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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 출신 '봉선화 연정'의 가수 현철 씨, '경추 수술 후 신경 손상' 요양 중 15일 밤 82세 일기로 별세

'봉선화 연정', '싫다 싫어',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사랑은 나비인가 봐' 등 유행가 남겨

천진영 기자 승인 2024.07.16 11:16 | 최종 수정 2024.07.20 23:06 의견 0

경남 김해(부산) 출신 가수 현철(본명 강상수) 씨가 지난 15일 밤 82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생전에 동네 형 같고 오빠 같은 후덕함에다 구수한 경상 사투리가 매력적인 가수였다. 그만의 꺾기 창법도 특별했다.

16일 가요계에 따르면 현철 씨는 수년 전 경추 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신경 손상으로 건강이 악화해 오랜 기간 투병을 이어왔다. 최근엔 폐렴으로입원해 치료 중이었다.

그는 지난 2010년대 후반까지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2018년 KBS1 '가요무대'에 출연한 이후 건강상 이유로 가수 활동을 중단했다. 2020년 방송된 KBS2 ‘불후의 명곡’에서 하춘화 씨와 함께 레전드 가수로 출연한 것이 마지막 방송활동이었다.

현철 씨의 방송 마지막 모습. 현철 씨는 지난 2020년 KBS 2TV '불후의 명곡'에 가수 하춘하 씨와 함께 출연했다.

가수 현철 씨가 지난 2020년 KBS 2TV '불후의 명곡' 방송 중에 일어서 방청객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이 모습이 시청자들이 본 마지막 모습이었다. '불후의 명곡' 유튜브

현철 씨는 지난해 말 자신의 이름의 현철 가요제에 참석하지 못하고 출연진에게 손 편지로 마음을 전했다.그는 “자식 같은 후배들이 가요제에서 한바탕 놀아준다니 가슴이 벅차다. 함께하지 못해 너무 안타깝고 서운한 마음이다. 잊혀가는 현철이라는 이름을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정말 행복하고, 사랑한다”고 밝혔다.

고인은 1942년생인 경남 김해군 대저면 도도리 월포마을(현 부산시 강서구 대저2동)에서 태어났다. 김해 대저중앙국교, 대저중을 졸업한 뒤 부산동성고와 동아대 법정학부(경영학과)를 중퇴했다.

27세 때인 1969년 ‘무정한 그대’로 데뷔했다. 1970년대 부산에서 '현철과 벌떼들'이란 밴드로 활동하며 팝송을 리메이크해 부르다가 1980년대부터 솔로 활동을 했다.

당시에는 인기를 끌던 나훈아·남진 등과 달리 이름을 알리지 못한채 오랜 무명 생활을 보냈다. 그는 한 언론매체 인터뷰에서 “월세 1만∼2만 원짜리 단칸방에서 생활하고 13번을 이사했다. 어떨 때는 친구 집에서 살면서 봉지 쌀을 사다 먹고 연탄 낱장을 사다가 추위를 달랬다”고 했다.

이후 1980년대에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사랑은 나비인가 봐' 등 히트곡을 내며 인기 가수로 대열에 합류했다.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은 그의 나이 40세이던 1982년 내놓은 노래다. 무명 생활에 지쳐 가요계를 떠나려고 마지막곡으로 그의 아내에게 바친다며 만든 노래였는데 출세곡이 됐다.

특히 1988년 발표한 '봉선화 연정'은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 가사로 큰 인기를 끌었다.

현철 씨는 '봉선화 연정'으로 1989년 KBS 가요대상을 받았고, 다음 해에도 히트곡 '싫다 싫어'로 2년 연속 대상을 수상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1989년 KBS 가요대상 시상식에서 오열했다. 그는 "한 달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한 달만 더 사셨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하며 이어 부산 사투리로 "옴마! 상 받으니 억수로 좋대이"라며 흐느꼈다. 이후 그는 송대관, 태진아, 설운도와 함께 '트로트 4대 천왕'으로 불리었다.

작곡가이자 그의 매니저를 했던 정원수 씨는 "고생을 너무 오래 한 사람이라 견디는데는 도가 트인 사람"이라고 했다. 신곡을 발표할 때 "5~6년 있다가 보자. 노래는 숙성이 돼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고 했다.

정이 많아 장사하는 동네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고, 먼저 간 송해 선생처럼 한결같이 지하철을 타고 다녔다.

현철 씨는 2009년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명예홍보대사로 활동했고, 2011년에는 부산시 동래구 명예홍보대사직을 맡아 고향을 알렸다.

현철 씨는 손자 등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의 노래 '내마음 별과 같이'를 들으면서 마지막 눈을 감았다고 한다.

현재 고인은 서울 광진구 구의동 혜민병원에 임시 안치됐다가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안치됐다. 18일 발인한다. (02)-3010-2000. 유족으로는 배우자 송애경 씨와 아들 강복동, 딸 강정숙 씨가 있다.

■현철 씨의 노래

▲무정한 그대(데뷔곡-1969년)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1982년) ▲따옥이(1982년) ▲그대와 춤을(다함께 춤을-1982년) ▲사랑은 나비인가봐(1983년) ▲못난 청춘(못난 내 청춘-1983년) ▲청춘을 돌려다오(1967년에 신행일이 발표한 노래 리메이크-1983년) ▲추억의 테헤란로(1984년) ▲배신자(1971년 발표된 도성의 노래 리메이크-1984년) ▲항구의 부르스(1986년) ▲아가야( 지체 부자유아이를 위한 노래-1986년) ▲내 마음 별과 같이(1987년) ▲봉선화 연정(1988년) ▲백년해로(1988년) ▲사랑의 가방을 짊어지고(1988년) ▲싫다 싫어(1990년) ▲사랑에 푹 빠졌나봐(1990년) ▲목마를 타고 간 사랑(1992년) ▲보고싶은 여인(1992년) ▲산데리아(1992년) ▲아낌없이 주리라(1992년) ▲사랑의 이름표(1998년) ▲아미새(2002년) ▲들국화 여인(2008년)

■추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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