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남 고성군에서 보도자료를 고쳐 두 번을 보내면서 "죄송하다. 서툰 부분이 많아···"라고 썼더군요.

기자는 읽는 순간 거꾸로 참 고마운 문구라며 흐뭇해 했습니다. 왜냐고요? 지(자기) 잘난 체 하는 요즘 세상에 이런 문구를 보기란 어렵거든요. "다음부터는 실수없이 보내겠다"는 문구에서는 엔돌핀까지 나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누구나 기자와 비슷한 느낌일 겁니다.

내용을 고쳐 다시 보낸 보도자료

처음에 보낸 보도자료 캡처

우리는 어떤 일을 하다가 되돌아보면 처음에 한 것이 가장 잘했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첫 일을 할 땐 경험이 없거나 적어 다소 어수룩하고, 바짝 긴장해 일에 임합니다. 일을 끝내놓아도 뭔가 부족해 보이고 빠진 듯합니다. 찜찜하지만 자신의 능력으론 더 다듬기 어려운 한계상황임을 느낍니다.

그런데 같은 일을 수차례 한 다음, 처음에 한 것을 재점검해 보면 지금보다 결코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합니다. 한 두번이 아니지요.

그런데 가장 위험하거나 실수가 많고 허술해질 때가 언제인지를 아시는지요? 조금 알만 할 때입니다. 뭔가 부족해는 보이지만 여유도 생기는 시기입니다. 운전면허를 딴 1~2년, 즉 차를 몬 지 1~2년에 사고가 가장 많이 난다지요.

며칠 전 한 노부부가 LG전자 벽걸이 에어컨을 한번의 고장 없이 45년을 쓰다가 LG전자에 기증했다는 기사를 썼습니다. 물론 LG전자의 제품이 야무지다는 평은 있지만 당시 이 에어컨을 만들 때 정성을 들여 만들었겠다는 생각입니다.

모든 일이 다 그렇습니다. 처음 할 때가 최고 잘 한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못할 때가 조금 알 무렵인데, 성공을 하는 사람은 이 때 바짝 조여 한 두 단계를 더 뛰어넘지요. 토끼와 거북이 경주나 베짱이와 개미의 우화가 다 이런 얘기입니다.

수십 년이 지난 '달인 경지'가 되면야 눈대중으로 해도 상당 수준이 되겠지요.

아마 오늘 보도자료를 보낸 고성군 직원분은 이번 7월 인사 이동에서 공보실로 새로 온 분으로 여겨집니다. 군청 내에서 상대적으로 글을 잘 쓴다는 평을 들었겠지요.

저 정도의 예의를 갖추는 분이라면 얼마 안 가 큰 발전이 있겠단 생각을 합니다. 옷깃을 여미는 사람은 준비를 잘 하는 타입이 많습니다.

기자에게 좋은 호르몬을 내게 한 이 직원분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세상 일들 별 것 아니고 며칠 만, 몇 번 만 더 하면 다 몸에 익는다"고 감히 한 말씀 드립니다. 한 두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군사 일을 하는 곳에선 항시 있는 일)란 한문구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