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대 벚꽃축제인 제62회 진해군항제가 22일 경남 창원시 진해공설운동장에서 막을 올렸다. 지난해(24일 전야제)보다 이틀 먼저 열려 역대 가장 이르게 열렸다.
하지만 축제의 진객(眞客)인 벚꽃은 아직 꽃봉오리만 무수히 드러낸 채 꽃잎을 활짝 피우지 않아 만개는 1주일 정도 후인 3월 말로 예상된다. 현재 개화율은 10% 정도로 벚꽃을 즐기기에 부족하다. 예상치 못한 꽃샘추위와 비 때문으로 꽃봉오리가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개막식
이날 개막식은 수많은 관광객과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벚소리합창단, 마창진여성연합합창단의 공연과 해군진해기지사령부 군악대의 식전 공연으로 시작했다.
개막 선언에 이어 사전 신청으로 선정된 프러포즈 이벤트가 진행돼 연인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을, 보는 이들에게는 감동을 선사했다. 로이킴, 장민호, 경서예지&전건호, 문초희, 김유선, 배진아 등 인기 가수들의 축하 무대는 개막식의 열기를 끌어올렸다.
홍남표 창원시장은 환영사에서 “안전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니, 관광객들이 머무시는 동안 좋은 추억 많이 만들기를 바란다”며 “창원의 진해군항제가 세계적인 한류축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군항제 진해 벚꽃과 관련 행사들
제62회 진해군항제는 '봄의 왈츠! 우리 벚꽃사랑 할래요?'를 주제로 23일부터 4월 1일까지 열흘 동안 중원로터리를 비롯한 진해구 일원에서 펼쳐진다.
주요 행사인 이충무공 추모대제는 23일 오후 1시 30분 북원로터리에서, 승전행차는 29일 오후 3시 북원로터리~진해공설운동장 구간에서 펼쳐진다.
‘군악의장 페스티벌’은 29~ 31일 3일간 진해공설운동장 일원에서 개최된다. 대한민국 육·해·공군·해병대, 미군 군악대, 염광고 마칭밴드 등 13개 팀 752명이 힘찬 마칭공연과 의장 시범 등을 선보인다.
성산구 상남분수광장(30일)과 마산합포구 3·15해양누리공원(31일)으로 군악·의장대가 찾아가는 프린지 공연도 열린다. 30일과 31일 이틀간 오후 1시 30분부터 북원로터리~GS더프레시삼거리~제황산사거리~중원로터리~공설운동장 구간을 행진하는 호국퍼레이드가 펼쳐진다.
30일 오후 2시에는 공군 특수비행팀의 ‘블랙이글스 에어쇼’가 진해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군항제의 본산인 진해의 밤도 화려해진다.
이충무공 승전 기념 해상 불꽃쇼가 27일 오후 8시 진해루 앞 해상에서 펼쳐진다. 여좌천에서는 축제 전 기간 벚꽃과 경관조명이 어우러진 별빛축제가 열린다. 중원로터리에는 벚꽃향토음식마켓, 진해루와 경화역에는 푸드트럭 형태의 벚꽃푸드마켓이 들어서 다양한 먹거리를 선보인다.
특히 군항제 기간에는 평소 출입이 힘든 해군사관학교와 해군진해기지사령부 등 군부대를 개방한다. 함정 공개(사전 신청자), 거북선 승선 체험, 해군 사진전, 군복 체험 등 벚꽃과 함께 즐길 다양한 행사가 마련돼 있다.
중원로터리에는 창원 소재 기업이 생산한 K9 자주포와 K1 전차, K808 차륜형 장갑차를 전시해 K-방산의 주력 도시인 창원의 위상을 선보인다.
시는 올해 군항제에 약 450만 명이 찾을 것으로 보고 인파관리 안전탑, 대중경보장치 등 안전 대책 대비에 나섰다. 또한 바가지요금을 근절하기 위해 중원 로터리에 바가지요금 신고센터를 마련하고 단속반을 구성해 축제기간 철저한 단속을 시행할 계획이다.
군부대와 학교, 관공서 등에 임시주차장 1만 1800여 면을 확보하고, 주말마다 축제장으로 진입하는 무료 셔틀버스 3개 노선을 5~20분 간격으로 운행해 방문객과 주민 불편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문제점
개막 후 며칠 간은 볼만한 벚꽃이 없어 행사와 따로 놀 가능성이 크다. 진해 전체 36만 그루 중 10%정도만 꽃을 피운 상태다. 만개는 1주일 정도 후인 3월 말로 예상된다. 올해 봄꽃이 기후 온난화로 예년보다 빨리 필 것이라는 기상청 등의 예측에 개막식을 역대 가장 빠른 기간에 잡았지만 예상치 못한 꽃샘추위 등으로 꽃봉오리가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기상청 등은 2월까지만 해도 고온 현상이 이어져 올해 벚꽃이 예년보다 빨리 필 것이라고 전망했다. 2월 전국 평균 기온은 4.1도로 2월 기온으로는 1973년 이후 가장 높았다. 남부 지방에서는 20도를 웃도는 초여름 날씨가 나타났다.
한 민간 기상업체는 지난달 말 “올해 벚꽃이 평년보다 3~6일가량 빨리 개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았다.
하지만 3월 들어 날씨가 급변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꽃이 피려면 따뜻한 날씨가 일정 기간 이어져야 하는데 벚꽃이 필 새도 없이 기온이 뚝 떨어지는 일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최근 비가 자주 내리는 바람에 일조량이 줄어 벚꽃 개화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기상청은 “주말인 23일부터 아침 최저기온은 영상을 회복하고 남부에는 낮최고기온이 23도까지 오를 것”이라며 “다만 26일까지 비나 눈이 오락가락하는 등 변수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다른 문제도 도사리고 있다. 바가지 요금이다.
코로나19로 4년 만에 열린 지난해 벚꽃 축제에서는 '바가지 음식값'이 온라인을 달구었다.
온라인에 공유된 메뉴판에는 통돼지바베큐 5만원, 삼겹·쪽갈비 5만원, 고래고기 소(小) 6만원·대(大) 8만원, 해물파전 2만원, 꼼장어 3만원, 순대야채볶음 3만원, 꼬치어묵 1만원 등 향토음식관 음식 가격이 표시돼 있었다.
글쓴이가 지적한 것처럼 문제는 가격 대비 양이었다. 통돼지바베큐랑 해물파전을 주문했는데 그 양이 충격적 비주얼이라고 알렸다. 이글에 "3년간 못 번 돈 다 벌려는가 보네"라는 댓글이 달렸다.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바가지 가격이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창원시 관계자는 지난해 이 문제와 관련 “야시장 상인들은 지역 주민이 아닌 축제 때만 임시로 식당을 운영해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메뉴 가격과 다른 값으로 받는다면 시정조치를 할 수 있지만, 같은 값을 받는다면 조치가 어렵다”고 말했다. 양의 차이가 현격하게 크지 않으면 단속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40조에는 ‘사업자는 계약‧협정‧결의 또는 그 밖의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합의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도 기업과 달리 관광지 영세상인을 상대로 가격담합을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창원시와 기간 영업 계약을 하고 나면 현장 단속이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