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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스럽다"는 비난에 카카오의 뒤늦은 반성과 다짐···김범수 창업자 "카카오 이름까지 바꿀 각오로 임하겠다"

김 창업자 2년 10개월 만에 임직원들과 대화
사내 간담회 '브라이언톡'서 조직 쇄신 밝혀

정창현 기자 승인 2023.12.11 12:29 | 최종 수정 2023.12.12 08:43 의견 0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이자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11일 최근 '사세 확장이 탐욕스럽다'는 지적과 관련해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 경영진의 비위 의혹과 도덕적 해이 등으로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빠지자 창업자가 직접 임직원 앞에 나와 수습에 나선 것이다.

김 창업자는 이날 오후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아지트에서 열린 사내 간담회인 ‘브라이언톡’을 갖고 그간의 조직 행태에 대한 반성과 함께 향후 다짐을 했다. 김 창업자와 임직원들의 대화는 지난 2021년 2월 이후 2년 10개월 만이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이자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11일 오후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아지트에서 사내 구성원들에게 쇄신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카카오 제공

김 창업자는 먼저 "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카카오를 설립해 크루들과 함께 카카오톡을 세상에 내놓은 지 14년이 되어 간다"며 "'무료로 서비스하고 돈은 어떻게 버냐'는 이야기를 들었던 우리가 불과 몇 년 사이에 '골목상권까지 탐내며 탐욕스럽게 돈만 벌려한다'는 비난을 받게 된 지금의 상황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반성했다.

그는 "열정과 비전을 가진 젊은 CEO들에게 권한을 위임해 마음껏 기업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 같은 실리콘밸리 창업기업들의 성장 방식이 짧은 시간에 많은 성공을 만들어냈다"며 "카카오와 계열사는 스타트업이 아닌 재계 서열 15위인 대기업으로 이제 그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카카오는 지금 좋은 기업인지 의심받고 있다. 카카오의 세상을 바꾸려는 도전은 누군가에게는 위협이자 공포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김 창업자는 향후 카카오가 가야 할 길도 제시했다.

그는 "과거 10년의 관성인 확장 중심 경영전략을 리셋하고, 기술과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자 한다"며 "모든 사업을 숫자적 확장보다 부족한 내실을 다지고 사회의 신뢰에 부합하는 방향성을 찾는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김 창업자는 "그룹 내 거버넌스(관리 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관련 "느슨한 자율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카카오로 가속도를 낼 수 있도록 구심력을 강화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며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영어 이름 사용, 정보 공유와 수평 문화 등까지 원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난 11월 20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열린 카카오 4차 공동체 경영회의에서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가운데)과 주요 공동체 CEO 등 20여 명이 참석해 전주에 진행된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 단체 간담회에 따른 후속 조치와 준법과 신뢰위원회 관계사 협약 관련 논의를 했다. 카카오 제공

■다음은 11일 사내 간담회에서 밝힌 ‘브라이언톡’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브라이언입니다.

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카카오를 설립해 크루들과 함께 카카오톡을 세상에 내놓은 지 14년이 되어갑니다. ‘무료로 서비스하고 돈은 어떻게 버냐’는 이야기를 들었던 우리가 불과 몇 년 사이에 ‘골목상권까지 탐내며 탐욕스럽게 돈만 벌려한다’는 비난을 받게 된 지금의 상황에 참담함을 느낍니다.

기술과 자본이 없어도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플랫폼 기업을 만들고자 했고, 이를 위해 열정과 비전을 가진 젊은 CEO들에게 권한을 위임해 마음껏 기업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창업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 방식이 한국에서도 작동하길 바랐고 실제로도 카카오와 카카오 계열사들은 짧은 시간에 많은 성공을 만들어냈습니다.

성장 방정식이라고 생각했던 그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저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더 이상 카카오와 계열사는 스타트업이 아닙니다. 자산 규모로는 재계 서열 15위인 대기업입니다. 규모가 커지고 위상이 올라가면 기대와 책임이 따르기 마련인데 그동안 우리는 이해관계자와 사회의 기대와 눈높이를 맞춰오지 못했습니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이 되고자 했으나 지금은 카카오가 좋은 기업인지조차 의심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들려는 ‘더 나은 세상’에 대해 기대보다는 우려가 커지고, 카카오의 세상을 바꾸려는 도전은 누군가에게는 위협이자 공포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우리를 향한 기대치와 그 간극에서 발생하는 삐그덕대는 조짐을 끓는 물속의 개구리처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까지 이르게 된 데 대해 창업자로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제 카카오는 근본적 변화를 시도해야 할 시기에 이르렀습니다. 새로운 배를 건조하는 마음가짐으로 과거 10년의 관성을 버리고 원점부터 새로 설계해야 합니다.

계열사마다 성장 속도가 다른 상황에서 일괄적인 자율경영 방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습니다. 투자와 스톡옵션과 전적인 위임을 통해 계열사의 성장을 이끌어냈던 방식에도 이별을 고해야 합니다. 지금 이 시점에 카카오가 사회와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와 눈높이를 맞추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분적인 개선과 개편으로는 부족합니다. 과거와 이별하고 새로운 카카오로 재탄생해야 합니다.

저는 경영쇄신위원장으로서 의지를 가지고 새로운 카카오로의 변화를 주도하고자 합니다. 항해를 계속할 새로운 배의 용골을 다시 세운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재검토하고 새롭게 설계해 나가겠습니다.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습니다.

우선, 확장 중심의 경영전략을 리셋하고 기술과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현재 시점의 시장 우위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화 가능할지의 관점으로 모든 사업을 검토하고 숫자적 확장보다 부족한 내실을 다지고 사회의 신뢰에 부합하는 방향성을 찾는데 집중하겠습니다.

그룹 내 거버넌스 역시 개편하겠습니다. 느슨한 자율 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카카오로 가속도를 낼 수 있도록 구심력을 강화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카카오의 기업 문화 역시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과거에 말씀드린 적 있듯이 ‘문화가 일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기에, 현재와 미래에 걸맞은 우리만의 문화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영어 이름 사용, 정보 공유와 수평 문화 등까지 원점에서 검토가 필요합니다.

더불어 새로운 배, 새로운 카카오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세워가고자 합니다. 2024년부터는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고, 쇄신의 진행 상황과 내용은 크루들에게도 공유하겠습니다.

우리에겐 시간이 많지 않기에 지체하지 않고 새로운 카카오로 변화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고, 희생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한 과정이 될 수 있지만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 여정에 카카오와 계열사 크루 여러분들이 함께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경영진들도 단단한 각오로 임해주시길 요청합니다. 저부터도 부족한 부분에 대한 날선 질책도, 새로운 카카오 그룹으로의 쇄신에 대한 의견도 모두 경청하겠습니다.

지금의 이 힘든 과정은 언젠가 돌아보면 카카오가 한 단계 더 크게 도약하는 계기로 기억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모바일 시대에 사랑받았던 카카오가 AI 시대에도 다시 한번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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