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현장] "주사 놓기 참 힘드네요"···시작된 럼피스킨병 백신 접종, 축산 농가의 아우성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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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1 21:33 | 최종 수정 2023.11.0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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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장 바로 인근에 럼피스킨병이 확진돼 백신 접종 주사를 놓는데 정말 힘드네"
지난달 29일 강원에서 처음으로 럼피스킨병이 확진된 강원 고성군 죽왕면 축산농장주 김건영 씨(63)는 이 같은 고충을 기자에게 전했다. 김 씨는 소 150여 마리를 길러 50마리 이상은 공수의사가 아닌 농장주가 직접 백신 주사를 놓아야 했다.
1일 럼피스킨병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수입한 백신이 이날 전국 모든 지자체에 공급되면서 경북과 제주를 뺀 전국으로 확산한 럼피스킨병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방역 규정에 따라 50마리 이하 농장에는 공수의사가 백신 주사를 놓아주지만 그 이상 사육 농가는 농장주가 직접 주사를 놓아야 한다. 공수의사 수가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다. 농장주가 직접 접종을 해야 하는 소는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하지만 백신 접종 농가주들은 접종이 쉽지 않은 작업이라며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축산 농가들의 고충은 소의 피부와 근육 간에 놓는 주사 접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백신 접종은 소의 목 부위 피부를 잡아당겨야 해 피부를 잡을 때나 주사 바늘을 피부와 근육 사이를 찌르면 순간 소가 날뛰어 주사 바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공수의사가 놓는 농가도 사정은 비슷하다. 수십년 경력의 공수의사도 주사를 놓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한다.
주사를 놓을 때 놀란 송아지가 축사를 탈출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한 마리를 주사하는 데만 30분 이상이 걸리는, 속이 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소 한 마리를 일일이 잡거나 한쪽으로 몰아서 주사를 놓아야 해 옆에서 도움을 줘야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특히 고령 농장주는 혼자 주사를 놓다가 다칠 우려도 크다.
40년간 소를 사육을 해온 김건영 농장주는 "그동안 소 근육주사를 자주 놔 봤지만 피하지방에 주는 주사는 처음이어서 무척 힘들다"고 고충을 말했다. 김 농장주는 "주사를 놓은 교육도 세심하게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방역 당국은 오는 10일까지 전국 모든 소에 백신 접종을 끝낼 계획이지만 제대로 마쳐질지 우려되고 있다.
한편 방역 당국과 각 지자체는 현장에서의 접종 어려움 호소가 잇따르자 긴급히 접종 요령 전파에 나섰다.
접종 요령은 백신은 반드시 2~8도에서 보관해 얼지 않게 해야 한다. 접종할 땐 접종 30분 전에 꺼내 희석액 5ml를 동결건조 백신과 혼합하고, 백신 용액을 희석액 병에 넣어 접종해야 한다.
한번 개봉한 백신은 가급적 당일 사용해야 하며 접종 용량은 마리당 2ml를 피하에 접종해야 한다. 피하접종을 하지 않으면 면역 형성이 안 된다.
접종 때는 소가 최대한 안정된 상태에서 접종해 가축과 접종자의 부상 등 안전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접종 거부반응도 나타날 수 있다.
럼피스킨병 백신은 살아있는 바이러스의 독성을 약화시킨 백신이어서 일부 소에서 경미한 접종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접종 후 목, 머리 등 백신 접종 부위 근처에 0.5~2㎝의 결절이 생기거나 부분적인 염증과 발열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2~3주 안에 없어진다.
백신 접종으로 소가 죽거나 부상을 당하면 전액 보상을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