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차가워야 더 맛있는 또 다른 이유 밝혀져···"같은 도수도 온도에 따라 분자구조 달라"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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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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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맥주가 당기는 계절이 다가왔다. 하지만 미지근한 맥주는 맛이 덜하고, 차가운 맥주가 더 맛이 있다.
차가운 맥주가 청량감에 맛있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지만 이번엔 중국 과학자들이 알코올 도수와 온도 간의 관계에 따라 맛이 변화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즉 같은 농도의 에탄올도 '온도'에 따라 분자의 결합구조가 달라졌다.
연구진은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과 물을 섞은 액체를 이용해 알코올 도수를 변화시키면서 표면장력의 접촉각을 측정했다.
접촉각은 액체가 고체와 접촉할 때 생기는 각도다. 즉 물과 친화력이 약한 소수성(疏水性)인지, 그 반대 성질인 친수성(親水性)인지를 나타내는 측정치다.
실험 결과 알코올 도수가 상승하면서 특정 단계에서 표면장력이 변화했다.
표면장력 변화에 고비가 되는 에탄올의 비율은 각종 알코올 음료의 알코올 도수와 일치했다. 맥주는 물론 와인·청주, 사케, 위스키, 보드카 등도 마찬가지였다.
예컨대 맥주와 비슷한 5%의 맥주용 에탄올 용액과 화이트와인과 비슷한 11% 화이트와인용 에탄올 용액은 5도에서 피라미드 구조가 줄어들고 사슬 모양의 구조가 늘어났다. 연구팀은 "이때 고유한 맛과 향이 가장 강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체로 우리는 오랜 경험을 통해 일반적으로 맥주와 화이트와인은 차게, 레드와인과 위스키는 상온에서 마신다.
이 연구에 참여한 레이 장 중국과학원대 박사는 “같은 농도의 에탄올이라도 온도에 따라 분자결합 구조가 달라지면서 1% 정도의 농도 변화를 보이는데 술맛을 완전히 다르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온에서는 사면체(미라미드 모양) 군집(클러스터)의 농도가 낮아진다”며 “이것이 우리가 차가운 맥주를 마시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물질’(Matter) 5월 2일 자에 실렸다.
앞서 다른 연구에서도 맥주의 향과 탄산감이 온도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차갑게 하면 고유의 향이 짙어지며 청량감도 더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