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국가·지역 전략사업 선정에 경남에서 창원·김해 권역 4곳은 들어갔다. 이로써 창원시와 김해시를 둘러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일부가 풀리고 이 자리에 대규모 산업·물류 단지, 주거·상업시설 복합단지 등이 들어선다.

하지만 정작 큰 기대를 모았던 창원제2국가산업단지가 빠졌다. 국토부는 창원제2국가산단의 탈락 이유로 지난해 11월 실시한 문화재 지표조사에서 부지 안에 일제강점기 때의 폐광산(구룡광산)이 확인돼 오염수 유출 우려가 있다는 것을 들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경남 지역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의 이 산단 개발 사업 개입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토부로선 정치권 등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명태균이 창원제2국가산단 부지 선정에 개입한 의혹·정황이 드러나 경남도와 창원시가 검찰 수사까지 받았으니 정치적인 부담이 최종 선정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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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김해시를 둘러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녹색지대)과 국가·지역전략사업 선정 현황. 경남도

방위·원자력융합산단 조성 계획 내용. 창원시

국토부는 25일 전국 15곳을 지역·국가 전략사업지로 선정해 인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푼다고 발표했다. 전국 곳곳에 미래첨단산업 기지를 만들기 위해서다.

경남도는 이 사업에 도내 12곳을 신청해 창원 3곳, 김해 1곳이 선정됐다. 산업단지 3곳, 도시개발사업 한 곳이 포함됐다.

하지만 창원의 최대 관심사인 의창구 동읍 일대의 창원 방위·원자력 융합 국가산단(365만㎡), 이른바 창원제2국가산단은 탈락했다. 다만 재심의 대상으로 결정됐다. 정확히 사업 이 폐기된 것이 아니라 보류된 것이다.

창원제2국가산단은 현 창원국가산단의 기계·전자 산업을 기반으로 해 방위·원자력 등 미래 전략산업 집적화 기지로 만들려는 국책사업이다.

지난 1970년대 조성된 기계공업 중심의 창원국가산단과 연계해 산업의 보완 및 시너지 효과를 내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제2창원국가산단으로 불린다.

경남도와 창원시는 창원국가산단의 산업 확장이란 측면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여기며 이 사업 준비에 진력해 왔다.

이 결과 창원제2국가산단은 지난 2023년 3월, 신규 국가산단 후보지로 선정됐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일이 터졌다.

창원을 중심으로 활동한 '정치 브로커' 명 씨가 이 국가산단 후보지 선정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명 씨 사건은 2024년 4월 실시된 22대 총선에서 김영선 전 의원(의창구)의 공천 과정에 명 씨가 개입했고, 이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로 옮겨가 정국을 뒤흔들었다. 급기야 대형 폭탄급인 대통령 부부와 명 씨가 통화한 '황금폰'이 등장해 있는 상태다. 명 씨는 창원제2국가산단 후보지 선정 과정에도 개입한 의혹이 제기돼 있다.

이런 상황이 맞물리면서 정치적 부담 때문에 창원제2국가산단이 지역·국가 전략사업에서 빠졌다는 것이 설득력을 더한다. 정부로선 정치적 부담이 큰 상황에서 사업을 진전시키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국토부가 내놓은 공식 입장은 이 구역 안에 폐광산 존재를 뒤늦게 확인해 보류했다는 것이다. 이후 경남도(창원시)가 계획을 보완하면 중앙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서 사업을 재심의하기로 했다.

도는 이 문제가 불거진 이후 국토부에 우선 전략산업지로 선정한 뒤 구획 조정 등 추후 보완하겠다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신종우 경남도 도시정책국장은 지정 보류와 관련해 "서류 심사를 하고 현장 평가할 당시에는 폐광산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다"며 "폐광산 문제가 도출된 뒤엔 사업 선정을 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썩 와닿지 않은 궁색한 말이다.

국토부는 전략산업지 선정에 정치적인 고려가 없었다고 했지만 창원제2국가산단 후보지 선정 과정에 명 씨가 개입한 의혹을 다분히 의식한 조치라는 말이 설득력을 더한 다

그동안 경남도와 창원시 공무원들도 명 씨가 산단 추진 계획에 관여하고 이 정보를 주위에 알렸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창원시는 이날 2~3개월 내에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함께 현안 사항을 보완해 국토부 2차 공모 때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분간 산단 조성 재추진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토부가 지정 보류 이유로 지적한 폐광산 부지를 뺀다고 해도 명 씨 사건을 둘러싼 정치 상황이 녹록지 않다. 당장 야당은 명태균 특검을 재추진 중이다.

이 사건 마무리 돼야 중앙도시계획심의위웜회 재심의 일정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지역 정치권은 창원제2국가산단이 국가·지역 전략사업 대상에서 빠진 것과 관련해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경남도당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창원 방위·원자력 융합 국가산단이 명태균 의혹에 휩싸여 전략사업에 탈락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명태균 특검을 통해 책임자를 처벌하고 정부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김종양 의원(의창구)은 “미래 수출 전략산업인 방위·원자력 산업 도약의 발판인 융합산단이 함께 선정되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선정된 도심융합기술(R&D) 단지가 방위·원자력 산단과 연계된 것으로 정부가 산단 조성사업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시기의 문제이지 잡음이 잦아들면 재지정 될 것이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