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실시된 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 비례대표 투표에서 무효표가 역대 최고로 많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총선 비례대표 투표에서 나온 무효표는 무려 130만 9931표다. 전체의 4.4%다.
이 수치는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36.7%·1040만 표)와 더불어민주당 주도 범야권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26.7%·757만 표), 조국혁신당(24.3%·687만 표)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
개혁신당은 3.6%(103만 표), 녹색정의당 2.1%, 새로운미래 1.7%였다.
개혁신당이 비례대표에서 2석을 얻은 것을 감안하면 무효표는 3석에 이른다.
이번 총선 무효표 수와 비율은 정당 투표가 도입된 2004년 17대 총선 이후 최다 및 최고 기록이다.
준연동형 제도로 20개 안팎이던 비례대표 출마 정당 수가 40개에 가까워졌다.
비례대표 선거에서 무효표가 나온 비율은 21대 총선(2020년)부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이후 급증하고 있다. 21대 총선에서의 무효표는 122만여 표(전체 4.2%)였고 이번 22대 총선에선 더욱 늘었다.
준연동제 도입 이전 18~20대 총선 때는 무효표 비율이 각각 1.6%, 2.2%, 2.7%에 그쳤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을 서로 연동해서 지역구에서 많은 의원을 당선시킨 당에 비례대표 의석을 적게 배정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소수 정당을 배려한다는 취지로 채택됐지만 거대 양당이 의석수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꼼수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
이에 따라 22대 때 비례 정당 난립, 꼼수 위성정당 재연, 선거의 희화화 등에 실망해 무효표를 던지는 유권자가 많았을 것이란 추측도 있다.
군소 정당이 난립하면서 투표용지가 역대 최장인 51.7㎝에 달하면서 각 정당이 기재된 칸 사이 간격이 좁아져 '기표 실수'가 늘어 무효표가 많아졌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역대 최다인 38개 비례정당이 난립해 투표용지 길이가 51.7㎝에 달했다.
비례대표 제도의 도입 취지가 크게 왜곡돼 폐지 또는 대폭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379만 표는 당선인을 만들지 못한 '사표'(死票)가 됐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꼼수 비례 정당'이 난립하면서 여러 정당에 표가 분산된 데다 무효표도 늘었기 때문이다.
32개 정당은 득표율 2% 미만을 기록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당 등록 취소 대상이 됐으나, 실제 취소는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 비례대표 후보를 낸 정당 38개 중 당선인이 나온 정당은 단 4개다.
국민의미래가 18명, 더불어민주연합이 14명, 조국혁신당이 12명, 개혁신당이 2명의 비례대표 당선인을 배출했다.
당선인을 1명도 내지 못한 34개 정당이 얻은 표와 무효표를 합친 '사표'는 전체 투표수의 12.8%인 379만 1674표로 집계됐다.
준연동형제 정당 투표가 도입된 이후 사표가 늘었다.
정당 투표제가 첫 도입된 2004년 17대 총선의 사표는 154만 표(7.1%)였다. 이후 18대엔 162만 표(9.3%), 19대엔 201만 표(9.2%), 20대엔 233만 표(9.5%)의 사표가 나왔다.
그런데 준연동형제가 처음 적용된 21대엔 사표가 427만 표로 폭증했다. 4년 만에 거의 두 배로 전체 투표수에서의 사표 비율도 14.7%로 상승했다. 30개 정당 중 5개만이 의석을 확보했다.
이번 22대에서는 정당 투표 사표가 21대보다 50만 표가량 줄었지만, 준연동형제 도입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많이 높은 수준이다.
이번 총선에서 38개 정당 중 34개 정당은 비례대표 당선인을 내지 못했다. 이 중에서 자유통일당(2.26%)과 녹색정의당(2.14%)을 제외한 32개 정당은 득표율이 2% 미만에 그쳤다.
이낙연·김종민 대표가 이끈 새로운미래는 1.70%,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은 0.43%를 얻었다.
가장 득표율이 낮은 정당은 0%에 수렴한 신한반도당이다. 이 당은 1580표를 얻었다.
케이정치혁신연합당(3451표), 대한상공인당(3783표), 한류연합당(3894표), 가락특권폐지당(4707표)은 득표율이 0.01%였다.
현행 정당법은 득표율 2% 미만인 정당은 선관위 등록을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2014년 헌법재판소가 '정당이 언제든지 해산될 수 있거나 정당의 활동이 임의로 제한될 수 있다면 정당 설립의 자유는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며 이 법에 위헌 확인 결정을 내려 그동안 실제 정당 취소는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