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불이 경북 북동부 5개 시군으로 확산하며 사상 최대의 피해를 입힌 가운데, 산불 진화 최전선에서 위험을 무릅쓴 사투를 벌이는 소방관의 빈약한 식단이 공개돼 분노를 사고 있다.

온라인에는 "국회의장이 예산안 들고 방망이(의사봉) 두드린 예산들은 다 어디로 줬냐"는 글 유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28일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들에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산불 진화한 소방관 저녁 식사’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한 소방관이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불 끄고 온 뒤 저녁 식사"라며 올린 사진. 밥을 만 미역국에 반찬은 김치와 콩자반뿐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이 사진은 지난 25일 소방관 A 씨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진에는 검게 그을린 방화복과 방바닥에 놓인 단출한 식사가 담겨 있다. 일회용 식기에는 미역국에 만 밥이 들어 있었고, 반찬은 김치와 콩자반이 전부였다.

네티즌들은 "진짜 너무하다. 목숨 걸고 불 끄는데 저게 말이 되나", "제대로 된 공식적인 식사는 제공되는 시스템이 가동돼야 한다"는 등 부실한 식단에 질책이 이어졌다.

A 씨는 “어딘지는 언급하기 그렇지만 산불 현장에서 보내온 것”이라며 “모두의 관심이 참으로 감사하다. 저는 그저 소방관들뿐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이렇게 힘들게 일하시는 분들의 처우가 개선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물론 이 밥이 봉사 기관과 단체에서 급히 마련한 것일 수 있지만, 저렇게 부실하게 먹고 산비탈을 타면서 진화에 나서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관계 기관의 허술한 산불 현장 준비 탓이다.

27일에는 산불 연기로 뒤덮인 경북 안동 하회마을에서 소방관들이 김밥 등으로 끼니를 때우며 대기하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소방관이자 작가로 활동하는 백경(필명)은 27일 소셜미디어에 “친한 동료가 산불 지원 다녀온 뒤에 ‘나 순직할 뻔했어’라고 하기에 농담하는 줄 알았다”며 “차 구워진 거 보고 농담이 아니란 걸 알았다”고 했다.

그가 올린 사진 속 소방차 외부는 불에 그을려 울퉁불퉁해져 있었다.

반면 소방관의 노고에 먹을 거리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경북 안동시 당북동의 한 국숫집에는 '산불 진화 소방 공무원님들 무료 식사 제공'이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이 식당은 27일 오전부터 산불 진압에 힘쓰는 소방관들에게 직접 만든 국수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음식점 사장은 “전국에서 온 소방관들을 도울 방법을 고민했다”며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소방관의 모습을 보고 따뜻한 한 끼라도 대접하고 싶었다”고 했다.

경북 영덕의 한 휴게소도 소방대원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휴게소 운영자는 “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게 더 많이 알려져서 많은 분이 오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국재해구호협회가 소방관 보호 장비를 지원하기 위해 기부금 모금에 나섰는데 4일 만에 11억 원을 돌파했다.

의성 산불로 사망자만 24명이 발생했고 이중 산불을 진화하던 한 명이 화마가 할키고 지나간 곳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