프라인으로 기부금을 내도 답례품은 고향사랑e음에서 선택해야 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자녀 명의로 된 효도폰을 쓰는 어르신이 많은데 이들은 본인인증을 못해 기부금을 내고도 답례품을 못 받고 있다. 우리 지자체도 답례품 절반이 이런 이유 등으로 못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고향사랑e음의 개선 요구가 많았다.
기부금 사용처를 미리 적시하는 ‘지정기부’가 고향사랑e음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역의 좋은 사업을 발굴해 '지정기부'를 적극 알리고 싶어도 지금 플랫폼에선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고향사랑e음에서 기부자가 답례품을 주문해도 답례품 지정업체에 바로 전달되지 않아 지자체에서 확인 후 알려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면서 인력 낭비를 호소했다.
또한 고향사랑e음은 기부자들의 피드백(개선책을 지적하거나 알려주는 것), 이의 신청을 위한 공간이 없다는 불만도 나왔다.
지자체 담당자들의 이 같은 문제 제기에 행안부는 "이런 요구들을 섣불리 적용하면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모른다"면서 "첫 해는 지켜보자"는 소극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행안부는 고향사랑e음 개선과 관련해 추가 비용 문제를 제시했고, 지정기부 기능 탑재는 올해 말은 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7일 충남 금산에서 열린 ‘고향사랑기부제 시행에 따른 지역상생방안 심포지엄’에서 고두환 공감만세 대표는 “일본의 고향납세도 도입 초기 흥행을 하지 못하다가 2015년 원스톱 특례 도입 등 정부가 제도를 적극 개선하면서 활성화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홍보와 마케팅에 전문성을 갖춘 민간이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