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일)은 '세계 꿀벌의 날'입니다. 꿀벌을 기리는 날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이채롭습니다. 더해 작년에 이어 올해도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니 찹찹함이 남다릅니다.
국제연합(UN)이 지난 2017년 12월 20일 세계의 '식량 생산'과 '생태계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꿀벌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지정한 날이라고 합니다.
이날은 유럽에서 가장 큰 양봉 국가인 슬로베니아의 저명한 양봉가인 '안톤 얀사(Anton Janša)'의 출생일을 기념한 날이라고 하네요. 슬로베니아는 앞서 2015년 유엔에 '벌의 날' 지정을 발의했습니다. 요즘처럼 꿀벌이 사라질 것을 예견한 듯해 경종을 울립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 중 70% 이상이 꿀벌의 수분(受粉·종자식물에서 수술의 화분(花粉·꽃가루)이 암술의 머리에 옮겨 붙는 것)으로 생산된다고 하니 예삿일은 아닙니다.
꿀벌은 기후와 약품 등 주변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환경지표종'으로 여깁니다. 따라서 꿀벌이 활발하게 날아다니는 곳은 생태계가 건강한 지역입니다.
최근 몇 년새 우리나라에서도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는 매우 불길한 소식이 연이어 들리고 있어 올해는 꿀벌을 대하는 마음이 유달리 더 달리 다가섭니다.
이에 최근엔 멸종위기 우려가 커지는 꿀벌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도처에서 벌을 보호하자는 활동과 행사가 펼쳐집니다. 말하자면 서식 환경 보존은 물론 개체 증식 등 꿀벌 생태계를 복원하자는 행동들입니다.
꿀벌 보호 활동은 일상에서도 실천할 수 있는데 꿀벌이 좋아하는 밀원식물(꿀과 꽃가루가 풍부한 진달래, 민들레 등) 심기와 각종 농약 덜 치기는 물론 오염 환경을 줄이기 위한 1회용품 사용 덜하기, 전력 사용 줄이기 등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도시 양봉을 장려하는 사회적 기업인 ‘어반비즈서울’은 꿀벌 보호운동은 물론 꿀벌의 날 행사를 해마다 열고 있다네요.
한화그룹은 태양광 전력을 활용한 탄소저감 벌집인 '솔라비하이브'를 개발해 전북 전주에 있는 국립 한국농수산대에 시범 설치해 꿀벌 4만 마리를 관리한다고 합니다.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으로 벌통 안의 온도와 습도, 먹이 상황을 관리하는 시스템인데, 꿀벌의 천적이 나타나면 감지해 침입을 차단하는 기능까지 탑재했습니다.
KB금융그룹도 지난해 ‘어반비즈서울’과 손잡고 서울 여의도 본관 옥상에 꿀벌 12만 마리가 서식할 수 있는 '도시 양봉장(K-Bee)'을 만들었습니다. 여의도는 윤중로 벚꽂과 드넓은 여의도공원이 있어 도심에서도 꿀벌이 살 수 있는 생태계가 상대적으로 나은 곳이지요. 강원 지역엔 꿀벌 먹이를 공급하는 '밀원숲'을 지난해부터 조성 중이랍니다. 4년간 헛개나무, 백합나무 등 10만 그루를 심는다고 합니다.
LS그룹도 구자은 회장이 서울 성북동 자택 뒤뜰에서 소일거리로 하던 양봉을 그룹 차원으로 확대해 경기 안성시의 LS미래원에 토종 꿀벌 40만 마리가 살 수 있는 벌통 26개를 설치했다고 합니다.
어디 여기뿐이겠습니까?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전국의 기업과 단체들이 밀원수 심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해외 기업들은 '세계 꿀벌의 날'을 계기로 우리보다 더 많은 양봉 지키기 운동을 합니다. 자동차 업체인 포르셰(독일)와 롤스로이스·벤들리(영국), 화장품 업체인 겔랑(프랑스) 등이 익히 알려진 곳입니다.
포르쉐는 양봉장을 마련해 꿀벌의 안전한 서식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포르쉐는 본사가 있는 독일 라이프치히 오프로드 주행 시험장 부지에서 300만 마리 꿀벌을 기르며 연간 400kg의 벌꿀을 생산합니다. 판매수익금을 꿀벌 보호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네요.
더 많은 기업이 동참했으면 합니다. 꿀벌은 부지럼함의 상징이어서 기업의 긍정 이미지 메이킹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최근 우리 사회가 기업들에 강하게 요구하는 'ESG 책임 경영'에도 맞아떨어집니다. ESG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며 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봄이면 꽃을 찾아 날아다니며 수정을 하고, 꿀을 따다 공급해 주는 것이 꿀벌의 너무 일상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했는데, 흔하던 꿀벌이 사라진다니 걱정이 슬슬 생깁니다.
꽃이 수정이 덜 되면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 아닙니까? 그러면 세계인의 식량 생산이 줄어들겠지요. 더 깊이 생각하면 오싹함마저 듭니다. 이미 꿀벌들의 고통은 물론이거니와 이로 인한 양봉업자들의 아우성은 비슷한 시그널을 주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아카시아꽃이 만발하는 이맘 때 이꽃 저꽃 꽃술에 달라붙어 꿀을 빨고선 쉼없이 꿀을 운반하는 꿀벌의 정취도 정녕 보기 힘들어진다고 생각하니 그야말로 삭막함이 와락 와닿습니다. 싱그러운 5월이면 맛보던 지난 시절의 추억들 아닙니까?
농촌진흥청과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으로 국내 양봉농가에서 키우고 있는 220여만 개의 봉군(벌통) 중 폐사한 꿀벌은 39만 봉군(전체의 17.2%)에 약 78억 마리로 전체 사육 꿀벌의 16%에 달합니다. 즉 꿀벌이 집단 실종되는 '벌집군집붕괴현상'이 일어났습니다.
벌집군집붕괴현상은 무리를 지어 사는 꿀벌 군집이 갑자기 사라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당시 정부 합동조사에서는 ▲꿀벌 실종사태의 원인으로 꿀벌 응애(벌레)와 같은 해충 ▲과도한 살충제 사용 ▲말벌에 의한 피해 ▲이상기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하지만 명확한 이유는 설명하지 못했지요.
꿀벌은 식량 생산과 생태계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재배하는 작물 1500여 종 중 꿀벌이 수분 매개하는 종은 30%에 달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주요 작물 중 꿀벌이 수분 매개를 담당하는 종은 71종일 정도로 식량 공급에 중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인류 멸망의 시나리오 중에 하나로 꿀벌이 사라지는 경우가 포함돼 있다는 걸 알고 계시나요? 실제로 유엔은 전 세계 야생벌의 40%가 멸종 위기에 처했고, 오는 2035년에는 꿀벌이 영영 사라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실제 꿀벌이 사라지면 특정 식물 종에 의존하는 초식동물이 먼저 영향을 받는데 이 식물이 사라진다는 말니다. 이로 말미암아 꿀벌의 수분에 의지해 번식하는 식물과 이를 먹는 많은 동물이 감소하게 되고, 결국 고기 생산량의 감소로 인간의 식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죠.
꿀벌의 실종 사태는 특별한 어느 하나가 이유인지, 종합적인 원인 때문인지는 아직 알길이 없습니다. 다만 어떤 경우건 환경의 변화 때문인 것만은 맞습니다.
이에 1차적으로 산림 당국과 지자체를 중심으로 밀원수 심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꽃이 많이 피어야 꿀벌이 많이 생긴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지구의 생태계가 무너져가면 이런 수고도 소용이 없겠지요.
요즘 지구가 여기 저기서 자꾸 병치레를 하는 것이 많아지는 게 수상쩍습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자리를 할 것으로 보이던 일상의 꿀벌도 사라진다니 겁이 납니다. 지구의, 인간의 멸망이 혹여 사라지는 꿀벌에게서 시작될까 하는 생각이지요.
꿀벌이 사라지면 꽃가루 수정은 AI가 하는 시대가 오게 될까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정말로 내키지 않는 생각입니다.
꿀벌은 작지만 생태계의 수호자입니다. 100대 농작물의 70% 이상이 꿀벌의 수분으로 생산될 정도라니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꿀벌은 꼭 지켜내야 합니다.
무엇보다 꿀벌은 대표적인 환경 지표종입니다. 꿀벌이 활발하게 서식하는 곳은 생태계가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지역입니다.
하지만 온실 가스에 따른 지구온난화로 인한 급격한 기후변화와 농약 과다 사용 등 환경 파괴가 꿀벌을 멸종 위기로 내몰고 있습니다. 농약의 경우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고 벼, 과수 등에만 효과를 배가시키는 쪽으로만 약품을 개발해 꿀벌에게 더 취약한 것이란 주장도 나옵니다.
꿀벌을 살리는 묘안들을 만들어내야 하겠습니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꿀벌 개체수가 급감하자 꿀벌에 대한 사회 관심과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벌집군집붕괴현상(CCD·Colony Collapse Disorder), 꿀벌의 경고에 응답하라'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벌집군집붕괴현상을 막기 위한 가장 근본 방법으로 꿀벌의 건강한 서식지를 만들어주는 것을 제언했습니다. 꿀벌이 꿀을 채취할 수 있는 밀원식물을 심고 밀원숲을 조성하는 것이 1차적으로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일단 가장 가까운 해결책부터 하나씩 시작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