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가 일상에서 무심코, 대충 넘기는 말을 찾아 그 정확한 뜻을 짚어보겠습니다. 제대로 된 언어 생활은 일상을 편하게 하고, 말은 줄여쓰면 매우 경제적입니다. 동의보감은 두서없이 말이 많아지면 기(氣)를 쇠하게 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좋은 제보도 기다립니다. 한글 세대인 젊은층을 위한 코너이기도 합니다. 편집자 주

평소에 "에누리 없다"는 말을 많이 씁니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은 '에누리'의 뜻을 '깎는 것'으로만 알고 있습니다. 절반만 아는 것입니다.

기자도 '에누리'의 뜻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깎는다'는 것 외 마땅한 단어를 도출하지 못했습니다.

거꾸로 '에누리 있다'는 '깎는 것 있다(깎아준다)'가 됩니다. 할인해 준다는 말인데 '에누리 있다'는 이 말은 잘 쓰지 않지요.

에누리의 뜻엔 '깎는 것' 말고 다른 것도 있습니다.

일상에서 가장 많이 쓰는 '값을 깎는 것'은 '에누리 없다'는 말처럼 '값을 깎는 일이 없다'는 뜻이겠지요.

이어 '물건값을 받을 값보다 더 많이 부르는 것이나 그 물건값'이란 뜻이 있습니다.

여기서의 '에누리 없다'는 '값을 더 높이 부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또 달리 '실제보다 더 보태거나 깎아서 말하는 일'이란 풀이도 있습니다.

이는 물건값 뿐 아니라 말이나 상황 등을 두루 의미하고, '더함'과 '덜함'을 다 포괄하는 뜻입니다.

에누리와 비슷한 말은 가절(價折·값을 깎음), 감가(減價·값을 줄임)가 있습니다. 일상에서 자주 쓰는 영어 디스카운트도 에누리의 뜻입니다.

조금 더 이해를 돕기 위해 활용형 사례를 소개합니다.

'에누리하다'의 뜻에는 ▲값을 깎다 ▲실제보다 더 보태거나 깎아서 말하다 ▲용서하거나 사정을 봐주다 등이 있네요.

'값'과 '용서'는 물론 '더함'과 '덜함' 모두를 뜻합니다.

"내가 너에게 에누리 없이 하는 말이다"라는 말은 '값'을 깎거나 높이는 것이 아닌 덧붙임이나 덜함이 없이 하는 말이란 뜻입니다. 또 "내가 에누리해 줄게"라고 말했다면 '값을 깎는 것'은 물론 '용서해 줄게'란 뜻도 있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에누리'란 단어의 뜻이 꼭 '값을 깎는 것'만이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기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에누리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상황과 여건에 따라 판단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