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경기 부천 호텔 화재 때 간호학과 학생의 극적 생존 비결···일단 욕실 피신 후 샤워기 틀고
모친-119대원 전화안내 따라 대처
정신 잃었지만 구조 후 의식 회복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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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4 13:23 | 최종 수정 2024.08.2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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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화재가 발생해 7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부천시 호텔에서 20대 간호학과 학생이 생존한 유독가스 대처 방법이 화제다.
이 여학생은 806호에 투숙 중이었는데 유독가스 응급대처에 성공해 극적으로 구조됐다.
학생 가족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간호학과 학생인 A 씨는 22일 오후 7시 40분쯤 갑작스레 울린 비상벨 소리를 들었다. 그는 부천의 한 대학병원으로 실습받으러 왔다가 이 호텔에 머물렀다.
불이 처음 난 810호와 가까운 806호에 머물러 곧바로 화재임을 알아챘다. A 씨가 타는 냄새를 맡고 객실 입구문을 열었을 땐 이미 복도 전체가 연기로 자욱해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현관문을 닫고 객실 반대편 창문을 열어봤지만 거기도 연기가 가득했다.
A 씨는 어머니와 119 소방대원에게 다급히 전화를 걸었고 전화 안내에 따라 화장실로 대피했다.
일단 물을 적신 수건으로 화장실 문틈을 막고 샤워기를 틀고 계속 머리를 댔다.
화재로 발생하는 유독가스가 공기보다 가벼워 최대한 고개를 낮추고 샤워기 물을 맞았다. 구조대가 올 때까지 최대한 버틸 작정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A 씨는 화장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문을 열려고 하다가 힘이 빠져 기절했다. A 씨는 1시간 정도 버틴 끝에 소방 대원들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됐고, 산소 공급을 받은 뒤 의식을 회복했다.
A 씨가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샤워기 물로 최대한 유독가스를 저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탈출을 못했지만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것이다.
소방 당국은 "아파트 방이나 호텔 객실 등에서 화재가 발생해 밖으로 대피하기 어려울 땐 일단 문틈을 젖은 수건과 이불, 천 등으로 막아야 한다"며 "내부 화재 상황에 따라 선택을 해야 하지만 샤워실로 피신해야 한다면 물을 틀어 가스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경우에 따라 화장실은 가장 위험한 장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한 매체에 "화장실 환기구는 수직으로 돼 있어 화재시 연기 확산이 더 빠를 수 있다"며 "불이 났을 때 화장실로 대피하라고 권장하는 나라는 없다. 실내에 있을 땐 창에 가까운 쪽으로 가는 게 생존에 가장 유리한 방법"이라고 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대피 장소가 마땅치 않아 화장실로 피신했다면 먼저 배수구를 막고 유독가스를 배출하는 환풍기와 물을 최대한 틀어놓는 것이 좋다"며 "호텔이라면 외부에 노출돼 있는 베란다로 대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환풍기를 통해 유독가스가 역류해 들어온다면 화장실은 위험하다. 화재 시 상황을 잘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형 화재로 7명이 숨지고 중상자 3명 등 12명이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