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에서 고로쇠 수액을 뽑는 A(69) 씨는 어제(1일) 고로쇠 수액을 받기 위해 나무에 꽂아 놓았던 작은 호스를 모두 뺐다. 올해 고로쇠 수액 채취 작업을 끝낸 것이다.
"올해는 작년의 절반 정도 뽑았어. 날이(날씨가) 이래 갖고서야. 고로쇠 뽑는 기간에 여름 장마철 같이 비가 내렸거든". 그는 말을 이었다. "우리 산에 심어놓은 나무라서 수액을 빼서 팔기도 했지만 식구들도 마시고 친척, 지인들에게 인심을 많이 썼는데 지난해보단 덜 줬지"
고로쇠는 밤기온이 영하 2~3도, 낮기온은 10~13도 때 수액이 많이 나온다. 비가 온다든지, 심지어 구름이 끼거나 바람이 많이 불어도 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또 비가 와서 땅이 축축해지면 고로쇠 수액이 많이 나올 것으로 생각하지만, 완전 거꾸로라고 말했다. 보통 생각할 수 있는 일반상식과 다른 특이한 현상이다.
고로쇠는 뼈에 좋다고 해서 ‘골리수(骨利樹)’라고 불리며 이맘 때 인기를 끄는 수액이다. 마그네슘·칼슘·자당 등 여러 가지 미네랄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관절염·이뇨·변비·위장병·신경통·습진 등에 효과가 있다.
달짝지근해 많이 마셔도 배앓이를 하지 않고 숙취 제거와 내장기관에 노폐물을 제거해 성인병 예방에 효능이 있다. 이 외에 신장병과 폐병, 피부미용에도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은 18ℓ들이 1말 기준으로 산지에선 6만~7만 원선에서 거래된다.
A 씨는 "우리 고로쇠나무가 심어진 곳이 밤낮 기온차가 커서인지 수액의 맛이 좋아 지인 고객들이 해마다 찾았는데 만족스럽게 주질 못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 농촌엔 "고로쇠 수액은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봄비 내리는 날이 잦아지면서 3~5월 수확을 위해 재배하는 시설채소와 화훼 등 하우스 농가들의 걱정은 상당하다고 전했다.
올해만 봐도 날씨가 봄날처럼 풀려 따뜻했다가,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고 밤새 폭설이 내리는 등 농삿일을 종잡을 수 없이 들쑥날쑥하다.
실제 경남 지역엔 1월 말부터 며칠 전까지 비가 내릴 땐 1~2일씩 오는 경우가 잦았다.
진주에는 지난달 24~25일 밤새 갑작스러운 폭설로 십수 년만에 설국이 되기도 했다.
최근 날씨도 2월 말 날이 풀리나 싶더니 지난 1일 오후부터 기온이 뚝 떨어져 2일 아침 최저기온이 거창 영하 9.5도를 비롯해 함양 영하 8.8도, 의령 영하 8도, 산청 영하 7.5도, 합천 영하 6.8도를 기록했다.
이어 창원 영하 6.5도, 김해 영하 5.9도, 울산 영하 5.4도, 밀양 영하 5.3도, 진주 영하 5.0도를 보였다.
바람마저 세차게 불어 체감온도를 2~3도 더 내렸다.
특히 2일 아침엔 경남 함양·창원·김해의 경우 3월 최저기온 최저 극값 찍었다.
날씨가 이러다 보니 화훼 농가들은 하루 수확량이 많게는 작년 같은 때와 비교해 절반 이상 줄었다.
가장 큰 원인은 일조량 감소가 꼽힌다. 절화 재배엔 일조량이 가장 중요한데 안개가 끼든지 흐린 날이 지속되면 일조량이 줄어 꽃이 제대로 크지 못한다
시설하우스의 경우 눈이 오면 환기를 할 수 없어 하우스 안의 꽃에 곰팡이가 필 수 있다.
날씨가 이처럼 궂자 올해는 개화 시기가 평년에 비해 1주일 정도 늦어져 절화 공급량도 많이 줄었다. 화훼 농가로선 절화의 대목은 12월 말~2월의 졸업 시즌이다.
지난달 1∼26일 서울 서초구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공판장에서 거래된 절화량은 126만단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38만단)보다 9%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