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 중에 산림청이 있습니다. 산림청은 전국의 산림 행정을 관장합니다. 행정안전부 등의 '부(部)' 단위 밑의 '청(廳)' 단위 기관이지요. 부는 장관급이지만 청은 그 아래 단계인 차관급입니다.
그런데 산림청을 삼림(森林·나무가 빽빽한 수풀)으로 쓰지 않고 산림(山林·산과 수풀)으로 쓴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 이유를 찾아가봅니다.
산림(山林)은 한자로 뫼 산(山)과 수풀 림(林), 즉 '산과 수풀'이지요. 따라서 산은 물론 숲을 아우릅니다.
삼림(森林)은 나무 빽빽할 삼(森)과 수풀 림(林), 즉 '나무가 우거져 이룬 숲'입니다. 산보다 규모가 작은 숲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따라서 산림청은 숲(나무)이란 좁은 의미가 아닌 숲(나무)과 수풀을 다 포함하는 것이지요.
영어로 표현하면 산림은 나무(tree)와 덤불을 포함하는 'forest', 삼림은 나무(tree)로만 이뤄진 'woods(wood의 복수)'로 대별하면 이해가 빠르겠네요. 하지만 정확하진 않습니다.
참고로 유엔 식량농업기구(UNFAO)에서는 둘의 차이를 면적 기준으로 합니다. forest가 되기 위해서는 1.25에이커(acre·1에이커 4047㎡) 이상의 토지 면적에 나무가 60% 이상 있어야 하고, woods는 25~60% 정도로 정의합니다. 따라서 forest는 woods보다 크고 울창하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다음 단어로도 대별해보겠습니다.
산에 가서 심신의 피로를 푸는 것을 '산림욕'이라고 할까요, '삼림욕'이라고 할까요.
둘 다 맞지만 상대적으로 넓은 의미인 산림욕을 주로 씁니다.
산림욕이란 숲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산에 있는 모든 시설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숲은 물론 족구도 하고 농구도 하고 놀이기구도 즐깁니다. 산을 종합적으로 이용하지요.
달리 삼림욕은 산에 가서 삼림, 즉 숲 아래에서 쉬거나 걸으면서 피톤치드로 몸을 소독하는 등 즐기는 것입니다.
요즘은 산에 휴식 시설 등 여러 기구를 설치해 놓아 산림을 쓰는 게 타당합니다. 산림청도 '산림욕장'으로 사용합니다.
그럼 '산림이 우거졌다'와 '삼림이 우거졌다'는 어떻게 대별할까요?
이것도 둘 다 사용 가능합니다. 전자는 나무와 숲을 포함한 산 전체가 무성하는 뜻이고, 후자는 나무와 숲이 무성하게 우거져 있다로 이해하면 됩니다.
둘은 쓰임새에 따라 구분하며 씁니다. 전체 산을 바라보면서 "우와, 삼림이 우거져있네"라는 것보다는 "산림(산)이 우거졌네"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다는 말입니다.
왜 산림청으로 이름을 붙였는지 이해 됐으리라 생각합니다. 삼림보다 넓은 의미입니다.
참고로 독일에서는 산림공무원이 공무원 중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고 합니다.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하는 산과 나무의 중요성을 제일로 친다는 말입니다.
우리도 이젠 독일 못지않게 나무를 소중히 여기고, 잘 가꾸고 있습니다. 전국의 산들은 수십년 정성스레 가꾸면서 울창해졌고 산소 등을 쏟아내는 환경림과 산물을 생산하는 경제림(밤 등 유실수림)으로도 구분해 잘 관리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공이 산에서 솔가지 몇 개를 베 와도 무섭게 벌하던 그때 그 '산림공무원' 때문이었을까요? 이 시대의 전 장노년층의 노력 덕분이었겠지요.
아무튼 독일처럼 산림공무원이 존경을 받진 않았지만, 무섭던 내무부(지금의 행안부) 산림공무원의 감시도 세계 최고의 성공 사례로 만드는데 일조는 했다고 생각해봅니다.
맑은 공기를 쉼 없이 내놓는 나무의 중요성은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지금도 지구는 오염에 크게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요즘 전국에 오랜 가뭄으로 대지가 바짝 말라 큰 산불이 많이 나고 있습니다. 수십 년을 애써 가꿔오던 아름드리들이 불에 검게 타 죽어가는 것이 너무 아깝습니다.
덧붙이자면 곱게 차려입고 타는, 아웃도어 패션 경연장의 산이 아닌 간편 일상복으로 자주 오르내리는 산이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