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곳 ‘응급실 표류’ 끝 숨진 10대…빈 병상 있는데도 안 받았다
진료 거부한 병원에 지원금 잠정 중단, 과태료 등 제재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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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4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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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대구의 한 건물에서 추락한 10대가 2시간 넘게 이 병원 저 병원 응급실을 찾아다니다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환자 수용을 거부한 모든 의료기관이 행정처분을 받았다.
보건복지부는 4일 소방청, 대구시와 합동 현장조사 및 전문가 회의 결과를 토대로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거부’를 한 ▲대구파티마병원 ▲경북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에 응급의료법에 따라 행정처분을 한다고 밝혔다.
이들 의료기관은 시정명령과 함께 이를 완벽히 이행할 때까지 수억 원의 보조금 지급이 장점 중단되거나 수천만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사고 발생
이 사고는 지난 3월 19일 오후 2시 15분쯤 대구 북구에서 A(17) 양이 4층 높이의 건물에서 떨어져 우측 발목과 왼쪽 머리에 큰 부상을 입었다. 발견 당시 의식이 있었다.
긴급 출동한 구급대는 오후 2시34분 A 양을 동구의 대구파티마병원으로 이송했다. 하지만 병원은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이어 찾은 경북대병원 권역외상센터서도 받아주지 않았다. 응급환자가 많아 수용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후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두 차례 전화했지만 병상이 없고 다른 외상환자를 진료하고 있다며 받지 않았다.
하지만 복지부 조사 결과, 두 번째 의뢰 당시엔 병상이 하나 있었고 의료진 일손에도 여력이 있었다.
이어 방문한 대구가톨릭대병원과 계명대동산병원도 A 양을 받지 않았다.
결국 A 양은 구급차에 실린 지 2시간이 지난 오후 4시30분쯤 다른 병원으로 인계하는 과정에서 심정지 상태가 됐다. 구급대는 심폐소생술(CPR) 등을 하며 대구가톨릭대병원으로 다시 옮겼지만 이미 숨을 거뒀다.
119구조대원들이 환자를 병원 응급의료센터로 급히 옭기고 있다. 블로그 캡처
▶행정처분 내용
복지부는 이들 4곳 병원에 ▲병원장 주재 사례 검토회의와 책임자 조치 ▲재발방지대책 수립 ▲병원장 포함 전체 종사자 교육 ▲응급실 근무 전문의 책임·역할 강화 방안 수립 ▲119 구급대 의뢰 수용 프로토콜 수립 ▲119 수용 의뢰 의료진 응답대장 기록 등의 시정명령을 내렸다.
구급대가 가장 먼저 도착했던 대구파티마병원에서는 근무 중이었던 의사가 중증도를 분류하지 않고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등이 필요해 보인다는 이유로 다른 의료기관에 이송할 것을 권유했다.
구급대원이 외상만이라도 응급진료를 해줄 것을 부탁했으나 이 의사는 정신과적인 응급환자 진료를 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복지부는 이 병원에 공통 시정명령 외에 모든 응급환자는 환자분류소로 우선 진입시켜 중증도를 분류하고 정신건강의학과 365일 응급실 진료 협조체계 구축 등 시정명령을 추가로 이행하도록 했다.
또 6개월 간 응급의료기관 평가 보조금 4800만 원을 지급 중단하고, 22일 간 영업정지 수익에 해당하는 3674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두 번째로 이송됐던 경북대병원도 당시 권역외상센터에는 A 양을 수용할 병상이 있었고 진료 중이었던 다른 환자 중 상당수는 경증환자여서 거부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없었다.
복지부는 경북대병원에도 시정명령을 이행하는 6개월 동안 권역응급의료센터 및 권역외상센터에 지원하는 보조금 2억 2000만 원을 중단했다. 과징금 1670만 원도 부과했다.
계명대동산병원과 대구가톨릭대병원도 6개월 이내 시정을 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 기간 동안 지역 응급의료센터 보조금 4800만 원이 지급 중단된다.
계명대동산병원은 응급실에 두번 구급대원과 대구 119 구급상황관리센터가 전화를 걸어 A 양을 수용해 달라고 의뢰했으나 외상환자 수술이 시작됐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대구가톨릭대병원도 구급대원의 전화에 신경외과 의료진이 학회 참가 등으로 부재해 수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
복지부는 이번 사건이 119 구급대와 지역 응급의료체계 간에 큰 구멍이 있다고 보고 대구시에도 관련 제도를 개선하라고 했다. 지역 응급의료 자원조사를 기반으로 이송지침을 마련하고 응급의료체계와 관련한 협의체 구성과 운영을 권고했다.
아울러 지난 3월 발표한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 과제와 연계해 ▲이송 중 구급대의 환자 상태 평가 강화 및 이송 병원 선정 매뉴얼 마련 ▲의료기관의 환자 수용 곤란 고지 프로토콜 수립 ▲지역별 이송 곤란 사례를 검토하는 상설협의체 운영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