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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힘 보여줄까”···건설사 협박해 2억 가량 뜯어낸 준조폭 노조 간부들 검거

노조원 고용 않고 단체협약서 작성, 채용 강요
민원 제기 및 집회 열어 건설사 압박
노조전임비, 복지기금 명목 2억 가량 갈취

정창현 기자 승인 2023.02.16 17:20 | 최종 수정 2023.02.16 20:05 의견 0

경남·부산·울산 지역의 건설 현장을 돌아다니며 건설사를 협박해 노조 전임비 명목 등으로 수억 원을 가로챈 노조 관계자 10명이 검거돼 두 명이 구속됐다. 나머지 간부들에 대해서는 같은 혐의로 조사 중이다.

경남경찰청 강력범죄수사1계는 16일 건설 현장에서 금품을 빼앗은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상 공동공갈)로 한국노총 산하 부울경본부 본부장 A 씨와 조직부장 B 씨를 구속하고 다른 간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건설사에 소속 노조원의 고용도 없이 고용 서명을 하도록 강요한 단체협약서. 독자 제공

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지난 2021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경남 17곳을 비롯해 부산(4곳), 울산(1곳) 지역의 대형 아파트 건설현장을 돌아다니며 집회신고를 낸 뒤 건설업체로부터 노조 전임비와 복지기금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거나, 허위로 노조원을 고용하도록 압박한 뒤 임금 명목으로 금품을 가로챘다.

경찰은 건설 현장 22곳에서 20개 업체가 이들로부터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했으며, A 씨 등은 해당 건설업체에 모두 2억원 상당을 가로챈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1300만원까지 건설사로부터 가로채 노조 사무실 운영 자금과 자신들의 급여, 상급단체에 회비를 내는데 사용한 것으로 경찰은 확인했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항 제3호에 따르면 15년 이하 징역,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처할 수 있다.

이들은 건설사들이 고용 인부가 있고 비용이 많이 든다며 노조원 채용을 거절하자 "노조의 힘을 보여주겠다, 현장 각오해라. 매일 집회를 개최해 공사를 못 하게 스톱시키겠다"고 겁을 준 뒤 실제로 집회를 여러 차례 개최했다.

이어 관련 기관에 안전모 미착용, 불법체류 외국인 고용 등의 민원을 제기해 협박하는 수법을 주로 사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소속 노조원 고용이 전혀 없어 단체교섭 대상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미리 작성해온 단체협약서에 서명하도록 강요한 뒤 노조전임비와 복지기금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했다"며 "더 나아가 노골적으로 현금 5000만원을 요구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몰래 건네받은 사실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A 씨 등 간부들은 대부분 건설현장 경험이 없는 동네 선후배 사이였으며 경찰이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하자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받은 현금을 되돌려주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경찰청은 "이번 사건으로 합법적 노조로 위장해 조직의 위력으로 건설현장에서 정당한 공정거래와 노동의 대가를 넘어선 불법 행위가 만연해 있었다"면서 "이런 불법행위로 인해 공사 일정을 맞추려고 무리한 작업을 하면서 노동자의 안전 위협은 물론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은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정당한 노동행위를 보장하는 범위에서 사회 안정을 저해하는 '건설현장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올해 6월말까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단속 대상은 ▲집단적 위력을 과시하는 업무방해·폭력 행위 ▲조직적 폭력·협박을 통한 금품 갈취 행위 ▲특정 노조 집단의 채용 또는 건설기계 사용 강요 행위 ▲불법 집회·시위 ▲신고자에 대한 보복 행위 등 노사관계의 자율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불법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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