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는 일상에서 소소해 지나치는 궁금한 것들을 찾아 이를 흥미롭게 설명하는 코너를 마련합니다. 유레카(eureka)는 '알았다!'라는 뜻입니다.
4일이 청명(淸明)이고 5일은 한식(寒食)입니다. 5일은 또한 식목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 풍속에서는 청명과 한식인 4~5일을 '손 없는 날'이라며 1년 중 '조상의 묘를 돌보는 때'라고 합니다. 이날 말고는 묘에 작은 돌 하나 건드리는 것을 금기하지요.안 좋은 일이 생긴다는 말인데, 미신 같지만 많은 가정에선 이를 대체로 지킵니다.
이는 묘를 아무 때나 건드리지 말고 가장 기가 좋은 날을 잡아 조상께 정성을 다하란 뜻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계절적으로도 '춘삼월 호시절'이니 긴 한겨울 한파에 헐어진 묘소를 돌보는 좋은 시기입니다.
적지 않은 가정에서 '3재가 끼는 해'라며 하는 일과 행동을 삼가는 것과 비슷한 의미입니다. 이럴 땐 행동을 조심하라는 생활의 지혜인 셈이지요. 오랫동안 전해오는 풍속입니다. 뭐든 조심해서 나쁠 건 없습니다.
한 가정의 성묘객들이 경남 진주시 진성면에 있는 조상의 산소를 찾아 상석에 잔을 올려 놓은 모습. 정기홍 기자
손 없는 날에서의 '손'은 무슨 뜻일까요?
민속 분야의 용어인데, 손이란 '날짜에 따라 방향을 달리해 따라다니면서 사람의 일을 방해한다는 귀신'을 말합니다.
이 귀신은 음력 초하룻날과 초이튿날에는 동쪽에, 사흗날(3일)과 나흗날(4일)은 남쪽, 닷샛날과 엿셋날은 서쪽, 이렛날과 여드렛날에는 북쪽에서 머문다고 합니다.
이 귀신은 예컨대 이날들 말고 한 달 중 9·10일과 19·20일, 29·30일에는 하늘로 올라가 땅에는 '손'이 없어진다고 합니다.
가정에선 이 같은 우리의 풍속에 손이 없는 이날에 맞춰 이사를 하거나 혼례를 하고 개업도 합니다. 예전엔 먼 길 떠날 날을 택했다고 합니다.
조상의 묘도 손이 없는 이날을 택해 돌보는데, 절기가 양기가 무르익는 봄철이어서 헐어진 묘 봉분에 잔디를 입혀도 죽지 않고 잘 자랍니다. 겨울 한파 속에 헐어진 묘소를 관리하는데 안성맞춤 시기이지요.
고리타분한 미신처럼 치부하기보다 우리의 전래 민속으로 보면 다른 긍정적인 안목이 생깁니다.
24개의 절기나 한식이나 식목일, 발렌타인데이나 핼로인데이도 이런 저런 이유를 붙여 '기념의 날'을 만든 것이지요. 시절에 맞춰서···. 사람 사는 세상에 일부러라도 재미를 만드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