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가 일상에서 무심코, 대충 넘기는 말을 찾아 그 정확한 뜻을 짚어보겠습니다. 제대로 된 언어 생활은 일상을 편하게 하고, 말은 줄여쓰면 매우 경제적입니다. 동의보감은 두서없이 말이 많아지면 기(氣)를 쇠하게 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좋은 제보도 기다립니다. 한글 세대인 젊은층을 위한 코너이기도 합니다. 편집자 주

문명의 이기(利器·이로운 기기)가 생활에 편리함을 주지만 사고의 규모도 키웁니다. 최근 전남 무안공항서 178명이 숨진 안타까운 참사도 있었습니다.

인간이 하늘을 날지 못할 땐 경험하지 못한 대형 사고입니다.

10일 아침 경남 함안군 군북면에서 발생한 쓰레기 재활용업체 화재 모습. 경남도소방본부

어제(10일) 아침 경남 함안의 쓰레기 재활용 업체에서 큰 불이 났는데 다행히 정식 근무 시간이 아니어서 사람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고를 전한 언론매체 기사 내용에 '인명 피해는 없었으며, 공장 내부 80t과 외부 80t 등 생활폐기물 160t이 모두 불에 탔다'는 문구가 있었는데, 불현듯 "인명의 뜻이 정확히 뭐지?"라는 의구심이 생기더군요.

'인명 피해'가 '다친 피해', '크게 다친 피해'인지 아니면 '사망한 피해'인지 혼돈이 왔습니다.

이 기사에선 사고와 관련됐으니 우선 사망 피해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확신을 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평소 모두를 포괄하는 살상(殺傷·죽거나 다침)으로 생각하면서, 사고 상황에 따라 '사망'과 '상해' 등으로 구분해 짐작해온 것도 사실입니다.

인명(人命)의 뜻을 풀이하면 '사람의 목숨'입니다. 한자로 사람 인(人), 목숨 명(命)입니다. 따라서 인명이란 단어는 목숨과 관련된 것입니다.

따라서 '인명 피해' 풀이는 '다친 것'보다 '목숨을 잃은 피해'에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이에 따른다면 교통 및 화재 사고, 자연재해 등과 관련한 언론 매체 기사에서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는 일단 '사망한 사람이 없었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는다는 말이 되겠지요.

하지만 느낌만 갖고 짐작하고 판단하기엔 찜찜한 구석이 있지요. '사람의 목숨'과 관련해 '목숨을 잃을 만하게 다친 피해'로 넓혀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이 아닌, 누구나 참여하는 개방형 한국어사전인 '우리말샘'에선 '인명 피해'를 '생명을 잃거나 다치는 피해'로 넓게 해석합니다.

참고로 우리말샘은 개방형이지만 여기에 실린 단어 풀이는 어문 전문가 회의를 거쳐 실립니다.

이는 '인명 피해'란 인명(사람의 목숨)과 피해(손해를 입음)를 합친 말(명사구)이기 때문입니다.

즉 표준국어대사전엔 '인명'과 '피해' 두 단어만 풀이하지, '인명 피해'란 단어 풀이는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인명 피해'를 좁게 해석하면 '사람 목숨 피해'입니다. 이는 목숨(명)과 관련된 것이지요. 이렇게 보면 '사람이 사망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말을 주고 받는 우리 사회에서 특정 단어가 통용된다면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겠지요. 실제 언어란 시대 등에 따라 어의(語意)가 조금씩 변합니다. 우리말샘에 실린 '인명 피해'의 뜻도 그런 틀에서 이해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방송에서 "속보입니다. 큰불이 났습니다. 인명 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라는 뉴스를 들을 때 시청자들은 대체로 '인명 피해'를 '사망'으로 인식합니다.

애매합니다.

소방과 경찰, 재해재난 당국은 두루뭉슬하게 '인명 피해'라고 하지 말고 '사망'과 '다친 것'을 정확히 구분했으면 합니다. 언론 매체도 당연히 명확하게 구분해 써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