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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속담 순례] '꿩이 보금자리를 낮은 곳에 지으면 봄가뭄'(31)

정창현 기자 승인 2024.04.17 11:47 | 최종 수정 2024.04.17 12:56 의견 0

농어업을 중시하는 더경남뉴스가 농업과 어업과 관련한 속담(俗談)을 찾아 그 속담에 얽힌 다양한 의미를 알아봅니다. 속담은 민간에 전해지는 짧은 말로 그 속엔 풍자와 비판, 교훈 등을 지니고 있지요. 어떤 생활의 지혜가 담겼는지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요즘 이상기온으로 농산물 작황이 좋지 않습니다.

사과와 배값은 금값이 됐고 대파값이 폭등하면서 총선(4·10) 표심에도 큰 영향을 줬습니다. 들쭉날쭉하는 날씨의 영향을 사람으로선 어찌할 방도가 없는 데도 물가를 잡지 못한 집권당에 책임을 돌리는 게 민심입니다.

날씨와 농사 관계를 알 수 있는 속담을 소개합니다.

지난 4월 10일 찍은 나무의 맨 위쪽에 지어진 까치집. 까치가 보다 높은 곳에 둥지를 틀어 올해 여름엔 태풍이 뜸할 지 궁금하다. 정기홍 기자

'꿩이 보금자리를 낮은 곳에 지으면 봄가뭄'이 든다는 속담은 날짐승의 행위에서 날씨 변화를 예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꿩이 낮은 곳에 보금자리(둥지)를 트는 것은 날씨가 사납지 않을 것으로 예견하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꿩의 예지력, 즉 촉(육감)이지요. 미물인 새나 개미, 쥐, 뱀 등은 대홍수나 지진 발생을 미리 알고 안전한 곳으로 이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슷한 속담들도 있습니다.

'까치집 낮게 지으면 태풍이 잦다'는 속담이 대표적입니다. '꿩이 보금자리를 낮게 지으면 봄가뭄이 온다'는 속담과 따져보면 의미가 같습니다.

까치는 기상 조건 등에 민감한 조류로 자기가 밤에 들어가 자는 집(둥지)을 높은 곳에 짓는 습성이 있습니다. 뱀 등을 피하려는 의도도 있지요.

까치가 둥지를 낮게 짓는다는 것은 여름철 태풍이 올 것을 예견해 바람 피해를 막기 위한 방편입니다. 또한 꿩이 집을 낮게 짓는다는 것은 봄철 큰 비가 오지 않음을 예견하고 봄가뭄이 예상된다는 뜻입니다. 바람과 비가 다를 뿐 두 속담의 의도는 같습니다.

지역별로 비슷한 속담들도 있습니다. 의미는 비슷하지만 비와 바람 등 사례를 바꿔 넣은 속담도 있네요.

비 피해 속담 사례입니다.

'까치집을 낮은 곳에 지으면 수해가 없고 높은 곳에 지으면 수해가 있다'(경기 수원)는 둥지를 낮은 곳에 지으면 홍수 등의 피해가 없을 것으로 본다는 뜻입니다.

바람 피해 사례입니다.

'까치집을 낮게 지으면 바람을 조심하라'(경남 고성)는 바람 피해를 피하기 위해 가능하면 집을 낮게 짓는다는 뜻입니다.

'까치집 문이 북쪽에 있고 낮게 지으면 태풍이 잦다'(경기 화성)는 태풍이 남쪽인 태평양에서 올라오기에 들락거리는 입구를 강풍을 피하는 곳으로 낸다는 말입니다.

'까치집을 나무 꼭대기에 지으면 풍년 든다'는 둥지를 나무 위쪽으로 지을수록 바람이 약할 것으로 예견한다는 것이고 곡물들이 바람의 피해를 입지 않겠지요.

제비가 둥지를 짓는 강도를 담은 ​'제비집이 허술하면 큰바람 없다'(제주)는 속담도 사례를 특이하게 잡았습니다.

본능적으로 기상상황에 민감한 제비가 둥지를 짓는 데도 집의 강도를 달리한다니 흥미롭습니다. 집을 허술하게 짓는다는 것은 기상이변이 없음을 예견한다는 뜻이겠지요.

이처럼 옛 선인들은 날씨와 농사일을 결부시킨 속담을 많이 만들어냈습니다. 속담을 통해 날씨를 예견해 준비를 한 것입니다.

위의 속담들은 농사일 영향을 넘어 일상에서도 경종을 울리는 것입니다. 요즘은 우리의 일상에서 날씨 변화가 너무 커 엄청난 인적·물적 피해를 경험하고 있지요.

사람보다 인지 감각과 예지력이 좋은 동물이 많습니다.

덤불여치는 러시아 모스크바의 풀잎에 앉아 있으면서도 일본에서 일어난 지진의 진동을 감지할 수 있다고 하고, 두꺼비도 지진 감지 능력이 뛰어나 먼저 안전한 곳으로 이동합니다. 메기는 1㎞ 밖에서 발생한 1.5v 전류를 감지하고 방울뱀은 1000분의 1도 온도 변화를 잘 알아챈다고 합니다.

이들 사례는 지진 예보 등을 연구 대상으로 삼고 연구 중입니다.

또 철새들은 뇌에 자기장을 감지하는 곳이 있어 방향을 잃지 않고, 독수리는 4km나 떨어진 곳의 먹이를 감지할 정도로 후각이 발달해 있다고 합니다. 거구에 둔탁해 보이는 코끼리는 발바닥이 매우 예민해 진동으로 동료들의 위치를 안답니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비오기 전에 우는 개구리는 피부와 혀로 공기의 습도를 감지하고서 운다고 합니다. 개구리는 폐로 60%, 피부로 40% 호흡을 합니다. 비가 오기 전이나 올 때 개굴개굴 우는 것은 피부 호흡이 편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져 상쾌한 마음으로 우는 것이랍니다.

개미는 더듬이로 태풍과 홍수를 대비합니다. 사람보다 후각과 진동 감지력 500~1000배 더 민감하다고 하네요.

이제 날씨와 관련한 속담은 농사를 짓는 농업인뿐 아닌 일반인에게도 관심의 대상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변화'는 이제 '기후 변화'로 자리하는 듯합니다. 돌발적인 날씨 변화가 잦아졌습니다.

지나는 길에, 공원 산책길에 나무 등에 지은 둥지의 위치를 보며 날씨를 예상해보시기를. 유비무환이라고 사전 예방만한 방책은 없습니다. 맞고 안 맞고는 그 다음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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