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에서 '정권 연장론'이 '정권 교체론'을 앞질렀다는 여론 조사가 다시 나왔습니다. 같은 업체 조사에서 지난 1월 4주째부터 앞서기 시작한 '정권 연장론'이 줄곧 앞서왔지만 전주 조사에서는 '정권 연장론'이 큰 폭으로 떨어졌었습니다.

전국적으로 보면 '야권에 의한 정권 교체' 50.4%, '집권 여당의 정권 연장' 44.0%로 '정권 교체'가 앞섭니다.

하지만 이도 1주일 전과 비교해 '정권 교체'는 4.7%포인트(p) 하락했고, '정권 연장'은 5.0%p나 상승했습니다. 변동폭이 9.7%p로 상당히 큽니다. 전주는 16.1%p 차이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후 석방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정문에서 경호 차량에서 내려 걷고 있다. KBS

▶조사 내용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5~7일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07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울경에서 '정권 연장'이 49.5%로 '정권 교체' 46.2%보다 3.3p차로 우세했습니다.

이 조사 마지막 날인 7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이 법원으로부터 '구속 취소' 처분을 받아 이 상황이 일정 부분 여론에 반영됐습니다.

한 주 전엔 '정권 연장' 42.4%로, '정권 교체' 52.7%로, 10.3%p 차이가 났었는데 이번 주엔 거꾸로 3.3%p차로 '정권 연장'이 앞섰습니다. 한 주새 무려 13.6%p 요동을 쳤습니다.

전국적으로 보면 이번 주 조사에서 '정권 교체'(50.4%)가 '정권 연장'(44.0%)보다 높았지만 이 또한 격차가 지난 주 16.1%P에서 6.4%P로 줄었네요.

리얼미터

부울경에서의 정당 지지율도 비슷한 양상입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49.2%로 민주당의 32.5%를 6.7%p 차로 오차범위 밖이었습니다.

지난주에는 국민의힘(42.2%)과 민주당(38.9%)의 지지율 차이가 3.3%p였는데 격차가 두 배로 커졌습니다.

전국 기준으로도 국민의힘(42.7%)이 민주당(41%)을 앞질렀습니다. 1.7%p차입니다.

▶여론 추이는?

이번 여론 조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직후 지속됐던 추이와 많이 다릅니다.

여론의 변화가 감지됩니다.

계엄 선포를 일방 비난하고 탄핵을 일방 지지하던 계엄 선포 초기와는 양상이 꽤 달라지는 느낌입니다. 참고로 당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무려 11%까지 떨어졌었습니다.

계엄 선포 후 시간이 지나면서 생업에 종사하는 국민의 상당수가 내막을 조금씩 알게 되고, 또한 정치적인 결집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됩니다.

계엄 선포가 잘 한 행동이 아니지만, 29번의 탄핵 등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의 '의회 독단'도 그에 못지 않다는 여론이 세를 얻어 가는 추세로 보입니다. 둘 다 시쳇말로 '쌍팔연도' 정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경상도 말로 '디비쪼우는' 낡은 정치 구도이지요.

여기에다가 공수처가 대통령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는가의 논란에 이어 윤 대통령의 체포와 구금, 수사 과정에서 공수처의 자격 등이 논란거리로 급부상해 여론의 변동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됩니다.

또한 계엄 선포에 관련된 일부 요인들이 민주당 의원들과 사전 접촉, 수사기관과 헌재에서 한 진술 내용이 '오염'이 됐다는 논쟁도 커져 있습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서 한 역사 강사가 계엄령을 '계몽령'이라고 한 주장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기자가 만난 사람 중 "많이 알게 됐다"는 이가 적지 않았습니다. 공수처법 등 법규의 미비, 절차상 하자가 여기저기에서 뛰쳐나오듯 불거지면서 대통령을 탄핵하는데 적용되는 법의 허술함을 많이 지적했습니다.

기자 개인적으로도 처음엔 18세기에나 써먹을 '계몽령'이란 단어를 두고 '웃자고 하는 말이겠거니'라며 폄훼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이들이 많이 알게 됐다는 언급에 이 말의 의미를 새삼 되짚어봅니다.

어쨌거나 국민들은 '대통령 탄핵'이란 큰일을 접하면서 많이 알게 됐습니다. 국회는 곳곳에서 드러난 미비한 법 조항을 빨리 고쳐야 하겠지요.

미비한 법 조항을 각 수사 기관이 아전인수식으로 끌어와 경쟁적으로 수사에 나서면서 말 그대로 탄핵 수사는 '아수라장'이 된 상태입니다. 헌재의 계엄 위헌 결정도 영향권에 깊이 들어서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국민에게 하루가 멀다 않고 짜증거리만을 '선물하는' 구태 정치를 싸그리 없애는 것입니다.

관련해 서부 경남에서 지역 정치에 오래 발을 담갔던 한 주민의 말은 새겨들을만 했습니다.

"어느 날 동네의 한 집에 불이 났어. 불은 이웃에 살던 사람이 질렀는데 불난 집 주인이 사흘이 멀다않고 자기 집에다 해코지를 해대는 통에 분을 참지 못하고 불을 지른 거지. 두 사람의 악연을 대충 아는 동네 사람들은 '그렇다고 집에다 불을 질러'라며 등을 돌렸는데, 시간이 지나고서 이웃이 자기 집 안에 똥을 싸놓는다든지 갖은 비상식적인 행동을 한 게 알려졌어. 둘 다 똑 같은 사람 아닌가?"

둘 다 상식적이지 않다는 말입니다. 이 시대에 맞지 않은 사람들이지요.

이번 여론 조사는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을 통해 했다고 합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 응답률은 6.4%였고요.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