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는 일상에서 소소해 지나치는 궁금한 것들을 찾아 이를 흥미롭게 설명하는 코너를 마련합니다. 유레카(eureka)는 '알았다!'라는 뜻입니다.
지난 14일 오후 5시에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통과됐습니다.
당시 적지 않은 국민들은 곧바로 윤 대통령의 직이 박탈되고, 수사를 받겠구나라고 생각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탄핵소추가 곧 탄핵으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탄핵소추는 탄핵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소에 탄핵안을 보내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에 위헌 소지가 있는지 판단을 받는, 소추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탄핵'과 '탄핵소추안' 두 법률 용어를 알아봅니다.
모든 법조문이 한자 위주로 돼 있어 우선 두 용어의 뜻을 살펴봅니다.
탄핵(彈劾)은 탄알 탄(彈), 캐물을 핵(劾)으로 '죄상을 들어서 책망함'을 뜻합니다. 법률상 뜻은 '보통의 파면 절차로 파면이 곤란하거나 검찰에 의한 소추(訴追)가 사실상 어려운 대통령, 국무위원, 법관 등을 국회에서 소추해 해임하거나 처벌하는 것입니다.
탄핵의 뜻풀이 문장에서 '소추(訴追)'란 단어가 나오는데 '형사사건에서 공소를 제기하는 것'이거나 '고위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할 때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했을 경우 국가가 탄핵을 결의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어 탄핵소추(彈劾訴追)를 알아봅니다.
탄핵소추는 '국회가 특정한 공무원의 위헌이나 위법 행위에 대한 탄핵을 발의해 파면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국회의 권리이지요.
국회는 형벌 또는 보통의 징계나 행사 소추가 곤란한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 고위공무원이나 특수직 공무원 등이 직무상 헌법이나 법률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을 때 해당 공무원의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습니다.
탄핵소추안은 탄핵소추를 하는 안건이고, 탄핵소추권은 탄핵소추를 하는 권리입니다.
용어 뜻풀이를 마쳤으니 본론인 탄핵 절차를 알아봅니다.
의결 정족수(定足數·합의체가 의사 결정을 하는데 필요한 최소한 인원)는 일반 고위직은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발의해 재적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합니다. 다만 이번 윤 대통령의 경우처럼 대통령 탄핵소추는 재적의원 과반수 발의와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고요.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두 번째로 상정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의원 300명 중 찬성 204명, 반대 85명, 기권 3명, 무효 8명으로 가결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이 192명이고, 국민의힘 의원이 108명이니 야당이 전부 찬성했다면 국민의힘에서 12명이 찬성한 것이지요.
언론 매체에선 이를 두고 '탄핵소추권 가결', '탄핵 가결, '탄핵소추' 등 몇 갈래의 명칭으로 소식을 전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탄핵소추안 가결'이 맞습니다. '탄핵 가결'은 틀렸습니다.
입법(국회)-행정-사법(검찰·법원) 삼권 분립법 상 탄핵소추는 국회에서 하고, 인용 여부는 헌법재판소가 판단하기에 탄핵 여부는 헌재에서 결정됩니다. 행위가 헌법에 위배됐냐 아니냐의 여부입니다.
언론의 특성상 기사 제목에 '탄핵', '탄핵 가결' 등으로 줄여 쓰고, 기사 내용 중에서도 '탄핵 가결'로 씁니다. 줄였다는 표시인 작은따옴표(')를 붙이지요.
일반인도 평소 말할 때 "탄핵이 가결 됐어"라고 합니다. 이 모두가 방편으로 줄여서 쓰는 것이지요.
물론 기자가 잘못 알고 쓰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법률 상식이 덜한 일반인도 모르고 쓰는 경우도 있겠습니다.
덧붙이자면, 언론에선 같은 기사에서 같은 단어가 자꾸 나올 땐 맨앞에 단어 전체를 써줍니다. 기자들은 이를 '풀 네임'이라고 하지요. 두 번째부턴 작은따옴표(')로 싸서 줄여서 씁니다. 가능한 한 문장을 줄이면서 의미 전달을 하려는 언론의 속성 때문입니다.
예컨대 위에서 보듯 '탄핵소추안 가결'을 '탄핵안 가결', '탄핵 가결'로 씁니다. 심지어 '탄핵'으로 쓰기도 합니다.
요즘 젊은층을 중심으로 말 줄임 언어가 유행인 것과 같은 틀로 볼 수 있습니다.
탄핵 절차는 위에서 언급했듯, 여야 합의나 특정 정당에서 국회에 탄핵안 보고를 한 뒤 탄핵안 가부를 결정합니다. 대통령의 경우 재적의원의 3분의 2로 탄핵을 하지요.
윤 대통령은 300명 중 204명이 찬성해 가결됐습니다. 사실 3분의 2가 쉽지 않은데 22대 국회는 민주당 의원수가 월등히 많아 가능했습니다.
국회가 가결시켰다고 바로 탄핵되는 것이 아닙니다.
가결안은 곧바로 대통령실에 보내지고, 받는 즉시 직무가 정지됩니다. 국무총리가 대통령 업무를 대행합니다.
또 가결안은 헌재로 보내져 헌법재판관들이 심리를 합니다. 180일(6개월) 이내에 결정을 봐야 합니다. 대통령 권한을 오래 중지시킬 수 없고, 탄핵의 중요성 때문에 법리 다툼도 치열할 수 있어 기간을 이렇게 정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보통 길어도 3개월로 끝났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2개월 조금 넘은 63일 만에 기각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3개월 정도인 91일 만에 인용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대통령의 직위는 헌재의 심리 기간에도 지속됩니다. 업무만 중지될 뿐이지요.
결론을 내면 국회는 가결 여부 권한만 있고, 헌재에서 최종 판단을 합니다.
이와는 별개로 대통령의 통치 행위가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내란 등 중대 범죄 혐의인 경우입니다.
법리에 따라 결정되지만 정치 요소도 많이 끼어들겠지요. 여론의 향방이 그것입니다.
만약에 헌재에서 탄핵안이 인용되지 않으면, 수사기관의 수사도 다소 각이 무뎌질 가능성은 있겠지요. 하지만 직권남용 수사는 위헌과는 별개입니다.
현재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검찰과 경찰이 따로 수사에 나섰고 수사 인력이 거의 없는 공수처마저도 달려들어 경쟁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조만간 서로간 정리가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