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가 일상에서 무심코, 대충 넘기는 말을 찾아 그 정확한 뜻을 짚어보겠습니다. 제대로 된 언어 생활은 일상을 편하게 하고, 말은 줄여쓰면 매우 경제적입니다. 동의보감은 두서없이 말이 많아지면 기(氣)를 쇠하게 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좋은 제보도 기다립니다. 한글 세대인 젊은층을 위한 코너이기도 합니다. 편집자 주

오늘은 '폼생폼사'(폼에 살고 폼에 죽는다)와 관련한 낱말 이야기를 해봅니다.

'명색'입니다.

명색(名色)은 이름 명(名), 빛 색(色)으로 ▲어떤 부류에 붙여져 불리는 이름 ▲겉으로 내세우는 구실 ▲허울만 좋은 이름 등의 뜻을 가집니다. 비슷한 말은 구실, 명칭, 이름 등이 있습니다.

"명색이 기자인데 그걸 모를 리 있나" 등으로 쓰입니다.

주변에서 기자더러 세상사 모르는 것이 없는 '만물박사'라며 하는 말입니다. 실제 취재 현장에선 기자를 '정 박사', '최 박사' 등으로 호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적지않은 사람이 '명색이'를 한 단어로 봅니다. 어감상 그렇게 들리는 모양입니다. 실제 기자들에게도 물어보니 대부분 '명색이'를 한 단어라고 답하더군요.

명색이란 명사 '명색'과 주격조사 '이'가 합쳐진 것입니다.

'명색'엔 유래가 있습니다.

'명색'과 '명색이'를 잘 구별해 쓰는 분도 명색의 유래가 있다는 사실을 잘 모릅니다.

'명색(名色)'은 본래 산스크리트(namarupa)어에서 온 말이라고 합니다.

우리말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중국 한자어에서 전해진 말이 아니고 불교 용어에서 유래했다는 것이지요.

명색은 불가의 12연기(12개 인연) 중의 하나인데 한자어 '名色'으로 옮겨적으면서 한자어처럼 인식됐다고 합니다.

인도의 고전인 '우파니샤드'에서는 명색을 현상 세계의 '명칭(nāma)'과 '형태(rūpa)'로 보았습니다. 이후 불교에서 '명'은 정신적인 면으로, '색'은 물질적인 면으로 인식했다고 합니다.

즉 '명(名)'은 이름만 있고 형체는 없는 것이고 '색(色)'은 형체는 있으나 아직 육근(六根·눈, 귀, 코, 혀, 몸, 뜻)이 다 갖춰지지 않아 몸과 뜻만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명색'은 완성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합니다. 실제와 이름이 합치하지 않을 때 쓰는 말입니다.

일상에선 내용과 실속은 그 이름에 걸맞지 않지만 그 부류에 속한다고 내세우는 경우에 씁니다. 부정적인 의미가 다소 있습니다. "명색이 기자라는 자가···"에서도 보듯 '모든 걸 잘 안다는 기자임에도'의 뜻이 내포돼 있습니다.

위의 뜻풀이 중 '어떤 부류에 붙여져 불리는 이름'이란 측면으로 보면, 다 갖춰지지 않아 어떤 부류에 딸리어 불리는 것으로 인식하면 보다 쉽게 이해될 것 같습니다.

또한 '명색이'는 독립된 한 단어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