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 속담 순례] '염소 물똥 누는 것 보았나'(7)
정창현 기자
승인
2023.10.05 14:35 | 최종 수정 2023.12.0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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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업을 중시하는 더경남뉴스가 농축업과 어업과 관련한 속담(俗談)을 찾아 그 속담에 얽힌 다양한 의미를 알아봅니다. 속담은 민간에 전해지는 짧은 말로 그 속엔 풍자와 비판, 교훈 등을 지니고 있지요. 어떤 생활의 지혜가 담겼는지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염소 물똥 누는 것 보았나'는 '어떤 일이 절대로 일어나거나 있을 수 없는 일을 이를 때 쓰는 속담입니다.
염소, 즉 흑염소는 가축 가운데 가장 모질게 살아갑니다. 못 먹는 게 없다는 말처럼 닥치는대로 먹습니다. 다른 가축에 비해 먹성이 좋다기보다 물이든 마른 나뭇가지든 가리지 않고 먹어치웁니다.
흑염소 떼가 한두 번 지나가면 남아 나는 것이 없을 정도로 싹 '청소'를 한다지요. 흑염소가 똥을 누는 것을 보면 검은 열매씨를 엉덩이에서 뱉어내듯 쏟아냅니다. 전혀 진똥이 아니지요.
흑염소는 온갖 것을 먹으니 몸 보신에 좋다고 합니다. 이래서 요즘 반려동물인 개를 활용하는 보신탕이 점점 사라지면서 흑염소 요리가 인기입니다. 여러 것을 거리지 않아서인지 흑염소 고기를 먹어보면 약간의 노린내가 납니다.
흑염소 고기는 지방질이 거의 없습니다. 왕성한 활동성 때문입니다. 흑염소 요리를 하면 나오는 기름(지방)은 소나 돼지 기름처럼 몸에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안 먹거나 못 먹는 것이 없어 보신 즉, '약효'가 많다고 소문이 나 있지요.
진주여고 출신으로 대하역사소설 '토지'를 썼던 박경리 작가는 소설 '김약국의 딸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땟물이 주룩주룩 흐르는 수건으로 귀를 싸맨 곰보가, "얌생이(흑염소) 물똥 싸는 거를 봤나? 그 자식 술 사는 거를 봤나? 어림도 없는 소리다"
이 문구는 흑염소는 워낙 식성이 다양해 위가 튼튼하다는 말과 통합니다. 위가 튼튼해 식성이 좋은 것이지요. 이런 흑염소가 설사를 할 리가 만무합니다.
그런데 요즘엔 사료를 많이 먹여 키워 설사를 하는 경우가 잦다고 합니다. 흑염소가 설사를 하면 치명적일 경우가 많답니다.
'위가 좋아 잘 먹는다', '설사를 하면 치명적이다'. 이 둘을 놓고 보면 역설적입니다.
흑염소가 설사를 하다니요? '염소 물똥 누는 것 봤나'는 속담도 이젠 바뀌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