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3시쯤, 제주항공 관계자가 전남 무안국제공항 3층 가족 대기실에서 유가족에게 사고 현장 상황을 전하자 가족들은 여기저기에서 흐느꼈다. 유가족들은 사고 소식에 이날 오전부터 공항공사에서 마련한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이날 오전 9시 3분쯤 무안국제공항에서는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착륙 도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 꼬리 칸을 제외하곤 불에 타 탑승자 181명 가운데 대부분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꼬리 칸에 있던 승무원 2명만 구조돼 목포 지역 병원으로 이송됐다.
▶가족 대기실은 울음바다
사고 여객기 탑승객 명단에는 같은 성을 가진 일가족 승객이 많았다. 올해 수능시험에 응시한 2005년생 탑승객도 있었다.
항공사 관계자가 "불이 나서 항공기가 전체 전소됐다"고 하자 흐느끼거나 자리에 주저 앉아서 울었다.
이어 이정현 전남 무안소방서장이 "여객기 탑승자 181명 중 대부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말을 끝내자 흐느낌은 통곡으로 변했다.
이 서장이 고개를 숙인 채 "안타깝지만 생존자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말에 한 여성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다른 남성은 "어떡해"라는 말만 거듭하며 울었다
가족들은 곳곳에서 "내 새끼 어떻게 해", "어떻게 이렇게 떠날 수 있어" 하며 통곡했다.
한 가족은 가족이 사망으로 확인되자 "살았을 줄 알았는데, 죽었네···"라며 실신했다.
전날 통화를 했다는 한 가족은 "놀러 간다고 그렇게 좋아하더니"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만 쏟아냈다.
일부 탑승객 가족은 사고 현장이 민간인 출입금지 구역으로 들어갈 수 없다고 하자 공항 관계자들에게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우리 아들, 분명 오늘 온다고 했는데…"
탑승자 손 모(29) 씨 아버지는 한 매체에 "아들이 3년 전 코레일에 입사했다. 한 번도 부모 속을 썩이지 않은 효자였다"며 "지난 주 수요일부터 여자친구와 처음 가는 여행이라 행복해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탑승객의 30대 가족은 "공무원 출신 어머니가 지난해 가을 위암 3기 진담을 받은 뒤 지난달 암 완치 판정을 받고 기념으로 퇴직한 친구분 7명과 함께 패키지 여행을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며 슬퍼했다. 그는 "사고 현장의 폭발 소식을 듣고 모든 게 무너졌다"며 "슬프고 고통스럽다"고 했다.
50대 탑승자의 아들인 김 모(22) 씨는 여동생(15·중3)과 함께 공항 창가에서 덤덤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여동생은 가고싶은 예술고에 올해 합격했다고 했다.
김 씨는 어제 저녁 어머니와 마지막으로 연락을 주고 받았다고 했다. 집에 택배가 잘 도착했는지 묻는 전화였다. 그는 "중3 여동생과 둘만 남았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막막하다. 대학을 자퇴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오전 뉴스를 보고 광주광역시에서 급히 무안공항을 찾은 강 모(60) 씨는 이 여객기에 여동생(51)과 매제 정 모(55) 씨가 타고 있었다고 했다. 여행 가기 직전에 87세 어머니 옷을 120만 원어치 사서 드렸다고 가족 단체 카카오톡방에 자랑했다고도 전했다.
강 씨는 “어머니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훔쳤다.
사망 확인자의 친누나라는 한 여성은 "동생이 올해 퇴직하면서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갔다"며 "87세 노모 바로 옆에 살면서 아침·저녁 어머니 식사를 챙기던 동네에서 알아주는 효자였는데 우리 엄마도 죽겠네···.”라며 가슴을 부여잡았다.
30대 아들이 탔다는 장 모 씨는 직장 동료와 함께 방콕 여행을 갔다며 "손 한 번 더 잡아줄걸, 내 새끼, 얼마나 뜨겁고 아팠을까···"라며 오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