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가 ‘대한민국 최초,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으며 한국문학의 위상을 한껏 드높인 가운데, ‘김만중 문학상’을 운영하는 경남 남해군에서도 한강 작가를 향한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한강 작가는 지난 2022년 ‘제13회 김만중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남해군과 인연을 맺은 바 있다. 당시 대상 수상 작품은 제주4·3 사태를 담은 '작별하지 않는다'였다.
한강 작가가 지난 2022년 10월 9일 ‘남해 노도 문학의 섬’에서 열린 ‘제13회 김만중문학상 시상식 및 문학축전’에 참석해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직후 노벨위원회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 중 가장 먼저 읽었으면 하는 작품으로 꼽아 더욱 뜻깊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해 “탄탄한 서사와 작가 한강의 탁월한 소설 기법이 화학적으로 융화된 수작”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또 “역사적 거대 담론, 이데올로기 각축의 표층과 그 윤리적 정당성에 대한 정치적 발언을 넘어서는, 작가의 참신한 심미적 윤리관이 돋보인다”며 “불의한 집단 폭력에 대한 상투적, 원색적 규탄에 광분하는 대신, 그 역사적 통고체험(痛苦體驗)의 본질적 문제인 생명 자체의 표상과 의미를 집요하게 추구하는 준열한 작가 정신이야말로 경이롭다”고 밝혔다.
이 같은 평가는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는 한림원의 평가와 일맥상통한다.
한강 작가는 2022년 10월 ‘남해 노도 문학의 섬’에서 열린 ‘제13회 김만중문학상 시상식 및 문학축전’에도 직접 참여해 남해 군민들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한강 작가는 “코로나 19 이후 여행을 하지 못했는데,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배를 타는 모험을 감행해 너무 아름다운 곳에 도착하게 됐고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 같다”며 “그동안 부끄럽게도 글을 쓰지 못했는데 김만중문학상 수상과 오늘의 모험을 계기로 새로운 작품 활동에 나설 수 있는 각오를 하게 됐고 격려를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와 함께 한강 작가의 부친인 한승원 작가(소설가)가 2019년 ‘제10회 김만중문학상’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한강 작가(맨 오른쪽)와 시집 '생물학적인 눈물'의 이재훈 시인(가운데)이 2022년 10월 9일 ‘제13회 김만중문학상’ 대상을 받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상 남해군
남해군이 2010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김만중문학상’은 한국 문학사에 큰 업적을 남긴 서포 김만중 선생의 작품 세계와 국문정신을 높이 기리고, 유배문학을 탄생시킨 남해군의 문학사적 업적과 문화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제정됐다.
김만중 선생은 조선 숙종 때인 1689년 3월 남해의 노도로 유배돼 2년 후인 1692년 4월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국문 수필집·비평집인 '서포만필(西浦漫筆)', 고전 한글소설 '사씨남정기(謝氏南征記)', '구운몽(九雲夢)'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구운몽은 강원 금성(고성)에 이어 두번째 귀양지였던 평안북도 선천에서, '서포만필'과 '사씨남정기'는 3번째 귀양지 남해 노도에서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은 특히 2020년부터는 등단 작가의 작품집을 공모해 수상자를 선정했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추천위원들의 추천 작품을 접수해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는 2단계 과정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는 문학상 제도의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11일엔 공교롭게도 남해군 유배문학관에서는 ‘제15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자 선정을 위한 심사위원회가 열렸다.
남해군은 이날1 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운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오는 18일 최종 수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장충남 남해군수는 “한강 작가님의 대한민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을 남해군민들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2년 이맘때 쯤 노도 문학의 섬에서 남해의 아름다움을 격찬하시며 당부하신 것처럼, 남해에서 문학의 향기가 널리 퍼져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남해군은 지난 2011년부터 김만중 선생을 기리기 위해 '노도문학의 섬 조성사업'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