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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속담 순례] '비료바가지 엎어진 자리 3년 간다'(29)

정창현 기자 승인 2024.03.24 03:00 | 최종 수정 2024.03.24 08:01 의견 0

농어업을 중시하는 더경남뉴스가 농업과 어업과 관련한 속담(俗談)을 찾아 그 속담에 얽힌 다양한 의미를 알아봅니다. 속담은 민간에 전해지는 짧은 말로 그 속엔 풍자와 비판, 교훈 등을 지니고 있지요. 어떤 생활의 지혜가 담겼는지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봄 농사일이 시작됐습니다. 매실, 사과, 배, 복숭아, 포도 등의 과수원에 가지치기를 하고 구덩이를 파서 거름도 합니다. 봄감자를 심고 논밭갈이도 시작됐습니다.

오늘은 '비료바가지 엎어진 자리 3년 간다'는 속담을 소개합니다. 며칠 전 기사화 했던 봄감자 심는 데 퇴비비료를 했던 게 생각났습니다

봄감자를 심기 전 밭에 부려놓은 퇴비비료들. 정창현 기자

이 속담은 요즘 절기가 아닌 벼농사를 지을 떼 맞춘 것이지만, 봄농사가 시작돼 시비(거름 주는 것)도 해야 하니 먼저 알아봅니다.

실제 이 속담은 벼 재배는 물론 다른 모든 작물에도 해당합니다.

옛날엔 비료를 줄 때 바가지나 배스킷에 가득 담아 들고서 논밭에 줍니다. 간혹 실수로 엎어버려 비료가 한 곳에 많이 뿌려져 되레 농작물에 좋지 않다는 것이지요.

한 곳에 비료를 많이 주면 작물이 비상식적으로 웃자라 병충해에 약하고 쓰러지는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큽니다. 때문에 작황 불량으로 수확이 적어집니다.

"비료를 너무 많이 해 웃자라 올해 농사 영 망치게 됐어", ". 나아가 "나무 죽이려고 하나? 비료 나무 바로 옆에 주지 마라"는 어르신 말이 떠오르네요.

세상 모든 일은 과해도 부족해도 탈이 납니다. 따라서 적정량의 시비를 해야 합니다. 과유불급, 과하면 아니함에 못 하다는 사자성어가 생각납니다.

기자도 비료는 다다익선, 많이 주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거든요. 부지불식간에 영양분은 뭐든 많이 주고, 먹으면 좋다는 기존 관념에 빠져 있었지요. 실제 요즘 영양 과잉으로 과체중에 성인병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많은 요즘입니다.

'바가지거름 주면 농사 망친다'도 같은 부류의 농사 속담입니다. 거름을 비료로 바꿔놓으면 이해가 빠르겠네요.

벼 시비는 시기별로 적기에, 적정량을 해야 하는데 이웃 논의 벼 입색이 좋아보인다며 때 없이 웃거름을 많이 주면 벼 수량량 감소를 초래한다는 뜻입니다.

또한 '쇠똥 세 바가지가 쌀 세가마다' 속담은 비료(화학)가 없던 옛날 조상들이 구비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입니다. 특히 외양간에서 나오는 가축분뇨를 소중하게 다루라는 데서 생긴 말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옛 시골 마구엔 소, 돼지가 편하게 눕고 자라고 넣은 짚 등이 똥과 뒤섞여 있었습니다. "소마구 친다"는 게 여기에서 나온 말입니다. 요즘 축산농가는 트랙터 등으로 보다 편하게 치우지만 예전엔 세발곡괭이나 쇠스랑 등으로 일일이 이동시켜 치웠습니다.

이처럼 마당 한 구석에 두엄처럼 쌓아놓고 썩여 양질의 거름을 만들었지요. 이를 논밭으로 옮기는 경운기가 오가는 소리가 동네를 시끄럽게 한 게 한 20년 전입니다. 지금은 기업에서 축산농가의 퇴비를 비료처럼 부대처럼 넣어 팝니다.

덧붙이자면 이 두엄이 오래되면 썩는대 이 속에 굼뱅이가 많이 살았지요. 이 굼뱅이가 간 치료제로 요긴하게 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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