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대 농협중앙회 회장에 강호동(60) 경남 합천군 율곡농협 조합장이 당선됐다. 20년 만에 PK 출신 조합장이 농협 수장에 올랐다. 4년의 임기는 3월 정기총회 이후 시작된다.
25일 치러진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 결선 투표에서 강 후보는 781표를 받아 조덕현 동천안농협조합장(464표)을 물리쳤다.
강 후보는 1차 투표에서 607표를 받았으나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해 결선 투표로 이어졌다.
1차 투표에서 조 후보는 327표를 받았고 송영조 부산 금정농협조합장은 292표를 받아 3위를 기록했다. 이날 투표수는 1247표로 투표율은 99.6%로 집계됐다.
부울경 지역에서 농협중앙회장이 당선된 것은 20년 만이다. 정대근 경남 밀양 삼랑진농협조합장이 지난 2004년 연임(제18~20대)한 게 마지막이다.
강 조합장은 율곡농협 5선 조합장으로 농협경제지주, 농협중앙회 상호금융, 농민신문사 이사 등을 지냈다. 농협중앙회 계열사 이사를 두루 거쳐 농협중앙회 운영에 밝고, 경험이 풍부하다. 2020년 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해 3위를 했다.
강 조합장은 지역 농·축협 경제사업 활성화를 비롯해 도·농 상생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강 당선자는 당선 소감에서 “임기 동안 농민 곁으로, 국민 속 현장에 가 있겠다. 중앙회를 비롯한 농·축협의 변화와 혁신을 통해 ‘농민의 농협’을 만들고 세계 속의 글로벌 농협을 구축하겠다”며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을 만들어 그동안 국민들로부터 받은 사랑과 성원을 돌려드리기 위해 4년을 10년같이 일하겠다”고 말했다.
강 당선자는 37년간 한우물만 판 '농협맨'으로 통한다.
그는 합천의 작은 율곡농협을 '강소 농협'으로 키워 지역 단위농협의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산 딸기 품종인 '설향'을 자체 브랜드화한 '첫눈에 반한 딸기'를 출시해 홍콩, 대만 등에 수출했다. 또 2000년대 중반에는 전국 농협에서 처음으로경영수익으로 '생장물(축사, 퇴비사, 관리사)사업'을 시작했다.
그가 율곡농협에서 5선을 하는 동안 율곡농협의 자산은 200억 원에서 2500억 원(지난해 기준)으로 불어났다.
농협중앙회장은 4년 임기의 비상근 명예직이지만 농협중앙회 계열사 대표의 인사권과 예산권 등에 영향력을 갖는다.
농협중앙회가 국내 5대 금융지주인 농협금융지주 지분을 100% 갖고 있어 농업경제는 물론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농협금융지주 자산 규모는 우리나라 한 해 예산과 맞먹는 525조 원에 조합원은 206만 명에 달한다.
이번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17년 만에 직선제로 치러져 큰 관심을 모았다.
중앙회장 선거는 1990년 직선제로 치러지다가 대의원이 투표하는 간선제로 바뀌었고, 2021년 농협법이 개정되면서 다시 직선제로 바뀌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조합장 1111명이 직접 투표에 참여했다. 또 이번 선거부터 ‘부가의결권제’가 도입돼 조합원 수 3000명 이상인 조합은 두 표를 행사해 총 투표 수는 1252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