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 전남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당시 엔진에 빨려들어간 조류는 가창오리인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가창오리는 겨울철 무안 지역에서 흔하게 관찰할 수 있는 철새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이날 사고 여객기 양쪽 엔진에서 깃털과 혈흔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조위는 국내 전문기관의 유전자 분석 결과 ‘가창오리’인 것으로 파악됐고 몇 마리의 가창오리가 엔진에 빨려 들어갔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가창오리는 겨울철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볼 수 있는 철새로 떼로 몰려다닌다. 무안 갯벌과 습지에 주로 서식한다.
사조위는 “항공기가 복행하는 과정에서 조류와 접촉하는 장면을 공항 감시 CCTV 영상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평소 공항에서 제대로 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언급이다.
하지만 당시 무안공항에는 조류감지 장비, 조류탐지 전용 레이더, 열화상 카메라 등이 없었다. 참사 당시에는 육안으로 가창오리 떼를 확인하고 조종사에게 조류와의 충돌 경고를 했었다.
사조위는 “현재로는 조류의 개체수나 다른 종류의 조류 포함 여부를 알 수 없다”며 “엔진상태 확인 및 추가 시료채취를 위해 엔진분해검사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 비행기록장치(FDR)와 음성기록장치(CVR), 관제교신 기록 등 자료를 시간대별로 동기화하고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며 “세부적인 분석과 검증까지는 수개월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앞서 사조위는 사고여객기에서 수거한 블랙박스 내 FDR과 CVR의 데이터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충돌 직전 마지막 4분7초가 기록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사조위는 이날 사고발생 과정을 ‘초’단위로 정리해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제주항공 여객기는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8시54분43초 무안관제탑과 착륙 접근을 위한 최초 교신을 했고, 관제탑은 01활주로로 착륙허가를 내렸다. 관제탑은 3분7초 뒤인 오전 8시57분50초가 돼서야 조종사에게 조류활동 주의정보를 전달했다.
조종사들은 21초 뒤인 오전 8시58분11초에 “항공기 아래 방향에 새들이 있다”는 대화를 나눴다. 기장과 부기장이 사고기 내에서 나눈 대화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과 39초뒤인 오전 8시58분50초 블랙박스 기록이 동시에 중단됐다. 6초 뒤 항공기 복행을 시도하던 조종사는 관제탑에 조류충돌로 인한 메이데이(비상선언)를 실시했다.
사조위는 국제민간항공협약 부속서13에 따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예비보고서를 오는 27일까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미국·프랑스·태국 등 관계국에 송부할 예정이다. 해당 보고서는 사조위 홈페이지에도 공개된다.
앞서 사조위는 이날 오후 1시 무안공항에서 유가족을 대상으로 사고조사 진행 현황과 향후계획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국토부는 앞으로도 유가족에게 사고조사 경과를 우선 설명하고, 설명회가 끝난 후 언론에 관련 자료를 배포하는 방식으로 조사보고를 진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