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매체들 "한국 야당 일본 오염수 정치적 악용"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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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6 21:53 | 최종 수정 2023.08.26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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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시작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은 ‘처리수’로 표현) 방류와 관련해 유럽 등 서방 언론의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24일(현지 시각) ‘일본 계획이 주변의 화를 부르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과 한국 좌파진영의 비판이 특히 거세다. 이들의 항의는 무엇보다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매체는 이어 “한국의 보수 정부는 계획이 과학적·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고 한국 과학자들도 한국 수역에서 측정 가능한 정도의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며 “그럼에도 많은 한국인들이 공포에 떨고 있고 좌파 진영 야당 민주당이 이를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독일 프리드리히 나우만재단의 프리데릭 슈포어 한국 사무소장은 이 매체에 “후쿠시마 문제에서 이것은 순전히 반일주의”라며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일본에 굴복했다고 비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매체는 “이번 문제가 중국 지도부 입장에서도 적절한 타이밍에 터졌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반일 선전이 학교 교육 등에서 중국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데 활용되고 있고, 중국이 한일 사이를 갈라놓는 데 한국 내 야당의 반발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다만 “팩트(사실)로 비판에 맞서는 건 일본의 손에 달렸다. 도쿄전력은 삼중수소 처리에 있어서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독일의 유력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일본 방류 오염수는 철저히 여과되고 희석됐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무해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이 매체는 이어 "한국과 중국의 식료품 생산 업체의 상대적인 수혜 예상으로 주가가 급등한다"며 “다른 국가 생산업자들이 일본 방류의 수혜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노버 방사선생태학 및 방사선방호연구소의 클레멘스 발터 교수는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과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해안 생선에는 문제가 없고 오히려 핵연료 재처리 시설이 있는 프랑스 북부 연안에서 잡은 물고기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프랑스 북부 라 헤이그에 건설된 사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에서는 매년 수백 만L의 오염수를 배출하고 있는데 삼중수소나 세슘137 등 방사성 물질의 양이 후쿠시마 바다에 배출되는 것보다 훨씬 많다는 말이다.
또 독일 공영방송인 ZDF는 프랑스 라 헤이그 지역을 포함해 영국 셀라필드, 중국 양장, 한국의 부산 고리 등 바다와 인근에 들어선 원전 사례를 언급하며 “원전이 냉각수를 바다로 보내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라고 했다.
영국 BBC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중국의 현재 반응은 건강에 대한 우려뿐 아니라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있다”며 “일본이 미국과 더 가까워지고 대만을 지지하면서 최근 몇 년간 중국과 일본 관계는 악화일로였다”고 보도했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의 중국외교정책 전문가인 닐 토머스는 이날 BBC에 “이번 오염수 사건은 중·일 관계 악화의 ‘원인’이기보다 ‘증상’에 가깝다”며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로) 중국 수입 업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수입 금지 조치가 비교적 좁은 범위에서 단기간 진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정부의 소통 방식을 비판하는 보도도 나왔다.
독일 시사주간지인 슈피겔은 “삼중수소 농도는 무해해 보인다”고 전제하면서도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어민들의 이해 없이 방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이를 어겼고, 아베 신조 전 총리는 도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후쿠시마가 통제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사실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