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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내 사진관] "특별한 꽃 구경하세요"···요즘 매우 보기 힘든 돌배꽃입니다

정창현 기자 승인 2023.04.10 17:04 | 최종 수정 2024.09.02 12:00 의견 0

봄을 먼저 알리는 상징적인 꽃을 꼽아보면 크게 산수유, 벚꽃, 목련, 매화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이어 앵두꽃, 개나리꽃, 진달래꽃, 살구꽃, 배꽃, 사과꽃, 라일락꽃 등이 뒤를 잇습니다. 요즘 들어서는 기후온난화로 봄꽃들이 순차로 피지 않고 동시개화를 하더군요.

돌배꽃 사진을 찍었습니다.

일반 배꽃이야 과수원 등에서 흔하지만 돌배꽃은 참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산야에 아무렇게 심어져 있던 돌배나무에서 야문 작은 배를 따 먹던 시절이 있었지요. 먼 옛 이야기입니다.

경남 진주의 산골을 찾아 촬영했습니다. 벚꽃이 필 무렵에 필 것이란 생각에 몇 번을 찾은 끝에 찍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오랜만에 봄비가 내리던 지난 5일 찍은 돌배꽃 모습입니다.

돌배나무의 연한 잎사귀와 꽃잎이 함께 피어나고 있다.

꽃잎을 막 터뜨릴 듯한 돌배꽃 봉오리 모습. 흡사 솜털과 같다.

돌배꽃이 참 아릅답네요. 새하얀 게 청초해 보입니다. 벚꽃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또다른 특별한 자태입니다.

돌배꽃은 연한 잎사귀와 꽃이 함께 나옵니다. 잎이 나오기 전에 피는 벚꽃, 목련 등과는 다르지요. 따라서 이들 꽃보다 늦게 핍니다.

또다른 특징은 꽃잎 모양이 둥급니다. 바로 밑의 사진 복숭아꽃(복사꽃)의 잎과 비교하면 모양이 확연히 다릅니다.

돌배나무 옆에 있는 복숭아나무 복사꽃. 연분홍색에 꽃잎 생김새가 다소 뾰족하다.

아래 돌배꽃 사진들은 4일 지난 9일 촬영했습니다. 완연해진 봄기운에 잎과 꽃이 함께 나왔습니다.

잎과 꽃이 함께 핀 돌배꽃 모습

순백색의 돌배꽃 모습

새하얀 색깔이 화사하다.

돌배는 시중에서 파는 일반 배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분명히 다른 과실입니다.

일반 배보다 크기가 작고 단단해 껍질에 까끌 거리는 석세포가 많아 생과로 먹기는 거북하지요. 주로 과실주로 담가 먹습니다.

기관지 질환, 혈압 조절 등 약용으로 사용합니다. 요즘 꽃을 피어 10월이면 초록색 열매가 연한 갈색으로 영글면서 수확을 시작합니다.

돌배나무(Pyrus pyrifolia)는 산간 마을의 야산 등에 널리 서식하며, 주로 계곡 주변이나 비옥한 산에서 볼 수 있습니다. 겨울 추위에도 잘 얼지 않고 대기오염 저항성이 좋아 도심에서도 잘 자랄 수 있습니다.

돌배나무의 나무 형태는 크고 아름다우며 봄에는 순백색꽃을 탐스럽게 피워 경관수로도 가치가 높습니다.

배와 돌배는 비슷한 듯하지만 다릅니다.

배는 옅은 갈색빛인데 돌배는 황색으로 생김새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돌배가 배보다 작고 표면이 거칩니다.

지난해 가을에 딴 돌배 모습

이상 정창현 기자

맛은 큰 차이가 납니다.

돌배는 모래 알갱이같이 서걱거리는 ‘석세포’가 많아 생과일로 먹기엔 께름칙합니다. 당도가 거의 없어 신맛이 주로 납니다. 따라서 효소를 만들거나 과실주를 담가 먹습니다.

특히 약용 성분은 돌배가 배보다 더 풍부합니다. 돌배는 가래, 천식 등 기관지 질환 및 혈압 조절에 효과가 좋습니다. 또 폐를 윤택하게 하고 심장을 맑게 해 염증을 완화합니다.

예부터 ‘산속에서 기(氣)를 수련하는 이들이 불로장생을 꿈꾸며 즐겨 먹은 과일’이라는 말도 전합니다. 산 속에서 자라고 열매가 열리고, 열매가 약이 된다는 의미이겠지요.

실제로 기침이 심할 때 돌배를 달여 먹으면 나아진다고 하네요.

최근엔 재배하는 일반 배보다 노화 방지에 좋은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고 심장병, 고혈압, 골다공증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 같은 성분으로 한방에서는 돌배를 독성 물질을 없애기 위해 외용(外用·약물을 먹거나 주사하지 아니하고 몸의 외부에 씀)을 하거나 어혈을 완화하는 데 활용했습니다.

예로부터 민간에서는 독버섯 중독, 구토 증세를 치료할 때 삶은 돌배의 즙을 먹었다고 전해집니다.

호남 지역에선 기침이 심할 때 돌배의 속을 비우고 꿀을 넣어 달여먹었고, 충청에선 더위를 먹었을 때 돌배 껍질 달인 물을 마시기도 했습니다. 또 탈장이 있을 때는 돌배나무 껍질을 달여서 마셨다고 합니다.

또한 줄기는 삶아서 즙으로 마시면 곽란(癨亂·체해 토하고 설사 하는 급성위장병), 토혈 치료에 좋고 잎을 짓찧어 바르면 탈장, 곽란 등의 치료를 돕는다고 전해 내려옵니다.

요즘은 건강에 좋아 유망 특용자원으로 재배한답니다. 또 최근 들어 돌배나무의 이 같은 효능 연구가 활발합니다.

마땅한 먹을 것이 없던 시절 심심풀이로 따 먹던 ‘돌배의 재발견’인 셈이지요. 요즘엔 몸에 좋다고 찾아서 먹는, 귀한 과일이 됐습니다.

열매는 물론 뿌리, 나무와 열매의 껍질, 줄기, 잎 등에서 다양한 기능성 물질을 발견한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유망 자원인 돌배나무류의 신품종을 육성하기 위해 지난 2004년부터 열매 형질이 우수한 나무를 선발하고 있습니다.

돌배나무는 ‘특용 나무’에 속합니다. 다양한 기능성 물질을 기반으로 약용과 건강식품으로 활용해 더 많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나무라는 뜻입니다.

지난 2010~2014년 알부틴(Arbutin)을 많이 함유한 나무를 선발해 산돌배 ‘산향’과 돌배나무 ‘석향’, ‘수향’을 신품종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개발한 신품종인 ‘산향’. 일반 배와 생김새가 다른다.

국립산림과학원이 개발한 신품종 ‘수향’

산향은 8월 초순에 수확할 수 있어 다른 돌배보다 수확 시기가 빠른 장점이 있고, 석향과 수향은 대장암, 피부노화 억제 효능이 있는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의 함량이 많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 특용자원연구팀은 돌배나무 열매 생산에 관한 ‘친환경적 재배관리법’, ‘수확 후 관리기술’ 개발에 초점을 두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 하네요.

좋은 돌배는 묵직하고 과육이 단단하며 향이 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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