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업을 중시하는 더경남뉴스가 농업과 어업과 관련한 속담(俗談)을 찾아 그 속담에 얽힌 다양한 의미를 알아봅니다. 속담은 민간에 전해지는 짧은 말로 그 속엔 풍자와 비판, 교훈 등을 지니고 있지요. 어떤 생활의 지혜가 담겼는지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며칠 전 5일은 여름이 시작된다는 절기 '입하'였습니다. 이후 보름간을 입하 절기라고 합니다.
농삿일이 본격 시작돼 입하 절기와 관련한 농사 속담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모내기와 관련한 속담을 소개합니다.
입하 속담 '입하에 물 잡으면 보습에 개똥을 발라 갈아도 안 된다'는 모내기를 할 논에 대는 물과 밑거름(비료)에 관련된 속담입니다.
이 속담에는 논물을 오래 잡아두면 유기물(거름·비료) 손실이 생겨 농작물 생육에 지장을 준다는 뜻이 담겼습니다.
모내기 전에 너무 일찍 논에 물을 가두지 말고, 모를 내기 오래 전에 물을 가둔다면 영양분 손실을 감수하라는 것이지요.
참고로 속담에 나온 '보습'은 땅을 가는 데 쓰는 쟁기, 극젱이, 가래 등 농기구의 술 바닥에 끼우는, 넓적한 삽 모양의 쇳조각입니다. 모양과 크기는 농기구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속담 풀이를 시작합니다. '손 모내기'를 하던 옛날, 입하 무렵이면 밑거름을 논에 뿌린 뒤 논물을 잡고 쟁기질을 합니다. 이때 가둔 물은 모내기 때까지 두어야 논바닥이 마르지 않아 모를 심을 수 있지요.
이 속담을 더 정확히 이해하려면 먼저 물을 가두는 기간을 알아야 합니다.
입하는 직전 절기인 곡우와 함께 한해 벼농사를 준비하는 기간이고, 못자리도 하고 모도 심는 때이지요.
옛날 손 모내기를 할 땐 논에 물을 가두고 쟁기질과 써레지을 한 뒤 한 달가량 후에 모를 심었습니다. 쟁기질을 할 땐 논에 있는 볏짚을 썰어서 뿌리고 갈았습니다. 볏짚이 흙과 섞여 거름이 돼 겨우내 메말라 있던 논에 영양분을 공급해야 모가 이를 흡수해 잘 자라기 때문입니다.
남부의 경우 예전엔 늦은 6월 중순에도 모내기를 했습니다. 입하가 한참 지난 후이지요. 이 속담과 관련 없지만 논에 담배를 심었다면 수확 후 논을 갈아 7월 초에 모를 심었습니다. 입하 때와 비교하면 두 달 차이가 납니다.
이런 이유로 논에 물을 너무 빨리 대놓으면 비가 올 땐 물을 뺏다 채워야 하니 밑거름이 손실됩니다. 봄비는 자주 옵니다. 또 밑거름이 물속에 오래 있으면 땅속으로 유실됩니다.
하지만 천수답이 많을 때여서 봄가뭄이 심해지면 물을 가두지 못해 모를 심지 못하게 돼 한해 농사를 망칩니다. 즉 거름이 손실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논에 물을 채워두는 것이지요.
요즘은 볏짚을 소에게 먹여 논에는 벼 그루터기만 남겨두기 때문에 논갈이를 일찍 하지 않습니다. 거름도 편리하게 비료로 대처하지요. 논에 물을 대고 갈이를 한 뒤 보름 정도 후에 모를 심습니다.
참고로 논갈이(생갈이)는 지난 늦가을이나 날이 풀린 봄에 합니다. 이어 모내기를 하기 전에 논물을 대고 트랙터나 경운기에 로터리를 끼워 논바닥을 고르지요. 이어 모내기 하기 며칠 전에 로터리를 한번 더 하고서 흙물이 가라앉으면 이앙기로 모내기를 합니다.
이 속담 말고도 모내기 관련 속담이 있습니다.
'입하물에 써레 싣고 나온다'는 속담은 입하 이후 모내기가 시작돼 농가에서는 들로 써레(논바닥 고르는 농기구)를 갖고 나온다는 뜻에서 유래됐습니다.
'입하 바람에 씨나락(벼의 종자 사투리) 몰린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이 시기엔 못자리에 볍씨를 뿌리고 물을 대놓는데 물을 깊게 대지 않습니다. 바람이 세게 불면 얕은 물이 찰랑찰랑거려 볍씨들이 한쪽으로 몰리는 경우가 잦습니다. 봄바람이 세고 자주 불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바람이 세게 분다는 예보가 있다든지 세게 부는 날엔 논에 나와 못자리 물을 빼고 다시 넣었습니다. 이래야 볍씨들이 한쪽으로 몰리지 않고 모가 당초 뿌린 자리에서 자리를 잡고 잘 자랍니다.
이 속담은 '나락은 농민(농업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속담과 연관됩니다.
※이 속담이 담고 있는 의미를 풀어보기 위해 기자가 청년시절 경험했던 기억들을 동원했습니다. 기사를 쓰고 나서 다시 읽어보니 속담의 의미가 이해되지만 꼭 이 해석이 맞다고 할 순 없습니다.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도 꼼꼼히 해보고 농업 관련 기관 등에 전화도 넣었지만 명확히 아는 분이 없어 아쉬웠습니다. 현장 경험이 있는 농사 전문가가 많지 않다는, 옛것을 기록하는 농업 전문가가 적다는 것을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