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딸기 실종사건] '금값 딸기' 무려 2t 밤새 사라졌는데···경찰은 보름 후 늑장수사로 비난 쏟아져
농사일 아는 사람 새벽에 범행 추정
꿈뜬 경찰 여론 들끓자 "CCTV 분석 중"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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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6 22:23 | 최종 수정 2024.01.17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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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전 경남 김해에서 요즘 '금값 딸기'로 불리는 2t이 밤새 감쪽같이 사라졌다. 하지만 경찰은 무려 보름이 지나서야 피해 조사에 나섰다. 당연히 경찰을 향한 늑장 수사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딸기 실종사건의 전말을 알아본다.
16일 김해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김해시 한림면 시산·가동리 여러 농가의 딸기 시설하우스 11동에서 기르던 딸기가 밤새(12월 31일~1월 1일) 한꺼번에 도둑을 맞았다. 이들 비닐하우스는 마을에서 500m 정도 떨어져 있다. 공판장에 출하하기 위해 딸기를 담아 놓은 박스는 물론 딸기를 직접 따갔다.
피해 물량은 딸기 시설하우스 8개 농가의 11동에서 2t가량이다. 피해액만도 2500만 원을 넘는다. 현장 인근에 있는 CCTV는 비닐하우스 쪽이 아니라 마을 쪽 도로에 설치돼 있었다.
피해 농민들은 절도 발생 다음 날인 지난 2일 인근 파출소와 면사무소에 신고했다.
그런데 경찰은 절도 발생 사실을 신고받았지만 곧바로 수사에 나서지 않고 지역 농가 순찰 활동만 벌인 소극적인 행태를 보였다.
이 사실이 온라인 등에서 알려지자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경찰 관계자는 "절도 발생 신고 당시 농민들이 순찰만 강화해 달라고 해 수사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한림면사무소도 "피해 농가가 절도 발생 후 피해 물량을 파악하고 파출소 등에도 신고했지만 적극적인 수사는 의뢰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온라인 여론은 2t이나 되는 딸기를 도난당했는데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있어야 했다고 질타하고 있다.
경찰은 부랴부랴 절도 발생 보름여 만인 지난 15일 오후부터 피해 농민들을 만나 피해량 조사와 증거물 확보에 나섰다.
경찰은 현재 김해서부경찰서 형사들을 투입해 피해 농민과 현지 농가들의 조사를 하고, 주변 도로 진출입로 CCTV를 증거물로 확보해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또 인근 딸기 노상 판매자 등 주변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과 피해 농가들은 딸기 밭고랑이 심하게 훼손되지 않은 점을 들어 농사일을 잘 아는 이들의 범행으로 보고 있다.
피해 농민들은 '딸기 실종사건' 후 한겨울 추위 속에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농막에서 잠을 자며 딸기를 지키고 있다.
지역의 민간 해병대전우회들도 순찰 활동에 들어갔다.
일부 피해 농민들은 "요즘 딸기 값이 봄 딸기보다 두 배 정도로 높고 대량으로 한꺼번에 사라졌는데 누가 적극적인 수사를 하지 말라고 말하겠느냐"며 "딸기는 생물인데 도난 발생 보름이 지났고 증거물도 다 사라졌을 텐데 뒤늦은 수사가 황당하다"고 혀를 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