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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업무 공공기관 직원 250명, 보조금 받고 태양광 장사했다···감사원, 신재생에너지 감사 발표

안면도·새만금 신재생에너지사업 등 비리 적발
"산자부 과장, 틀린 유권해석-지자체장, 동문 업체 특혜"
"한전·개발사 등 미공개 내부정보 이용 사적이익 확인"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6.13 18:59 | 최종 수정 2023.06.13 20:53 의견 0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편승해 부당한 이득을 챙긴 사례가 무더기로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신재생에너지 사업 인·허가 업무를 하는 공공기관의 임·직원들은 자신이 태양광 사업을 하며 보조금을 챙겨갔고, 신재생에너지 사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간부들은 민간 업체와 유착해 편의를 봐줬다. 또 에너지 이용 효율을 늘리는 ‘스마트 계량기’ 사업을 사실상 독점한 민간 사업자는 서류를 조작해 500억원의 보조금을 부당 수취했다.

야산을 깎아 만든 태양광발전소 모습. 기사와 관련 없음. 경남도 제공

감사원은 13일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실태’ 감사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 관련 업무를 하는 한국전력 등 공공기관 8곳의 임·직원 250여명이 본인이나 가족 명의로 태양광 사업을 하는 것으로 확인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 중 비위가 확인되는 사례는 수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감사원은 "최근 4∼5년간 40㎿ 초과 규모 발전사업 중 특혜·비리 의혹이 있었던 사업에 위법·부당 사안이 있었는지 집중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는 최종 감사 결과가 아니고 중간 단계에서 일부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최종 감사 보고서는 수개월 뒤에 공개된다.

산자부와 한전(발전 자회사 포함) 등 산하의 신재생에너지 관련 공공기관들은 '임·직원이 태양광 사업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내부 규정이나 '외부 사업을 겸직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부 규정을 어겼다.

하지만 250여명은 이런 내부 규정을 어기고 소속 기관에 알리지 않은 채 태양광 사업을 본인 명의나 차명으로 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적발된 공공기관 임·직원 중에는 2개 법인을 만든 뒤 법인을 통해 발전 용량 4000kW(킬로와트)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한 경우도 적발됐다. 개인사업자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최대 한도인 100kW의 40배 규모다.

또 태양광 사업 관련 업무를 하는 자리에 있으면서 개인적으로 사업을 하거나 미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챙긴 경우도 확인됐다.

한 공공기관의 태양광 사업 담당 직원은 태양광 발전소가 연계되는 선로의 여유 용량에 관한 내부 정보를 이용해 배우자 명의로 인근에 부지를 매입한 뒤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해 운영해 수익을 챙겼다.

일반인들이 ‘태양광 보조금’을 받기 위해 서류를 위조한 경우가 다수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는 개인이 소규모로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면 여기에서 생산된 전력을 한국수력원자력 등 발전 사업자가 고정 가격으로 사 주는 ‘한국형 FIT(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지난 2018년부터 시행했다.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에게 사실상의 보조금을 주는 정책이다.

이 정책 보조금은 발전 용량 30kW 미만의 소규모 시설 소유자만 받을 수 있으나 농·축산·어업인의 경우 그 3배가 넘는 100kW 시설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감사원은 "많은 개인 사업자가 농업인으로 인정 받아 100kW까지 보조금을 더 받기 위해 농업인 증빙서류를 위조했다"면서 "말소된 내용이 담긴 증빙 서류를 제출하거나 농업인 자격을 중간에 상실했는데도 자격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허위로 신고하는 등의 수법도 동원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700여 건의 이런 사례를 확인해 조사 중이다.

대규모 태양광 발전 사업에서 공무원의 특혜·비리 의혹도 발견됐다.

감사원은 특혜·비리 의혹이 있는 대규모 사업 4건을 점검해 지방자치단체장과 중앙부처의 전직 간부급 공무원 등 13명을 직권남용과 사기, 보조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기관에 수사 요청했다.

이들의 비리 행위를 도운 민간 업체 임·직원 등 25명의 자료도 함께 보냈다.

감사원은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정부 지원 정책에 편승한 도덕적 해이 사례를 엄단한다”는 목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신재생 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감사원이 감사 도중 한국전력, 한전 발전자회사, 지자체 공무원 등의 건강보험 가입 이력 자료를 받았다고 설명했었다. 수익의 증감을 살피겠다는 말이다.

□대표적인 부당 사례

▷충남 태안군 안면도 태양광발전소 허가

감사원은 민간 주도 국내 최대 태양광 발전단지(300㎿ 규모)로 추진된 충남 태안군 안면도 태양광발전소 허가 과정에서의 민간 업체-산업부 공무원간 유착 비리를 적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모 태양광 개발 기업은 지난 2018∼2019년 안면도 발전소 건설 계획을 추진했으나 개발하려는 부지의 3분의 1가량이 '목장용지'로 돼 있어 토지 용도 변경이 필요했다.

이 기업은 지역 주민 등의 반대로 태안군에서 전용 허가가 나지 않자 산자부에서 유권해석을 받아 해결하기로 했다.

이 기업 관계자는 자신이 알던 당시 산자부 과장 A 씨에게서 다른 산자부 담당 과장 B 씨를 소개 받아 '중앙부처가 용지 전용이 가능한 시설인 것으로 판단해 달라'고 청탁했다. A 과장과 B 과장은 행정고시 동기다.

이에 2019년 1월 B 과장은 부하 사무관을 시켜 '산지관리법에 따르면 이 태양광발전 시설이 용지 전용이 가능한 중요 산업시설에 해당한다'는, 틀린 내용의 유권해석을 만들어 태안군에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A 과장은 퇴직 후 이 기업 대표로 취임했으며, 이후 태안군 공무원으로부터 이 사업 종료 후 원상복구 조건을 면제받았다. 감사원은 "이 부지가 목장용지에서 잡종지로 바뀌면서 공시지가만 전보다 100억 원이 뛰었다"고 설명했다.

개발 업체는 또 허가 지연 때 내야 하는 지연 이자 45억원을 내지 않게 됐고, 향후 원상복구에 드는 비용 7억 8천만원도 아꼈다고 덧붙였다.

B 과장도 이 기업의 협력업체 전무로 재취업했다.

국내 최대 태양광 발전단지(300㎿ 규모)인 충남 태안 안면도 태양광 개발사업 부지. 감사원 제공

▷군산시장은 고교동문 업체에 입찰 특혜

감사원은 전북 군산시가 2020년 10월 태양광 사업(99㎿ 규모) 건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때 강임준 군산시장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기업에 특혜를 줬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강 시장이 C 사가 연대보증 조건을 갖추려는 의지가 없는데도 이 문제를 해결해주라고 직원에게 지시하는 등 계약을 밀어붙였다고 지적했다. 연대보증은 이 사업의 자금조달을 담당한 금융사가 내건 조건이었다.

결국 금융사가 연대보증 없이는 계약할 수 없다고 통보했고, 군산시는 최소 연 1.8%포인트(p)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한 다른 금융사와 자금 약정을 했다. 감사원은 이 때문에 향후 15년간 군산시에 약 110억 원의 이자 손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새만금 태양광발전 사업 현장. 감사원 제공

감사원은 군산시가 이 업체에 유리하게 할 의도로 기존 99㎿ 규모 사업을 각각 49㎿씩인 2개 공구로 분할도 했다고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는 "시장 측은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지만 기존 입찰 자격에도 지역 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요건이 많이 마련돼 있었다"며 "특정업체와 계약하려고 규정을 무시하고 수단을 총동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마트계량기 업체, 허위 기술평가서로 보조금 500억 더 받아

감사원은 허위 기술평가서를 제출해 대규모 국고보조금을 받은 업체도 적발했다.

D사는 2020∼2021년 3차례에 걸쳐 산자부가 총괄하는 스마트계량기 보급사업에 참여했다. 하지만 기술평가 자격이 없는 업체에 기술감정 평가를 맡겨 500억원 상당의 보조금을 부당하게 받았다.

▷전북대 교수, 개발업체 주주명부 조작하고 사업 규모 부풀려

감사원은 개발업체의 주주명부를 조작하고 사업 규모를 부풀려 지역 풍력사업을 추진 허가를 받은 전북대 E 교수를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E 교수는 전북에 100㎿ 규모의 풍력사업을 추진하겠다며 풍력 분야의 권위자가 자기 회사를 100% 소유한 것으로 주주명부를 조작하고 투자기관의 투자 계획을 부풀려 사업 허가를 받았다.

이어 사실상 자기 가족 소유인 사업시행사(SPC)를 설립, SPC가 E 교수 회사의 발전사업을 넘겨받는 인가를 신청하면서 개발비와 자금 조달 계약을 부풀렸다.

E 교수는 자본금 1억 원으로 세운 이 SPC를 지난해 6월 5천만 달러에 중국 업체에 팔아넘기는 계약을 했다. 이 계획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알려지면서 계약이 철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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