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지역 기사가 아니지만 노령화 시대에 사사하는 바가 커 사건을 소개합니다.

최근 전북 전주의 법정 1심에서 90대 시아버지가 편찮으신 시어머니를 돌보던 며느리를 사소한 시비 끝에 살해하려고 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25일 전주지법 형사 12부(부장판사 김도형)에 따르면, 자신을 무시한다며 아내의 병간호를 하던 며느리를 둔기로 휘둘러 살해하려 한 A(95) 씨에게 최근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징역 4년을 선고했습니다.

전주지법 청사 전경. 전주지법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이 휘두른 둔기에 맞은 피해자가 깨어나 도망가려는 상황에서도 범행을 계속했다”며 “이러한 점 등에 비춰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의사 없이 우발적으로 상해를 가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A 씨는 한여름인 지난 8월 18일 저녁 8시 17분쯤 3㎏짜리 운동용 둔기로 전주의 자택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큰며느리 B 씨의 머리를 여러 차례 내려쳤습니다.

그는 B 씨가 강한 충격으로 잠시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나자 계속 "죽어라"고 외치며 목을 조르는 등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고 합니다.

머리에 중상을 입은 B 씨는 급히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고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습니다.

조사 결과 A 씨는 B 씨가 시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며칠 전부터 시댁에 머무르면서 대수롭지 않은 문제로 다투었다고 합니다.

법원의 기소 내용에 따르면 평소 A 씨는 B 씨가 자신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등 무시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이 때문에 서로 자주 다퉜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사건 당일에도 비슷한 이유로 말다툼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A 씨는 가족과 함께 밥을 먹는 자리에서 "너희만 좋은 쌀로 밥 먹고, 내 건 안 좋은 쌀로 밥을 지었느냐"며 B 씨에게 심한 욕설을 하고 "집에서 나가라"고 소리쳤다고 합니다.

이에 B 씨는 "아버지가 집에서 나가라"고 했다고 합니다.

서로 간의 말다툼은 끝났지만 A 씨는 분노를 사그러뜨리지 못했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A 씨는 '내가 살아서 뭐 하냐, 차라리 며느리를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

A 씨는 이어 미리 사놓은 쥐약을 먹기 전에 '내가 죽으면 왜 죽었는지 알아줄 사람이 없다. 며느리를 죽이고 나서 죽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A 씨는 평소 방 안에서 사용하던 무게 3kg짜리 아령을 들고나와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던 며느리 B 씨에게 휘둘렀고, B 씨가 의식을 잃자 목을 조르기도 했습니다.

옆에 있던 가족이 A 씨의 행동을 제지하면서 멈췄고 그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됐습니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폭행 사실은 인정했으나 며느리를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범행에 사용된 도구와 피해자의 부상 정도 등을 종합해 볼 때 A 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고령화 사회 일반 가정에서 일어난 가족의 어두운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매우 씁쓸합니다.

더경남뉴스 정화영 수습기자 dudajho@naver.com 정화영 수습기자의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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