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지난해 12월 10대 남녀가 경복궁 담장을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한 배후 인물인 일명 '이 팀장'을 검거했다고 23일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5개월에 걸쳐 추적한 끝에 ‘이 팀장’으로 온라인에서 활동하던 A 씨를 전날 체포했다.

경복궁 영추문 양 옆 담벽에 스프레이로 낙서를 한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A 씨는 임 모(18)군과 김 모(17) 양에게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를 하면 300만 원을 주겠다”며 경복궁 담장을 훼손하도록 지시했다.

경찰은 이날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구체적 범행 동기와 경위를 수사할 방침이다.

임 군과 연인인 김 양은 지난해 12월 16일 새벽 1시 5분쯤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인근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영화 공짜’ 등의 문구와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 주소를 낙서했다.

임 군은 이어 서울경찰청 담벼락에도 비슷한 낙서를 남겼다. 이들은 3일 후인 19일 붙잡혔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안면이 전혀 없는 A 씨의 의뢰를 받고 이같이 정해준 문구를 낙서했다.

임 군은 당시 은행 계좌로 5만 원씩 두 차례, 총 10만 원을 받았다.

하지만 낙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A 씨는 잠적했었다.

한편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은 A 씨 등에게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됐던 담장을 복구하는 데 들어간 1억 5000여 만원을 받아내기로 했다.

국가유산청은 “감정 평가 전문기관을 통한 경복궁 담장 복구비가 부가세를 포함해 총 1억 5000여 만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며 “1차 낙서 복구비는 1억 3100여만 원, 2차 낙서 복구비는 1900여만 원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산출된 비용은 스팀 세척기, 레이저 세척기 등 전문 장비를 빌리는 비용, 작업 방진복·장갑·작업화 구매 비용, 작업에 투입된 전문가 인건비 등을 포함한 액수다.

1차 낙서는 10대 청소년들이 경복궁 영추문, 국립고궁박물관 주변 쪽문에 남겼고 2차 낙서는 다음 날 20대 남성이 경복궁 영추문 좌측 담장에 모방으로 낙서를 했다.

국가유산청은 “다음 달 1·2차 낙서범 등에게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송이 제기되면 지난 2020년 ‘문화재보호법’을 개정해 낙서 관련 규정을 마련한 이후 적용되는 첫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