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는 SNS에서 오가는 글을 선별해 독자 여러분들께 소개합니다. SNS를 한글 자판에서 치면 '눈'이 됩니다. '매의 눈'으로 보는 글이 아니라, 일상에서 소일거리로 읽을 수 있는 글을 많이 싣겠습니다.
<삶의 예찬>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주남저수지 제1탐방로 유채꽃길 모습
'봄은 처녀, 여름은 어머니, 가을은 미망인, 겨울은 계모'
일년 사계절을 여인에 비유한 폴란드의 격언이다.
봄은 처녀처럼 부드럽고, 여름은 어머니처럼 풍성하고, 가을은 미망인처럼 쓸쓸하며, 겨울은 계모처럼 차갑다.
봄처녀가 볼룩한 생명의 젖가슴을 갖고, 부드러운 희열(喜悅)의 미소를 지으면서 우리의 문을 두드린다.
봄은 세 가지의 덕(德)을 지닌다.
첫째는 생명(生明)이요, 둘째는 희망(希望)이며, 셋째는 환희(歡喜)다.
봄은 생명의 계절이다.
땅에 씨앗을 뿌리면 푸른 새싹이 나고, 나뭇가지마다 신생의 잎이 돋고 아름다운 꽃이 핀다.
봄의 여신은 '생명의 여신'이다.
세상에 생명이 자라는 것처럼 아름답고 신비롭고 놀라운 일은 없다.
미술가 밀레와 고호는 '씨 뿌리는 젊은이'를 그렸다.
네 마음의 밭에 '낭만의 씨'를 뿌려라.
네 인격의 밭에 '성실의 씨'를 뿌려라.
네 정신의 밭에 '노력의 씨'를 뿌려라.
봄은 '희망의 계절'이다.
옛사람들은 봄바람을 '혜풍(惠風)'이라고 했고, 여름 바람은 '훈풍(薰風)'이라 했고, 가을바람은 '금풍(金風)'이라 했고, 겨울바람은 '삭풍(朔風)'이라고 했다.
봄은 '환희의 계절'이다.
'우울의 날'이여 가거라, '비애의 날'이여 사라져라, '절망의 날'이여 없어져라!
고목처럼 메말랐던 가지에 생명의 새싹이 돋아난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가?
얼어붙었던 땅에서 녹색의 새 생명이 자란다는 것은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가?
창 밖에 나비가 찾아오고, 하늘에 종달새가 지저귀고, 벌판에 시냇물이 흐르고, 숲속에 꽃이 핀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철학자이자 수필가이자 한문학자로 익히 알려진 안병욱(安秉煜, 1920년 6월 26일~2013년 10월 7일) 선생의 글입니다. 안 선생께서는 여러 대학에서 강의도 하셨습니다.
지인에게서 카카오톡으로 받았는데, 다시 한번 안 선생님의 좋은 글에 고개 숙여 감사한 마음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