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좋은 피톤치드(천연 향균물질)가 다른 나무보다 많이 나온다는 편백나무에서 '봄의 불청객'인 꽃가루가 구름처럼 휘날리는 흔치 않은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12일 경남 진주시 진성면 편백나무 군락지에서 편백 꽃가루가 뭉쳐 날리는 장면이 더경남뉴스 취재기자의 카메라에 잡혔다. 꽃가루가 알레르기 현상을 일으켜 고통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편백나무에서 이처럼 대규모로 꽃가루가 날린 모습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산림과학연구원 관계자는 "편백나무에서도 당연히 꽃가루가 나오지만 꽃가루가 한꺼번에 구름처럼 날리는 것은 흔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꽃이 활짝 피는 시기에 센 바람에 한꺼번에 날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남 진주시 진성면 편백나무 숲에서 화분(꽃가루)이 날리고 있다. 멀리서 보면 산불이 나 연기가 올라오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바람이 불더니 순간 편백나무 꽃가루가 뿌옇게 뭉쳐서 날았다.

산골의 골바람이 반대로 불자 하얀 꽃가루가 앞서 이동하던 반대 편으로 날아가고 있다.

편백나무 흰 꽃가루가 숲 위 하늘로 날아가고 있다. 아침에 낀 운구가 햇살에 사라지기 전의 모습과 흡사하다.

편백나무 잎에 봄꽃이 피어 햐얀 부분이 보인다.

편백나무 잎 곳곳에 보이는 꽃가루. 이상 정창현 기자

봄날 몸에 좋다는 피톤치드를 쐬려고 별 생각없이 편백나무 숲을 찾았다가는 예기치 않게 편백 꽃가루를 뒤집어써 호흡기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특히 비염 등 알레르기에 민감한 사람에겐 엄청난 봉변이 된다. 미세먼지까지 가세하는 날이면 고통은 배가 된다.

문제는 봄철 알레르기의 주범이 버짐나무 등 일부 봄꽃의 화분(花粉·꽃가루)으로만 생각하지 편백이나 소나무 꽃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날 편백나무 꽃가루가 대규모로 발생한 곳 인근에서 과수원을 관리하는 50대 A 씨는 "과수원에서 몇 년 일하면서 몸에 전에 없던 알레르기 현상이 생겼다"며 "편백 때문인지 다른 봄꽃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꽃가루 때문인 것은 맞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편백나무가 원산지인 일본에서는 편백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다.

따라서 일본 기상청은 일기예보 때 대기 중의 편백 꽃가루 농도를 발표하고, 언론도 꽃가루 알레르기에 주의할 것을 알린다.

일본 파나소닉 조사에 따르면 일본에서 꽃가루 알레르기로 하루 2320억 엔(2조 2500억 원)의 경제적 손실(건강 등 피해)이 발생한다.

비염 등 알레르기가 심한 사람이 피톤치드를 쐬기 위해 편백나무 숲을 찾을 때 득과 실을 저울질해야 할 정도다.

우리나라도 최근 소나무 재선충 피해지나 아카시아 숲, 칡넝쿨이 우거진 야산 등에 대체조림 사업으로 웰빙 수종이라며 편백나무를 상당히 많이 심고 있다.

편백나무는 공해에 강하고 피톤치드가 소나무보다 4∼5배 많이 배출돼 스트레스 해소와 우울증 완화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한편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의 측정에서는 반대로 벌목·가공 후의 소나무에서 편백나무보다 피톤치드가 두 배 이상 나왔다.

■꽃가루(화분) 알레르기 상식

꽃가루(화분)는 종자식물 수술의 화분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꽃의 가루다. 나무 등 일반 식물에서 봄철이면 꽃이 피면 발생한다.

이 꽃가루가 바람, 물, 곤충 등의 매개로 암술머리에 운반돼 수정된다. 바람이 꽃가루를 이동시키지만, 대체로 꿀벌과 나비가 꽃가루를 옮긴다.

따라서 앞에 소개한 편백나무 꽃가루처럼 바람이 아닌 곤충이 옮겨 수정할 땐 가까이 가지 않으면 알레르기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알레르기 주범은 바람에 의한 풍매화(風媒花) 가루라는 뜻이다.

꽃가루는 몸속의 염증 반응을 활성화해 사이토카인이라는 물질을 분비한다. 이 물질은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을 억제해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대기 중의 꽃가루는 계절별·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꽃가루는 일반적으로 수목 꽃가루(봄철 발생), 목초 꽃가루(여름철), 잡초 꽃가루(가을철)로 나뉜다.

우리나라에서는 봄철에 소나무, 편백나무, 자작나무, 참나무, 삼나무, 양버즘나무, 버드나무, 포플러 등에서 꽃가루가 많이 날린다.

수종별 꽃가루 발생 시기를 나눠보면 ▲수목은 2~3월 오리나무, 개암나무와 4~5월 자작나무, 참나무, 소나무, 전나무, 편백나무 등 ▲목초는 6~7월 밤나무, 피나무, 큰조아제비, 호미풀, 우산잔디 등 ▲잡초는 8~10월 돼지풀, 환삼덩굴 등에서 발생한다.