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속담 순례] '칠석에 물 지면 원남 속곳 풀 할 쌀도 없다'(8)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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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2 17:19 | 최종 수정 2023.08.2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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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업을 중시하는 더경남뉴스가 농업과 어업과 관련한 속담(俗談)을 찾아 그 속담에 얽힌 다양한 의미를 알아봅니다. 속담은 민간에 전해지는 짧은 말로 그 속엔 풍자와 비판, 교훈 등을 지니고 있지요. 어떤 생활의 지혜가 담겼는지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칠석에 물 지면 원남 속곳 풀 할 쌀도 없다'는 속담은 젊은 분들이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속담입니다. '물 지다', '원남', '속곳'도 낯설고 쌀로 풀을 한다는 것도 생소합니다.
이 속담은 칠월칠석(음력 7월 7일) 무렵에는 벼 이삭이 만들어지는데 이때 논이 침수되면 피해가 커 벼의 수량이 감소된다는 뜻입니다.
원남은 한자로 원남(原男)인데, 본남편을 뜻합니다. 속곳은 요즘 말로 겉옷 안에 입는 속옷(내의)입니다.
그런데 굳이 '원남 속곳 풀 할 쌀'이라고 했을까요. 가장 중요한 지아비의 속옷을 강조한 것입니다. 옛날엔 무명이나 명주옷에 빳빳해지라고 풀을 쑤어 먹였지요. 보통 밀가루를 썼는데 이 속담에선 이보다 귀한 쌀을 갖고 왔네요.
한편으론 이 속담이 여성 입장이 아니라 가부장 입장에서 생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속곳은 여자의 경우 상의엔 가슴가리개, 속적삼, 속저고리를 입고 하의로는 다리속곳, 속속곳, 단속곳, 속바지, 너른바지, 무지기치마, 대슘치마를 입습니다. 남자는 속적삼과 속고의, 등거리적삼, 잠방이를 속에 받쳐입습니다. 대체로 겉옷을 많이 껴입어 저고리도 사실상 속옷으로 칩니다.
이 속담 해석에는 벼농사 전문용어도 나옵니다. 알아두면 좋습니다.
수잉기(穗孕期·이삭을 잉태하는 시기)란 출수하기 약 보름 전부터 출수 직전까지이며 지엽(枝葉·벼 줄기 끝마디에서 마지막으로 나온 잎)의 엽초(葉鞘·잎자루가 칼집 모양으로 되어 줄기를 싸고 있는 것)가 어린 이삭을 밴 채 보호하고 있는 때입니다.
출수기(出穗期)란 말도 나오는데 벼의 이삭 목마디 사이가 자라 지엽의 잎집에서 이삭이 나오는 시기입니다. 즉 이삭이 펴는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